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차세대 쇄빙연구선 다시 뜬다…건조 예산 571억원 증액
美 쇄빙선 협력 가능성에 사업 탄력 받아
극지연 “5월 중에 입찰 공고 다시 낼 예정”
쇄빙연구선 ‘아라온호’와 함께 남·북극을 탐험할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른다. 선박 건조에 배정된 예산이 부족해 입찰 공고에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는데, 총사업비 조정을 거쳐서 571억원의 예산이 추가로 배정됐다. 사업을 맡고 있는 극지연구소는 여러 조선사가 참여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선박 건조에 청신호가 들어왔다고 밝혔다.
21일 정부 부처와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의 총사업비를 2605억원에서 571억원 늘린 3176억원으로 확정했다.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와 해양수산과학기술진흥원은 20일 열린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사업 심의위원회에서 기재부가 확정한 총사업비 조정 결과를 의결했다.
4월 중에 진행될 예정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연구장비 예산 심의(NFEC)와 극지연 차원의 건조사업 위원회가 남았지만, 사업 추진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예산 문제가 해결돼 사업이 정상 궤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극지연 관계자는 “5월 중에는 입찰 공고를 개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배수량이 1만6560t으로 기존 아라온호(7507t)의 두 배에 달하고, 저유황 경유와 액화천연가스를 겸용으로 사용해 친환경 운항도 가능하다. 아라온호가 1m 두께의 얼음을 깰 수 있었던 데 비해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1.5m 두께 얼음도 깰 수 있게 설계됐다.
당초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2027년 진수가 목표였다. 한국은 2009년 첫 쇄빙연구선인 아라온호를 건조해 독자적인 남·북극해 연구 수행 역량을 갖췄지만, 한 대의 쇄빙연구선으로는 남극과 북극 탐사를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다. 아라온호도 건조한 지 15년 이상 지나면서 새로운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수부는 2016년부터 차세대 쇄빙연구선 건조 사업을 위한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신청했다. 정부 예산이 500억원 이상 투입되는 사업은 예타를 통해 경제성 평가를 받아야 한다. 쇄빙연구선 사업은 2차례 부적격 판정 끝에 2022년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다. 총사업비로는 2774억원이 배정됐고, 이 중 선박 건조 예산은 2200억원 정도였다.
하지만 실제 입찰이 시작되자 5차례에 걸친 입찰에 단 한 곳의 조선사도 참여하지 않았다. 물가가 오르고 선박 건조 비용도 덩달아 오르면서 배정된 예산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차세대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정부는 작년 10월부터 총사업비 조정을 위한 건조공사비 재추정에 나섰다. 4개월에 걸친 총사업비 재조정을 거친 끝에 571억원의 증액이 결정된 것이다.
총사업비의 15% 내에서 예산을 증액하는 경우 예타를 다시 거치지 않아도 된다. 이번에 증액된 예산도 이 한도를 맞춘 것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15% 한도와 별도로 물가 상승분과 원가검증 결과 등도 증액된 예산에 반영할 수 있다”며 “사업이 정상 추진될 수 있도록 최대한으로 총사업비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미국에서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면서 극지 탐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차세대 쇄빙연구선 사업에 긍정적인 신호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란드 합병을 주장하고 알래스카 가스 개발 사업을 각별히 챙기는 등 극지에 대한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극지 탐사는 쇄빙선이 필수다. 조선업 역량이 떨어지는 미국은 한국과 협력해 쇄빙선을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세대 쇄빙연구선은 미국에 국내 조선사의 쇄빙선 건조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극지연 관계자는 “미국에서 국내 쇄빙선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뉴스들이 많다 보니 국내 조선사들도 쇄빙연구선 사업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며 “충분한 규모의 예산 증액이 이뤄졌기 때문에 작년 입찰이 유찰됐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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