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계엄사태에 안 놀라… 민주주의에 늘 있던 문제”

맹경환 2025. 3. 20.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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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해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면서 "민주주의 역사에서 늘 있었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역사적으로 집권 정당의 친위 쿠데타가 훨씬 많았다"며 "많은 독재자가 처음엔 법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으나 이후에는 권력 유지를 위해 법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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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발 하라리, 책 출간 홍보차 방한
尹 계엄을 ‘친위 쿠데타’로 평가
“AI 개발경쟁, 인류멸종 부를 수도
언론의 게이트 키핑 역할 중요”
유발 하라리가 20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정치 상황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피엔스’의 저자인 역사학자 유발 하라리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 소식을 듣고 “크게 놀라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친구가 “한국에 쿠데타가 일어났다”고 전했을 때 처음엔 북한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남한’이라는 답을 듣고도 “진작에 일어날 일이 발생했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지난해 출간된 저서 ‘넥서스’ 홍보차 한국을 찾은 하라리는 20일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가졌다. 한국의 계엄 사태에 대해 ‘친위 쿠데타’라는 표현을 쓰면서 “민주주의 역사에서 늘 있었던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민주주의 국가에선 역사적으로 집권 정당의 친위 쿠데타가 훨씬 많았다”며 “많은 독재자가 처음엔 법을 이용해 권력을 잡았으나 이후에는 권력 유지를 위해 법을 파괴했다”고 설명했다.

하라리는 “독재자를 꿈꾸는 많은 지도자는 매뉴얼을 지니고 있다. 일단 언론을 파괴하고, 독립된 법원을 파괴하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것”이라며 “자유 언론과 독립적인 사법부가 없다면 선거는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다. 북한이나 러시아가 그 예”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권층의 부패를 대중에게 알리기 위해선 언론의 자유가 필요하고, 정부를 견제하고 불상사를 예방하거나 중단시키기 위해선 사법부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넥서스’는 지나치게 빨리 발전하고 있는 인공지능(AI)의 위험성을 언급한 책이다. 그는 “AI 발명은 이전의 과학 혁명과 완전히 다르다. 기존 발명품처럼 인간이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AI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것”이라며 “고도의 지능을 갖춘 독립 행위 주체자들을 세상에 풀어놓는 것과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많은 빅테크 기업이 경쟁자들을 이기기 위해 서둘러서 AI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데, 이것이 인류의 멸종, 절멸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AI 혁명을 안전하고 책임감 있게 가져갈 수 있도록 인간 사이의 신뢰를 회복하는 게 우선적인 목표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라리는 AI가 만든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언론의 사실 확인과 ‘게이트 키핑’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의도적으로 정보를 차단하는 ‘정보 다이어트’도 언급했다. 그는 “과식이 몸에 안 좋은 것처럼 정보도 너무 많이 흡수하면 안 된다”면서 “정보도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 신경 써서 섭취하고, 이후 꼭 소화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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