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무제한 국방비 전략’… 佛은 핵공격 가능 전투기 40대 추가

이기욱 기자 2025. 3.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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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각국 안보 자강… 美의존 탈피
폴란드 등 “대인지뢰 금지협약 탈퇴”
EU ‘5년내 재무장’ 국방백서 공개
국방비 지출 5년간 1270조원 늘려
유럽연합(EU)이 2030년까지 유럽의 재무장을 마치겠다는 국방백서 ‘대비 태세 2030(readiness 2030)’을 19일 공개했다. 향후 5년간 유럽의 국방비 지출을 현재보다 최대 8000억 유로(약 1270조 원) 늘리고 국방 지출의 65%를 유럽산 부품 사용으로 충당한다는 이른바 ‘바이 유러피안(Buy European)’이 핵심이다. 도널드 트럼프 2기 미국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에 방위비 증액을 강하게 압박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의 휴전 협상 과정에서도 친(親)러시아 행보로 일관하자 유럽 또한 안보 자강을 강화하며 미국과의 ‘거리 두기’에 나섰다.

특히 EU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 의회는 같은 날 최대 1조 유로(약 1590조 원) 규모의 국방 및 인프라 투자 계획을 담은 법안을 통과시켰다. 프랑스 또한 핵미사일의 운용이 가능한 라팔 전투기 40대를 추가 배치하고 15억 유로(약 2조3800억 원)를 군 현대화에 투자하기로 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 발트 3국(에스토니아·라트비아·리투아니아)은 러시아의 군사 위협에 맞서겠다며 1997년 체결된 대인지뢰 금지 협약 ‘오타와 협약’을 탈퇴하겠다고 예고했다.

● 폰데어라이엔 “유럽산 부품 65% 구매해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18일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와 덴마크 수도 코펜하겐의 왕립 육군사관학교를 찾아 “전쟁을 피하려면 전쟁에 대비해야 한다. 내일(19일) ‘대비태세 2030’ 로드맵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EU 웹사이트 등에 따르면 이번 로드맵의 주요 내용은 △최대 8000억 유로(약 1270조 원)의 국방비 지출 증대 △우크라이나를 위한 ‘고슴도치 전략’(상대를 이기진 못 해도 치명상은 입히겠다는 전략) △EU 전역을 아우르는 국방 시장 구축 △범유럽 협력 확대 등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취재진과의 대화에서 “국방비 지출의 65% 이상은 유럽산 부품을 쓰는 식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이 부품이 유럽 내 생산 시설에서 만들어져야 한다며 “더 많은 유럽 제품을 구매하라”고 거듭 외쳤다.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에게도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의 안보는 누구와도 나눌 수 없다”며 “그린란드와 덴마크에 ‘유럽의 주권과 영토 보전을 옹호한다’는 점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 佛·獨·폴란드·발트3국, 안보 자강 강화

18일 독일 하원 격인 연방 의회는 국방과 인프라 분야 지출을 최대 1조 유로까지 늘리는 것을 허용하는 기본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특히 국방비에 대해서는 부채 한도 규정을 면제해 사실상 무제한으로 국방비를 늘릴 수 있게 했다. 21일 상원에서 통과될 가능성 또한 높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은 전망했다.

올 2월 총선 승리 후 이번 법안 통과를 주도했으며 유력한 차기 총리로 꼽히는 프리드리히 메르츠 기독민주당 대표는 18일 “국방비 부채 한도 면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침략 같은 특정 상황에서 허용된다”며 러시아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그는 “오늘의 결정은 독일을 넘어 유럽 전체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또한 같은 날 북동부 뤽세유생소뵈르의 공군기지를 찾아 이곳을 핵 억지력 구축을 위한 기지로 바꾸겠다고 강조했다.

폴란드, 발트3국 등 4개국 국방장관은 같은 날 공동 성명을 내고 오타와 협약을 조만간 탈퇴하겠다고 밝혔다. 네 나라는 모두 러시아, 대표적 친러 국가인 벨라루스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러시아 및 벨라루스 접경지대에 지뢰를 설치해 혹시 모를 러시아의 침공 위협에 대처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4개국 모두 자국 의회의 승인 등이 필요해 공식 탈퇴까지는 최소 반년이 걸릴 것이라고 로이터통신 등은 전망했다.

한편 푸틴 대통령은 18일 수도 모스크바에서 개최된 재계 이익단체 ‘러시아 산업·기업인 연맹(RSPP)’ 회의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지한 ‘주요 7개국(G7)’을 거론했다. 그는 “G7은 지도에서 잘 보이지도 않는다”며 손을 안경처럼 만들어 얼굴에 대고 조롱했다. 지난해 유로존의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9%에 불과했지만 러시아는 4.1%에 달했다고 자랑했다.

이기욱 기자 71wook@donga.com
김보라 기자 purp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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