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살 수 있죠?" 문의 폭주…전세계 놀란 '中 제품' 정체

김은정 2025. 3. 23.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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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포커스
현장에서 본 'BYD 쇼크'
'마의 5분 충전' BYD…"전기車 세계시장 정복에 한발짝"
출시 전인데 "언제 살 수 있나요"
中 판매장에 문의 빗발쳐
현지 택시 기사들도 관심
저가 꼬리표 떼고 기술 강자로
테슬라 15분 충전에 275㎞
BYD는 5분 충전에 400㎞
R&D 인력만 10만명 넘어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에 있는 BYD 판매장. 프리미엄 소형 전기차 ‘돌핀’ 모델 옆에 기본 판매가가 9만9800위안(약 2015만원)이며 순수 전기 주행거리가 520㎞라는 점이 표시돼 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출시일이나 선주문에 관한 지침이 내려오지 않았는데 고객 문의가 너무 많습니다.”

지난 21일 중국 베이징 차오양구 라이광잉에 있는 비야디(BYD) 판매장. 3년째 BYD 딜러로 일하는 추오정 씨는 BYD가 최근 발표한 급속 충전 전기차를 언제부터 살 수 있는지 묻는 기자에게 “아직 실물을 보진 못했지만 브로슈어가 나오고 예약 판매가 시작되면 바로 연락을 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보통 전기차가 30~40분 충전해야 갈 수 있는 거리를 BYD가 이번에 예고한 전기차는 5분이면 갈 수 있으니 기술력이 대단한 것”이라며 고객의 관심이 쇄도하고 있다고 했다.

BYD가 17일 선전 본사에서 5분 충전으로 400㎞를 달릴 수 있는 배터리와 충전시설 ‘슈퍼 e-플랫폼’을 공개하고 이 플랫폼을 적용한 ‘한L’ 승용차를 다음달 출시하겠다고 발표하자 중국 시장이 들썩이고 있다. 한L 가격은 최저 27만위안(약 5400만원)으로 알려져 있다.

4년간 BYD로 개인택시 영업을 하고 있다는 장레이 씨는 “택시 기사가 가장 선호하는 브랜드가 BYD”라며 “보통 하루 한 번 40분가량 충전하면 그날 영업을 다 할 수 있는데 더 좋은 모델이 나오면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세계 자동차업계도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그동안 중국 기업은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저가 자동차 시장을 주로 공략했는데 BYD가 고정관념을 깼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5분 충전이 BYD를 세계 시장 점령에 한 발자국 더 가깝게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월스트리트저널도 “‘중국의 테슬라’(BYD)가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섰다”고 전했다.

실제 BYD의 슈퍼 e-플랫폼 성능은 경쟁사를 능가한다. 테슬라는 15분 충전으로 275㎞를, 메르세데스벤츠는 10분 충전으로 325㎞를, 중국 리오토는 12분 충전으로 500㎞를 달릴 수 있다. 그동안 세계 전기차 시장에서 ‘충전 시간 10분’은 ‘마의 숫자’로 통했다. 충전 속도를 높일수록 배터리 과열로 안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BYD의 급속 충전 전기차가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BYD는 초고속 충전을 위해 자체 개발한 실리콘 카바이드 기반 전력 반도체 칩도 양산하기로 했다. 왕촨푸 BYD 회장은 “BYD의 목표는 전기차 충전 시간을 내연차 주유 시간만큼 짧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이 시스템을 적용한 초급속 충전소를 중국 전역에 4000곳 이상 설치하겠다고 했다.

BYD는 지금도 전기차 시장의 강자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전기차 413만7000대(플러그인하이브리드 차량 포함)를 팔았다. 178만9000대를 판매한 테슬라를 압도했다. BYD 판매량은 전년보다 43.4% 늘었지만 테슬라는 1.1% 줄었다. BYD는 지난달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시스템 신의 눈(天神之眼)을 전 차종에 무료 장착하기로 했다. 테슬라는 3만2000달러 이상 차에만 자율주행 기능을 넣는데, BYD는 10만위안의 저가 차에도 장착하겠다는 전략이다. 가성비 인공지능(AI)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딥시크의 소프트웨어도 도입할 계획이다. 여기에 급속 충전 기술까지 더해지면 전기차 시장에서 압도적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BYD의 기술 혁신은 창업자인 왕 회장의 집요함에서 나왔다. 워커홀릭으로 유명한 그가 업무에 매몰돼 딸이 태어나고서도 며칠 후에 처음 봤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공장을 방문한 중국 공무원이 배터리의 환경오염 가능성을 지적하자 그 자리에서 전해질 용액 한 컵을 마셔버렸다는 에피소드도 유명하다. 왕 회장은 “BYD의 최대 자산은 인재”라며 인력 양성과 기술 투자를 최우선에 둔다. 현재 임직원 약 90만 명이 있는데 이 중 10만 명 이상이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수직 계열화로 안정적인 부품 공급 체계를 갖춘 것도 BYD의 경쟁력이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 모터, 전자제어장치(ECU)를 모조리 자체 조달하는 곳은 BYD가 유일하다. 자체 조달이 가능해야 외부 환경에 따른 타격을 덜 받는다는 게 왕 회장의 신념이다.

BYD가 넘어야 할 관문은 ‘내수형 기업’이라는 꼬리표다. 최근엔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면서 인도, 태국, 브라질,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신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 현지 전기차업계 관계자는 “안정성과 해외 진출 실적 등에 대한 의구심이 여전하다”면서도 “연구소 기반의 기업이다 보니 전기차에 AI와 로봇 기술을 적극 결합해 미래 제조업의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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