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발두통, 멀쩡하다가 ‘출산의 고통’ 넘는 통증…국내 첫 진료지침 발표
대한두통학회 진료지침 공식 발표
경험 치료 벗어나 근거 기반 지침 공개
편두통 오인 쉽지만 치료법 전혀 달라
치료·예방약 발표했지만 사용 약제 제한적
최선의 두통 치료 위해 제도 개선 필요
3월21일 ‘군발두통의 날’을 앞두고 대한두통학회가 군발두통 치료 진료지침을 공식 발표했다. 국내 첫 지침으로, 국제적으로도 2006년과 2023년 유럽신경과학회, 2016년 미국두통학회 등의 지침만이 있을 정도로 흔치 않다. 2022년 지침 개발을 시작한 학회는 최신 연구 결과를 반영해 급성기와 예방 치료에 대한 구체적인 권고안을 담았다.
군발두통(Cluster Headache)은 결막 충혈, 눈물, 코막힘, 콧물, 땀 등의 자율신경 증상을 동반하는 심한 두통이 집단적·주기적으로 나타나는 두통이다. 군발두통은 3차신경 중 눈으로 가는 통각수용기에 의한 뇌부교감신경 반사가 과도하게 활성화되면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군발두통은 1천 명당 1명꼴로 발병할 정도로 비교적 드물지만, 두통 중에서 가장 극심한 통증을 유발하는 중증질환이다. 통증 정도는 ‘눈으로 아이를 낳는 산통을 느끼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심각하다. 군발두통 환자 1600명이 통증점수를 10점 만점에 9.7점으로 평가한 조사 결과도 있다. 같은 조사에서 분만(7.2점), 췌장염(7.0점), 총상(6.0점), 허리디스크 통증(5.9점), 칼에 찔린 상처(자상, 4.9점) 등과 비교해도 가장 높았다.
문제는 진단검사에서 특정할 수 있는 생체지표가 없어 두통 전문가가 아니면 진단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일상에서 편두통으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 군발두통 발병 뒤 진단까지 평균 5.7년이 걸린다는 연구 분석 결과도 있다.
가장 큰 특징은 평소엔 멀쩡하다가 특정 기간 동안 두통 증상이 몰아서 발생하는 것이다. 1년 중 특정 기간이나 특정 계절 중 수일에서 수주 동안 거의 매일 나타나며, 수년에 한 번씩 발생하기도 한다. 한 번 발생하면 15분에서 3시간까지 극심한 고통이 지속되며 하루에 8번까지도 반복적으로 발생한다. 양쪽 머리가 모두 아플 수 있는 편두통과는 달리, 군발두통은 한쪽에서만 통증(일측성)이 발생하며 통증 방면으로 한쪽 눈꺼풀이 붓거나 눈물이나 콧물이 한쪽에서만 나오는 자율신경 증상을 동반한다. 따라서, 편두통과는 치료 방침이 상당히 구별되며 편두통으로 오인해 치료받을 때 만성형으로 변할 수 있다. 국내에선 약 5%의 환자가 한 달에 9일, 1년에 9개월 이상 지속하는 원인을 모르는 극도의 고통을 겪으면서 직장을 잃거나 자살하는 환자도 있다.
이번에 발표된 지침에 따르면, 급성기 치료 약제로는 뇌의 세로토닌 수용체에 작용하는 트립탄 제제 약물(△경구용 졸미트립탄 △스마트립탄 피하주사 △졸미트립탄 비강 스프레이 △스마트립탄 비강 스프레이)이 중등도의 근거 수준을 바탕으로 강하게 권고됐다. 산소투여 치료법 또한 중등도의 근거 수준에서 높은 등급으로 권고됐다. 다만 현재 국내에서 군발두통에 사용 가능한 방안(약물 적응증 허가 및 건강보험 급여 등재)은 경구용 졸미트립탄 복용뿐이다.
예방 치료를 위해선 △후두하 스테로이드 주사 △경구용 스테로이드 △리튬 △베라파밀 △칼시토닌 유전자 연관 펩타이드(CGRP) 항체 등이 권고됐다. 이 중 리튬과 베라파밀은 정확한 비교 연구 결과 등이 부족해 근거 수준은 비교적 낮았지만, 그간 국내외에서 1차 치료제로 활용하며 경험적으로 예방 효과가 축적된 만큼 권고 약물에 포함했다. 애브비의 아큅타 등 최근 편두통 치료제로 개발된 CGRP 항체 약물은 아직 군발두통에 대한 적응증 허가를 받진 못했으나, 관련 효과를 입증한 임상연구 결과가 이어지고 있어 높은 수준으로 권고됐다.
이 외에 이들 방법을 사용할 수 없거나 효과가 불충분할 땐 전문가 합의에 기반해 급성기 치료제로 △경구용 트립탄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 △에르고트 제제 △옥트레오티드 피하주사 △비강 리도카인을, 예방 치료제로 △토피라메이트 △발프로산 △멜라토닌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비침습적 미주신경 자극술 △나비입천장신경절 자극술 △후두신경 자극술 △뇌심부 자극술 등의 신경조절치료법도 필요 환자에게 고려할 수 있다.
학회는 군발두통이 희귀질환인 탓에 근거 수준이 높은 치료법이나 관련 연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데다 국내에선 사용이 어려운 약제가 많은 상황이어서 이번 지침을 개발했다고 설명했다. 주민경 대한두통학회장(세브란스병원 신경과 교수)은 “군발두통은 흔한 병이 아니기에 치료기준이 세워진 국가도 적은데다 국내에선 의학적으로 필요하다고 판단돼도 제도적으로 적응증을 허가받은 약제가 적어 진료 현장의 제한이 너무 많다”며 “군발두통 치료가 제도권으로 들어와 최선의 두통 치료를 시행하기 위해선 향후 임상 현장과 제약산업, 정부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이때 고려할 수 있도록 이번 지침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지현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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