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의 항공모빌리티 '뚝심'…슈퍼널 "미국 넘어 인도 진출도 검토"
슈퍼널, 2028년 에어택시 상용화 목표
AAM 시장, 美·中 주도하고 韓 맹추격
"안전·효율성에서 시장 승자 판가름 날 것"
현대차그룹이 미래항공교통(AAM)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이어 최대 인구 대국으로 떠오른 인도 시장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전 세계적으로 에어택시 서비스 상용화가 임박했다고 보고 시장 선점을 준비하는 모양새다. 현대차그룹은 AAM 실적 부진에도 불구하고 미국에 설립한 독립법인 슈퍼널에 지난 4년간 1조8000억원이 넘는 투자를 단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재원 현대차 AAM본부장(사장) 겸 슈퍼널 최고경영자(CEO)는 전날인 20일 현대차 주주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2028년 상용화를 목표로 차질 없이 준비 중"이라며 "미국 시장은 물론 인도까지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AAM은 현대차그룹의 미래를 위해 굉장히 중요한 사업이기에 지속적인 투자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그룹이 인도시장 진출을 검토하는 건 성장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인도는 국토가 넓지만 도로 사정이 열악하다. 지상보다 항공모빌리티가 적합한 배경이다. 특히 에어택시는 초기 서비스 비용이 많이 드는 데다 막대한 인프라 투자비용이 들기에 국내총생산(GDP)이 높은 국가를 중심으로 선제 도입이 예상된다. 미국, 중국은 물론 인도가 유망 시장으로 손꼽히는 이유다.
정부의 규제 및 인프라 구축 의지도 확고하다. 인도 정부는 에어택시 운항을 위해 2050년까지 200개 이상의 공항과 헬기장을 갖추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미국 AAM 스타트업인 아처에비에이션도 인도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 중이다.
1.8조원…정의선 AAM '뚝심' 투자
현대차그룹은 AAM 사업에 지난 4년간 2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쏟아부었다.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3사는 슈퍼널에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 1조8866억원을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3사 연구개발(R&D) 비용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연도별로 보면 지난해 투자가 7132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슈퍼널 법인이 설립된 2021년 2497억원에서 2022년 4379억원, 2023년 4857억원으로 해마다 늘었다. 현대차가 완성차 부문이 아닌 특정 신사업에 이 정도 규모의 투자금을 쏟아부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특히 슈퍼널은 법인 설립 이후 4년째 줄곧 순손실을 기록 중이다. 지난해 당기순손실 규모만 6530억원에 달했다.
현대차그룹이 AAM 투자를 멈추지 않는 건 그룹의 미래 핵심 산업으로 지목한 영향이 크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AAM 시장은 2024년부터 2032년까지 연평균 20%씩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며 2032년에는 550억달러(약 80조원) 규모까지 시장 확대가 예상된다.
대규모 초기 비용이 드는 사업에 꾸준히 투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미래 모빌리티 주도권을 장악하겠다는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2019년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의 미래 매출 비중을 자동차 50%, 도심항공교통(UAM) 30%, 로보틱스 20%로 구성하겠다는 청사진을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구상에 따라 현대차그룹은 2019년 미국항공우주국(NASA) 출신의 신 본부장을 영입하고, 2020년 세계 최대 전자·IT 전시회 CES에서는 정 회장이 직접 무대에 올라 개인용 비행체(PAV) 'S-A1'을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정 회장은 "(UAM 분야에) 투자를 비롯해 훌륭한 파트너사와 인재 영입을 하는 만큼 향후 미래 모빌리티 시장에서 현대차 위상은 달라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1년 미국 현지에 AAM 독립법인 슈퍼널을 설립한 이후 꾸준히 기체를 개발한 끝에 2024년 CES에서 15m에 달하는 'S-A2'의 실물 모형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부터 AAM 독자 생산을 시작해 '에어 택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슈퍼널은 2028년부터 미국에서 100대 내외 규모로 초기 시범 생산을 시작하고 이후 대량 생산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기체의 본격 양산이 시작되면 상업용 승객 운송은 물론 해상 운송과 수색·구조 등 전문 서비스 운용까지 구상 중이다. 이를 위해 최근 허니웰, BAE 시스템, CHC헬리콥터 등 글로벌 방위산업·항공 부품업체와 전략적 협업을 추진하며 생산·운영 계획을 구체화하고 있다.
미국에서 인증이나 법규 문제 해결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은 지난해 10월 전기 수직 이착륙기를 포함한 '동력 리프트(powered-lift)'에 대한 최종 규정을 발표했다. 1940년 헬리콥터 도입 이후 새로운 항공기 카테고리 도입을 정의한 것이다. 이를 통해 AAM(장거리용), UAM(단거리용)의 운항에 대한 기준이 마련됐다. 신 본부장은 "FAA와 주요 업체들이 함께 논의해서 새로운 규범을 만들어가고 있다"며 "세부 내용은 업체 간에 한창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美·中 주도하고 韓 맹추격현재 AAM 개발과 상용화의 주도권은 미국과 중국이 쥐고 있다. 가장 빠르게 상업용 에어택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는 업체는 미국 기업인 조비 에비에이션이다. 조비는 서비스 개시를 위한 FAA의 인증 5단계 중 3단계를 완료했다. 올해까지 모든 인증 작업을 마치고 상용화 서비스를 시작하는 게 목표다. 영국과 두바이에서도 서비스를 위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이다. 조비의 에어택시는 조종사를 포함해 최대 5명을 태울 수 있으며 최대 시속 320㎞로 주행한다. 자동차로 45분 이상 걸리는 거리를 단 10분이면 도착할 수 있다.
중국은 무인항공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중국 드론 기업인 이항이 개발한 에어택시 기체는 2023년 10월 중국 정부로부터 형식 인증을 취득했다. 정부가 품질을 인증하는 수직 전기 이착륙기 형식 인증으로는 세계 최초였다. 이 기체는 최대 2명을 태울 수 있고 자율주행 시스템이 탑재됐다. 최대 속도는 시속 130㎞다. 한 번 날면 약 30~35㎞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가격은 41만달러(약 6억원)다. 이항은 올해 초 중국 상하이와 유럽 스페인, 북미 멕시코에서 상용화 서비스를 위한 시범 비행에 성공했다.
신 본부장은 슈퍼널의 개발·인증과 서비스 도입 속도가 늦다는 지적에 대해 "상용화를 위해선 기체뿐만 아니라 여러 제반 인프라가 함께 형성돼야 한다"며 "결국 시장에서 승자는 효율성과 안전성을 위주로 판가름 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우수연 기자 yes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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