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환경 나빠 넘어가"…'속초시지' 월북 표현에 분개한 납북어부들

윤왕근 기자 2025. 3. 20.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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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70년대 강원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어부들이 속초시가 발간한 '속초시지' 내용에 명예가 훼손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시민모임)은 20일 속초문화원에서 '속초문화원장 규탄 및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귀환어부의 명예를 훼손한 속초시지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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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납북 원인 자진월북으로 허위적시" 속초문화원장 고소
"전량 회수·폐기해야"…문화원 "회수 어려워, 정오표 배포"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이 20일 강원 속초문화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속초문화원이 발간한 '속초시지'를 전량회수해 폐기하라고 촉구하고 있다.2025.3.20/뉴스1

(속초=뉴스1) 윤왕근 기자 = 1960~70년대 강원 동해안에서 조업 중 북한에 납치됐다가 귀환한 뒤 간첩으로 몰려 억울한 옥살이를 했던 납북귀환어부들이 속초시가 발간한 '속초시지' 내용에 명예가 훼손됐다며 분개하고 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시민모임)은 20일 속초문화원에서 '속초문화원장 규탄 및 고소·고발'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귀환어부의 명예를 훼손한 속초시지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라"고 촉구했다.

지난해 10월 속초문화원이 6억 5000만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제작해 책자와 PDF, 이북(e-book) 형식으로 배포한 '속초시지' 내용 중 시민모임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선 것은 '속초시지 1' 중 684페이지부터 소개되고 있는 '2. 납북귀환 어부 간첩조작 사건' 장에 소개된 납북어부들의 '납북 원인'에 대한 서술 부분이다.

1960~70년대 속초지역 납북어부 간첩조작 사건을 서술한 '속초시지' 내용.(속초시지 e-book 캡처) 2025.3.20/뉴스1

해당 페이지에는 '당시 이들이 납북되는 이유는 어로저지선 남쪽이 어업환경이 나빴기 때문에 어로저지선을 지나 북쪽으로 가서 어업조합을 했기 때문'으로 서술돼 있다.

납북어부와 그 가족들은 해당 부분이 "납북 원인이 어부들의 자진월북이라고 허위 사실을 적시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해당 페이지엔 또 '조류가 나빠 바다에 그물이 유실되거나, 그물 간에 얽혀 어부들 간의 싸움이 일어나고, 명태를 쫓기 위해 어부들은 어로저지선을 넘는데, 이를 전방 작업이라고 부른다. 이러한 전방 작업으로 인해 북한에 납북되는 결과를 초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시민모임은 "해당 부분에 얼굴과 이름이 나온 2명은 당시 재판에서도 이미 무죄를 선고받은 피해자들"이라며 "이미 당시 무죄를 선고받은 죄 없는 사람까지도 간첩이라고 얼굴 사진과 실명, 조작된 범죄행적을 게시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많은 납북귀환어부들이 진실화해위원회의 진실규명과 재심무죄판결로 수십년만에 억울한 누명을 벗었지만, 아직 명예회복을 못한 어부들과 가족들이 더 많다"며 "속초시지의 잘못된 내용은 아직 명예회복을 못해 억울한 납북귀환어부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조치를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이라도 속초문화원장은 과거 독재정권의 어민탄압 논리를 그대로 대변해 납북귀환어부들의 명예를 심각하게 훼손한 속초시지를 전량 회수해 폐기, 더 이상의 추가 피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해안납북귀환어부 피해자 진실규명 시민모임 관계자들이 20일 속초경찰서를 방문해 속초문화원장 A 씨 등 3명을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소하고 있다.(시민모임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5.3.20/뉴스1

시민모임은 이날 기자회견 이후 속초문화원장 A 씨와 해당 내용 집필자 2명을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 사자 명예훼손 위반 혐의로 속초경찰서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속초문화원 관계자는 "납북어부 후손분들과 속초시민께 본의 아닌 상처와 혼란을 드린 점을 깊이 사과한다"면서도 "배포된 시지를 전량 회수해 폐기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온라인상 공개되는 PDF 파일을 수정해 게시하고, '정오표'를 8월까지 제작해 기존 속초시지 배포처에 발송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wgjh6548@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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