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韓 관세 협상에 '민감국가 해제' 카드로 쓸까
정부, '민감국가' 파문에 부랴부랴 뒷수습
내달 2일 상호 관세...대미 협상 부담 우려
"트럼프, 민감국가 해제 대가 요구할 것"
[더팩트ㅣ이동현 기자] 정부가 미국 에너지부(DOE)의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두 달 동안 몰랐던 것으로 파악되면서 외교 참사라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그 이유라며 수습에 나섰지만, 해당 사안이 한미 관계의 새로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배제하기 어렵게 됐다.
특히 한국은 트럼프발(發) 관세 전쟁 영향권에 들어온 상황이다. 미국은 내달 2일 상호관세를 예고하며 주요 무역적자국으로 한국을 특정했다. 문제는 미국이 민감국가를 '협상 카드'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실제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기 시절 여러 협상에서 '제재 부과 및 해제'를 전략적으로 활용한 바 있다.
미 에너지부는 지난 14일(현지시간)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 국가 목록(Sensitive and Other Designated Countries List, SCL)' 최하위 범주에 포함했다. 민감국가 지정 효력은 내달 15일이다. 민감국가는 미국 입장에서 정책적 고려가 필요한 국가로 에너지부가 국가안보, 핵 비확산, 지역 불안정, 경제안보 위협, 테러 지원 등을 이유로 포함할 수 있다.
에너지부는 미국의 핵 정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이에 따라 한미 간 원자력, 에너지, 첨단기술 협력이 제한될 수 있다. 하지만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사실을 두 달간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조태열 외교부 장관은 지난 1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에너지부에서 우리에게 사전 통보를 해서 알게 된 게 아니고, 비공식 경로를 통해서 알게 됐다"고 밝혔다.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는 모양새다. 외교부는 지난 17일 늦은 저녁 대변인실 공지를 통해 "에너지부가 한국을 민감국가 리스트에 포함한 것은 외교정책상 문제가 아닌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에 대한 보안 관련 문제가 이유인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보안 관련 문제'가 구체적으로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8일 정례브리핑에서도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확인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에너지부 감사관실(OIG)이 지난해 상반기 미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살펴보면 한국이 민감국가로 지정된 배경을 짐작할 수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에너지부 산하 아이다호 국립연구소(INL) 소속 직원이 수출 통제된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유출하려다가 적발돼 해고된 사건이 발생했다. 보고서에는 해당 직원이 외국 정부와 소통한 정황이 적시돼 있는데, 외국 정부가 특정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한국 정부를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이 사건 외에도 한국이 미국의 민감국가로 지정되게 된 '보안 관련 문제'가 더 있을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민감국가 사안이 미국 측의 '협상 카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가 내달 2일 예고한 상호 관세 문제에서 이를 전략적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가능성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시절 분야를 막론하고 '제재 후 해제' 조치를 통해 외교적 우위를 점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18년 튀르키예가 억류한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런슨의 석방을 위해 경제 제재 카드를 꺼냈다. 튀르키예 내무장관과 법무장관을 제재 대상에 올리고, 튀르키예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관세를 두 배 인상하기로 발표한 것이다. 결국 튀르키예는 브런슨 목사를 석방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보복을 완화하기로 했다.
그의 '제재 후 해제' 조치는 북미 관계에서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1기 취임 이후 강력한 대북제재를 암시했다.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완화 또는 해제를 협상 카드로 제시하며 2018년 싱가포르 회담과 2019년 하노이 회담을 이어갔다.
이를 고려했을 때 트럼프 대통령이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빌미로 관세 협상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내걸 수 있다는 것이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더팩트>와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의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하나의 레버리지로 활용할 것"이라며 "관세 협상 또는 핵 관련 정보를 요구하는 등 몇 배 이상의 대가를 한국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필연적"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민감국가 지정 해제를 위해 미국과의 협의에 나설 예정이다.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7일 대외경제현안간담회를 열고 관계 기관에 민감국가 사안을 미 측에 적극 설명하라고 지시했다. 최 권한대행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미국 측이 동향을 파악하고 우리의 노력을 적극 설명하는 한편, 상호 관세 대상 유력 업종 등의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가 함께 노력하라"고 주문했다.
koiflag@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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