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가루' 유럽, 우크라 지원 합의 실패···푸틴만 웃는다 [글로벌 왓]

윤경환 기자 2025. 3. 21. 1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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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휴전 조건으로 요구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내분에 빠지며 안전보장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30일 간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 포로 교환에는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정보 지원 완전 중단을 휴전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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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러' 헝가리, 공동성명 또 발 빼
佛·伊도 긴급지원 재정부담 난색
"당장 급한 탄약 줄 돈도 모자라"
유로본드도 포기···네덜 "반대"
유럽 종전특사 논의땐 서로 고성도
NATO는 "방위비 30%씩 늘려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연합뉴스
[서울경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정보 지원 중단을 휴전 조건으로 요구한 가운데 유럽연합(EU) 정상들이 내분에 빠지며 안전보장 합의안을 도출하는 데 실패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 전선에서 발을 뺄 채비를 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에 대항할 자체 방위력을 증강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안보에 발등이 불이 떨어진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유럽 동맹국과 캐나다에 군사력을 30%씩 늘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EU 27개국 가운데 26개국은 20일(현지 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가진 정상회의에서 입장문을 내고 “각국의 역량에 따라 우크라이나의 자위권을 지원해 안보에 기여할 준비가 돼 있다”며 러시아를 향해 “전쟁을 끝내려는 진정한 정치적 의지를 보이라”고 촉구했다. EU 국가 중 친(親)러시아 성향인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는 공동 성명에서 빠져 만장일치의 의견을 내는 데는 실패했다. 헝가리는 2주 전 특별 정상회의 때도 공동성명 참여를 거부했다.

EU는 최대 400억 유로(약 63조 5000억 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긴급 군사 지원안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지 못했다. 국민총소득(GNI)에 비례해 기여하자는 방식에 프랑스, 이탈리아 등이 난색을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카야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가 우선 50억 유로(약 8조 원)를 조성해 당장 필요한 탄약부터 우크라이나에 제공하자고 한 제안 역시 이날 부결됐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심지어 EU 국가들은 유럽 종전특사 지명을 둘러싸고 서로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EU 정상들은 행정부 격인 집행위원회가 전날 발표한 2030년 재무장을 위한 로드맵 ‘대비태세 2030’ 국방백서에는 대체로 환영한다는 입장을 표했다. 이 계획은 EU 예산을 담보로 1500억 유로(약 238조 원)의 무기 공동 조달 대출금을 지원하고 각국이 4년간 총 6500억 유로(약 1034조 원)가량의 국방비를 증액할 수 있도록 재정준칙 예외 조항을 발동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다만 이 백서에도 프랑스 등 일부 회원국들이 요구한 ‘국방 공동채권(유로본드)’ 발행은 언급조차 되지 못했다. 딕 스호프 네덜란드 총리는 “우리는 공동채권 발행에 반대한다”고 선을 그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FP 연합뉴스

한편 블룸버그 통신은 이날 익명의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나토가 유럽 동맹국들과 캐나다에 향후 5~15년 간 무기와 장비 재고를 약 30% 늘리도록 요청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의 위협 대두와 트럼프 대통령의 방위비 전가에 대한 대응 차원에서다. 이 목표는 나토 동맹국의 국방장관이 브뤼셀에 모이는 6월 초까지 채택하는 것을 목표로 논의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 요청을 두고 미국은 지출을 바꿀 필요가 없지만 유럽 동맹국 대다수와 캐나다는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달하는 막대한 재정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푸틴 대통령은 지난 18일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하면서 30일 간 에너지·인프라 공격 중단, 포로 교환에는 합의하면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외국의 군사·정보 지원 완전 중단을 휴전의 조건으로 요구했다. 이에 대해 주요 외신은 협상이 푸틴의 뜻대로 그의 승리로 흘러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윤경환 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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