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CEO 베스트50] 종합 1위·영향력 1위 |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배준희 매경이코노미 기자(bjh0413@mk.co.kr) 2025. 3. 20. 2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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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은 없었다.

매경이코노미가 심사숙고 끝에 선정한 2024년 ‘최고의 금융 CEO’ 영예는 조정호 메리츠금융그룹 회장 몫으로 돌아갔다. 영향력 1위를 비롯해 전 부문에서 비교적 고른 평가를 받아 종합 1위에 올랐다. 조 회장이 매경이코노미 금융 CEO 종합 1위에 오른 것은 지난 2022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포괄적 주식 교환을 통한 메리츠화재·증권의 자회사 편입 이후 파격적인 주주환원과 역대 최대 실적 달성까지, 조 회장 리더십이 여느 때보다 돋보였다.

특히, 올 들어 메리츠금융은 은행계 금융지주를 제치고 시가총액 기준 국내 2위 금융지주 지위에 올랐다. 은행 없이 증권사와 손해보험사만으로 일군 성과다. 조 회장 리더십이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은 결과로 분석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보험업을 주력으로 성장해 굴지의 투자 전문 회사로 자리매김한 미국 버크셔해서웨이의 길을 좇는다. 워런 버핏은 손해보험업을 기반으로 장기 투자 자금을 마련해 지금의 버크셔해서웨이로 키웠다. 조 회장은 주주환원 등 성장 스토리를 차별화해 ‘한국형 버크셔해서웨이’로 독자 정체성을 쌓고 있단 평가다.

조정호 회장은 한진그룹 창업주 故 조중훈 회장 막내아들이다. 선대회장이 별세하면서 금융 계열사(동양화재·한진투자증권·한불종합금융)를 물려받은 조 회장은 한진그룹 일가에서도 부러워할 만한 독보적인 금융그룹을 일궜다는데 이견이 없다.

1958년생/ 미국 대처고/ 서던캘리포니아대 경제학과/ 스위스 IMD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1983년 대한항공 구주지역본부 차장/ 1991년 한진투자증권 상무/ 1999년 한진투자증권 대표이사 부회장/ 2003년 메리츠증권 대표이사 회장/ 2011년 메리츠금융그룹 회장(현)
계열 분리 후 40배 성장

“모두가 리더이자 혁신가”

메리츠금융그룹 성장 속도는 동종 산업 평균 등 어떤 잣대로 봐도 ‘놀랍다’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 2005년 증권과 화재를 합친 메리츠금융 자산은 3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2024년 말 기준 115조6000억원을 달성해 40배 가까운 성장을 일궜다. 중소형사에 불과했던 메리츠증권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자기자본 규모를 키웠다. 2024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각각 1조549억원과 6960억원으로 2022년 이후 2년 만에 영업이익 ‘1조 클럽’에 복귀했다. 2010년 77억원에 불과하던 순이익은 15년 만에 90배 이상 성장했다. 2000년 한진그룹 계열 분리 당시 메리츠증권 자기자본은 2304억원에 불과했지만, 현재는 24배 성장한 6조984억원(2023년 말 기준)까지 늘었다. 이는 주로 모기업 증자로 자기자본 규모를 키운 은행계 지주 계열 증권사와 대비된다.

‘손해보험 업계 만년 5위’였던 메리츠화재도 지위와 평판이 몰라보게 달라졌다. 2024년 1조7105억원(별도 기준)의 당기순이익으로 2020년 이후 5년 연속 사상 최대 이익을 올려 순이익 ‘2조원 고지’를 눈앞에 뒀다. 2005년 분리 당시(계열 분리 전 자산 2조7000억원)와 비교하면 메리츠화재 자산은 15배 늘었다.

조 회장은 오너 경영인이지만, 우리 재계에 익숙한 수직적·1인 리더십이 아닌 권한 이양(Empowerment)에 기반한 집합적 리더십(Collective Leadership)을 성공적으로 구현했다는 평가다. 집합적 리더십은 특정 개인이 리더십을 독식하는 구조가 아니라, 조직 전체가 ‘집합적으로’ 리더십을 구현한다는 의미다. 집합적 리더십과 권한 이양은 상호 보완적 관계다. 구성원들이 더 많은 의사결정 권한과 자율성을 부여받으면 이는 리더십 공유로 이어져 자연스레 집합적 리더십을 강화한다.

