우승의 순간, '슈퍼소닉' 왜 펑펑 울었나... 팀 해체→꼴찌→6년 만에 정상등극, "이런 날 오는구나" 감격

양정웅 기자 2025. 3. 23.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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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뉴스 | 양정웅 기자]
BNK 이소희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WKBL 제공
BNK 이소희(왼쪽)가 챔피언결정전 우승 후 눈물을 흘리고 있다. /사진=WKBL 제공
어린 나이에 팀이 해체되고, 하위권을 전전하던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슈퍼소닉' 이소희(25·부산 BNK 썸)의 눈물에는 지난 6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담겼다.

이소희는 지난 20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아산 우리은행 우리WON과 하나은행 2024~2025 여자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5전 3선승제) 3차전 승리 후 "정말 우여곡절이 많았고, 저나 팀이나 발전했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워서 많이 울었다"고 말했다.

이날 BNK는 경기 종료 18초 전 터진 박혜진의 위닝샷 3점포를 앞세워 우리은행을 55-54로 꺾었다. 앞서 아산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승리로 장식한 BNK는 그 기세를 앞세워 3연승을 질주, 2019년 팀 창단 이후 첫 우승을 달성했다.

BNK의 정상 등극이 확정된 후 경기장 전광판에는 창단 후 우승까지의 서사가 담긴 영상이 재생됐다. 이를 보던 이소희의 눈시울은 붉어졌고, 끝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그는 구단 유튜브 채널을 통해 "(구단의) 산증인이다"라며 "남은 사람이 (안)혜지 언니와 나밖에 없구나..."라고 했다.

OK저축은행 시절의 안혜지(왼쪽)와 이소희. /사진=WKBL 제공
본인의 말처럼 이소희는 BNK의 역사와 함께한 선수다. 인성여고 졸업 후 2018~19시즌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OK저축은행의 지명을 받아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한 시즌 만에 구단이 해체되는 일이 발생했다. BNK금융그룹이 선수단을 인수하며 새 구단을 창단하면서 그는 부산에서 새로운 농구 인생을 시작했다.

당시 창단멤버 중 올해 챔피언결정전까지 함께한 선수는 안혜지와 이소희밖에 없다. 지난해까지 있었던 진안(하나은행)과 김지은(사천시청)마저 떠나면서 둘만이 남게 됐다. 그런 스토리를 떠올린 그는 "전광판에 팀 이야기가 나오는데, 우여곡절도 있었지만 그래도 저나 팀이 많이 발전했다는 생각에 감격스러워서 많이 울었다"고 밝혔다.

그렇기에 우승의 기쁨보다는 눈물이 앞섰던 이소희였다. 그는 "엄청 즐겁게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너무 슬펐다"면서 "감격스러웠다. 웃으면서 마무리할 줄 알았는데 이렇게 울 줄은 몰랐다"고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 "(경기 후) 올려다봤는데 천막이 내려오면서 'BNK V1' 이렇게 딱 나왔을 때 '나에게도 이런 날이 오는구나' 느꼈다"고도 했다.

창단 후 한동안 하위권을 전전하던 BNK는 박정은 감독 부임 후 2021~22시즌 4위, 이듬해에는 챔피언결정전 진출이라는 업적을 달성했다. 하지만 우리은행에게 3전 전패를 당하며 분루를 삼켰다. 시즌 전 "우리 홈에서 우승을 내줬다. 그래서 더 속상했다"고 말한 그는 우승 후 "그것이 동기부여가 됐다"고 밝혔다.

BNK 이소희가 2022~23시즌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후 동료들과 코트에 도열했다. /사진=WKBL 제공
올 시즌 이소희는 평균 31분 46초를 뛰며 12.2득점 3.5리바운드 1.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특히 3점슛 성공률 38.6%, 자유투 성공률 89.2%의 성적을 올리며 지난 시즌에 비해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후반기 초반부터 발바닥 골멍으로 고생하면서 단 18경기 출전에 그쳤다. 하필 박혜진까지 발목을 다치면서 BNK는 동력을 잃었고, 다 잡은 정규리그 우승을 놓치고 말았다.

경기에 나오지 못하던 시간을 떠올린 이소희는 "정말 미안했다. 최대한 선수들과 안 마주치려고 시간대도 피해서 나갈 정도였다"고 고백했다. 이어 "후배들에게 미안하다. 그런 기회를 받는 게 쉽지 않은데, 애들에게 뺏은 것 같다"는 말도 이어갔다.

아직 100% 몸 상태가 아니었기에 이소희는 플레이오프와 챔피언결정전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진 못했다. 그럼에도 챔피언결정전 3차전에서 4쿼터 52-50으로 역전하는 3점포를 터트리는 등 필요할 때마다 득점을 올려주면서 우승에 기여했다.

끝으로 이소희는 팬들을 향해 "우승까지 오래 걸렸다. 그래도 여기까지 온 건 팬분들이 많이 와주셔서 응원해주시고 성원해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감사함을 느낀다"며 "올 시즌 아프게 되면서 코트에 있는 시간이 적었는데, 그럼에도 기다려주시고 응원해주셔서 위안을 느꼈다. 나 혼자 큰 게 아니라 팬분들 덕분에 컸다고 꼭 말씀드리고 싶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BNK 이소희가 인터뷰 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양정웅 기자

양정웅 기자 orionbear@mtstar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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