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최장 심리’ 갱신 중인 尹 탄핵심판…서초동에서 바라본 시선은
“만장일치 결론 내려 하는데, 접점 찾지 못하고 있는 듯”
“내란죄 빼고 탄핵심판 진행, 논란”…‘절차적 정당성 확보 못해’ 각하설도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심판 선고가 이르면 이번 주 내에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역대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비교해 최장 기간 심리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평의가 길어지는 이유에 대해 대중의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재판관들의 장고가 이어질수록 서초동과 여의도를 중심으로 다양한 주장도 나온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재판소법 제38조에 따라 사건 접수 후 180일 이내에 결정을 내려야 한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선고까지 6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91일이 소요됐다.
일각에선 법리적으로 다퉈야 할 쟁점이 너무 많아 재판관들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하지만, 서초동의 생각은 다르다. 다수 법조인들은 탄핵 소추 과정에서 내란죄가 빠지는 등 일부 논란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탄핵 인용이 될 요건을 명명백백히 갖춘 상황이기에 재판관들 사이에서도 파면 결정에 대해선 큰 이견이 없을 것으로 본다.
선고가 늦어지는 이유는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려야 하는데 이 부분에 대한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가 높아진 상황에서 재판관들이 개인의 이름을 걸고 소수 의견을 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며, 만장일치로 결론을 내려야 후폭풍을 피할 수 있다는 것이다.
① 만장일치 '파면' 가능성
변론 과정에서 국회 탄핵 소추인단 측 핵심 증인 중 한 명이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 신빙성이 흔들리며 탄핵을 입증할 증거가 부족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회에 군인을 투입해 입법부인 국회의 기능을 마비시키려고 했다는 점이 명백하기에 파면 결정에 영향을 주진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다수다.
기일이 진행되는 동안 윤 대통령 측에선 "반국가세력을 일거에 척거하기 위해서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실제 반국가세력이 국회 혹은 행정부에 침입했다는 객관적 증거가 없었다는 점도 윤 대통령 측 변호인단이 탄핵심판 변론 과정에서 계엄의 이유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검찰 출신 안영림 변호사는 "주장이 성립하기 위해선 근거가 있어야 하는데, 윤 대통령 변호인단 측의 주장은 논리력 그리고 설득력과 별개로 근거가 부족하다"고 했다.
일각에선 헌법재판소가 파면 결정을 내릴 경우 국론이 분열되는 것을 고려해 선택지에서 제외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헌재는 비상계엄이라는 초법적 조치가 정당한지를 판단하는 기관이기에 여론을 기반으로 한 판단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관된 견해다. 안 변호사는 "재판관들도 뉴스를 살펴보긴 하겠지만, 법에 기반해서 판단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② "기각 가능성이 있다"
여권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대표적 가설이다. 19일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은 "현 상황이라면 적어도 기각이나 각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적어도 6명의 재판관이 의견일치를 봤다면 바로 결정할 수 있는 상황인데, 이토록 결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면 6명의 의견일치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 아니냐는 게 주장의 근거다.
7일 법원이 윤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받아들여 구속 취소 결정을 내리고, 석방됨에 따라 "기각될 것"이라는 기대섞인 전망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뿐만 아니라 통상 진행되는 평의 기간보다 일주일 이상 초과하자, '재판관들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기각설(設)이 급격히 확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더불어민주당을 중심으로 '탄핵 찬성' 입장을 가진 야당들이 장외 집회와 단식 농성에 본격적으로 들어간 것도 기각설에 힘을 실어주는 요인이 됐다. 당초 탄핵 소추안이 가결되고, 변론 기일이 열릴 때만 해도 야권에선 기각 가능성을 언급하는 의원이 없었다. 다수 의원이 헌법재판소에서 빠른 결론을 내릴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2심 선고가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야당의 셈법도 복잡해지고 있다.
김소정 변호사는 "국회 측에서 최초 탄핵소추안엔 '내란죄'를 넣었는데, 이후 이 부분을 뺐다. 가장 큰 탄핵 사유로 삼았던 내란죄를 빼고 탄핵심판을 진행하는 것도 논란이 되는 부분"이라며 "주요 증인 중 한 명이었던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의 진술 역시 일관성을 잃으며 신빙성을 잃은 것도 관건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양상이 다른 이유"라고 했다.
③ "각하될 수도 있다"
내란죄 수사 권한이 없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지 못한 채 윤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기에 탄핵심판 선고 결과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설도 존재한다. 그러나 윤 대통령이 받고 있는 형사 재판에서는 이같은 주장이 받아들여져 '공소 기각'으로 정리될 수도 있겠으나, 헌법재판소의 판단엔 영향을 줄 가능성이 낮다고 본다.
'승복 메시지' 놓고 대립하는 여의도
국회가 위치한 여의도에선 '승복 메시지'를 놓고 "헌재의 결정에 승복해야 한다"는 주장과 "피해자인 야당이 왜 승복해야 하느냐"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7일 "탄핵이 기각될 경우 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선동도 하는데, 민주당은 이런 자세를 버리고 한시라도 빨리 헌재 결정에 승복할 것임을 분명하게 밝혀야 한다"고 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도 같은 날 "대통령 탄핵 선고 이후에 작금의 국가적 혼란을 멈추려면 정치권이 탄핵 심판 선고에 제대로 승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조선일보 기자 출신 보수 논객인 조갑제 조갑제닷컴 대표는 17일 "승복은 가해자인 윤석열만 하면 된다. 왜 피해자인 야당이, 국민이, 회사 사장이 징계 결과에 승복해야 하느냐"라며 "야당과 국민과 회사 사장은 피해자인데, 가해자와 동격으로 취급해 '같이 승복해'라고 하는 것은 정의의 법칙에 위배된다"고 했다. 김민석 민주당 최고위원은 18일 "승복을 약속할 진짜 당사자는 윤석열이다. 자기 살고, 김건희 살리자고 이 난리를 만든 당사자 아니냐"며 윤 대통령이 직접 승복을 약속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탄핵심판 당사자인 윤 대통령 측은 18일 "결과와 그 이유를 모르는데 의견을 미리 말하기 어렵다"며 "선고 전에 승복 여부에 대한 입장을 낼 계획이 없다"고 했다. 대통령실 역시 "차분하게 지켜보겠다", "변호인단과 윤 대통령이 논의할 일이다"란 입장만 짧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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