조 회장은 소유와 경영을 분리한다는 원칙 아래 김용범·최희문 부회장 등 역량이 탁월한 전문경영인을 영입해 실질적인 권한 이양으로 집합적 리더십 기틀을 닦았다. 최희문 부회장은 2010년부터 2023년까지 13년간 메리츠증권 CEO를 지냈다. 김용범 부회장 역시 2015년부터 2023년까지 9년간 메리츠화재를 진두지휘했다. 통상 남은 임기가 짧아질수록 전문경영인은 모험적인 시도를 지양하고 단기 재무 성과만을 추구하는 패턴을 보이는데, 메리츠금융은 이런 관성에서 자유롭다. 이 같은 집합적 리더십은 외부 환경 변화에 대한 조직 적응성과 유연성을 높여 메리츠금융 고유의 핵심 자산으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업에서 긴급한 의사결정이 필요해 수천억원 규모 투자까지 사후 보고로 진행됐다는 일화는 메리츠금융 권한 이양의 수준을 보여준다”고 촌평한다.

기업가정신 리더십(Entrepreneurial Leadership)도 조 회장이 메리츠금융에 심은 조직 DNA로 평가된다. 조 회장은 ‘주도적 사고와 행동력을 지닌’ 인재 영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임직원들의 기업가정신 리더십을 자극한다. ‘실패하면 바로잡으면 된다. 시도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게 조 회장 지론 중 하나다.

중복상장 없애고 TSR 78%

주주환원·밸류업 ‘모범생’

조 회장 리더십이 유독 돋보인 대목은 메리츠금융 지배구조다.

첫째, ‘원메리츠’ 체제 개편이다. 메리츠금융그룹은 2023년 4월 3개 상장사(메리츠금융지주·메리츠화재·메리츠증권)를 하나로 합쳐 ‘원메리츠’로 재편했다. 이는 오너 일가 지배력 유지를 위해 모자회사 중복상장이 만연한 국내 자본 시장 풍토에 비춰 이례적인 결정으로 평가된다. 별도 조직으로 흩어져 있던 3사 간 통합으로 의사결정 체계가 간소화됐고 그룹 자본을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단 평가다.

둘째, 주주환원이다. 기업가치 제고 핵심 평가 지표인 총주주수익률(TSR)은 경쟁사를 압도한다. TSR은 주가 수익률과 배당을 포함한 개념으로, 일정 기간 주주가 얻을 수 있는 총 수익률이다. 지난해 메리츠금융 TSR은 78.3%다. 메리츠금융에 100원을 투자했다면 약 80원의 수익을 얻을 수 있단 의미다. 2023년 이후 메리츠금융 누적 TSR은 152%에 달한다.

메리츠금융은 TSR을 극대화하기 위해 내부 투자 수익률·자사주 매입 수익률·현금 배당 수익률을 비교한다. 이를 토대로 주주 가치 제고에 최적인 자본 배치 전략을 짠다. 이를 기반으로 메리츠금융은 2023~2025 회계연도 기간 연결 당기순이익 50%를 주주에게 돌려주기로 해 이를 실천에 옮기고 있다. 메리츠금융 주주환원율은 2023년 51.2%, 2024년 53.1%로 50% 이상 유지 중이다.

메리츠금융은 자사주 매입·소각을 통한 주주환원도 적극적이다. 2024년 3월과 9월 각 5000억원(총 1조원) 규모 자사주 매입을 공지했고 지난 1월 말까지 누적 923만주·약 8256억원 규모 자사주를 취득했다. 남은 금액은 오는 9월까지 매입을 완료한다. 메리츠금융은 매입 자사주 100% 소각을 원칙으로 삼는다.

이 같은 지배구조 개편과 주주환원에는 경영권 승계에 관한 조 회장 철학이 밑거름이 됐다. 조 회장은 “지분율이 내려가도 좋다”며 “기업을 승계할 생각도 없으니 경영 효율을 높이고 주주 가치를 제고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을 하자는 제안을 경영진에게 먼저 했다”고 밝혔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총주주수익률(TSR), 주주환원율, 자본비용, 자본초과수익, 밸류에이션 등 모든 핵심 지표가 포함돼 A+ 학점을 부여한다”고 평가했다.

[배준희 기자 bae.junhee@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01호 (2025.03.19~2025.03.25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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