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전쟁의 속셈... 한국은 6가지 명심해야 [소셜 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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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면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들을 전례 없는 강도와 속도로 쏟아내고 있다. 국제 정치 측면에서는 미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 측 입장에 접근하면서 동맹인 서유럽 각국과 심각한 파열음을 내고 있다. 국제 경제 측면에서는 중국뿐 아니라 캐나다, 멕시코, 유럽연합(EU) 국가들에 전방위적인 관세 공격을 시작했고, 심지어 역대 미국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지켰던 '강한 달러' 정책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주장도 확산하고 있다.
언론은 트럼프 정책이 파괴적인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예측을 쏟아내고 있다. 하지만 그런 보도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이 현재 추진 중인 정책을 단기에 철회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트럼프 1기 때도 중국과의 관세 전쟁이 초래할 부정적인 효과에 대한 경고가 광범위했으나 당시 경제 성적은 전혀 나쁘지 않았다.
뒤이어 집권한 민주당의 바이든 정부는 트럼프의 대중국 관세 정책을 취소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경제 전쟁을 더욱 강화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대선에서 다시 한번 승리하여 백악관에 복귀한 트럼프는 정치적으로 더욱 강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을 것이다. 상원과 하원을 공화당이 모두 장악하고 있고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다는 점도 트럼프 정책이 강력하게 추진되는 중요한 배경이다.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트럼프 정부가 추진하는 국제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과 공격보다는 트럼프 경제 정책의 논리를 정확하게 파악해 향후 행보를 예측하고 조용히 대처하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 정책이 불확실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아무 논리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 대통령 경제자문위원장 스티븐 미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흔히 미국 경제자문위원회를 한국의 국민경제자문회의와 비교하지만 양자는 큰 차이가 있다. 한국의 자문회의는 위원장을 포함해 30여 명에 달하는 자문위원 전원이 비상근이고 특별한 역할을 수행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반면 미국의 자문위는 단 3명의 상근 자문위원으로 구성되며 모두 상원의 동의를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중요한 기관이다. 대통령에 따라 중요도는 다소 다르나 미국 대통령에게 중요 현안을 보고하고 경제 정책을 조율하며 의회에 정기 보고서를 제출하는 핵심 부서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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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이하 현지시각) 워싱턴DC에서 열린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분기 회의에서 연설하고 있다 |
ⓒ AFP/연합뉴스 |
트럼프 정부가 관세 전쟁에서 노리는 목적은 다중적이다. 첫째는 경제 이외의 정책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관세를 활용하는 것이다. 트럼프는 2월 1일 '펜타닐 등 마약과 난민의 대규모 미국 유입'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국제긴급경제권한법'에 따라 캐나다와 멕시코에 25% 관세를 예고했다. 그때 그는 "관세는 국익을 보호하기 위한 강력하고 입증된 지렛대"라고 선언한 바 있다.
이후 멕시코 대통령 클라우디아 셰인바움은 미국으로 불법 월경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경에 6000명의 방위군을 배치했고 미국이 추적하는 마약사범들을 체포해서 미국 측에 인계했다. 캐나다 역시 마약 국경 통제에 자금과 요원을 배치하고 펜타닐 단속 책임자를 선임하는 등 성의를 보였다. 이에 따라 트럼프는 2월 4일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해 한 달간 관세를 유예했으나, 펜타닐 유입이 실질적으로 줄지 않았다며 4월 2일부터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지난 6일 밝혔다.
관세 부과의 또 다른 목적은 재정 수입을 확대하고 국산품으로 수입품을 대체하는 것이다. 관세 부과는 원가 상승 요인이 되므로 수입업자는 이를 판매 가격에 전가하고 매출액 중 일부를 관세로 납부한다. 관세로 인해 해외 생산 기업의 가격 경쟁력은 낮아지기 때문에 수입품은 시간을 두고 점차 미국 내 제품으로 대체된다. 대체가 진행됨에 따라 수입은 줄고 늘어난 관세 세수도 축소된다. 대체 정도와 속도는 미국 기업의 경쟁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늘어난 관세 수입 징수 및 관리를 위해 국세청에 대칭하는 관세청 설립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현재 관세는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 및 국경관리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가 야기하는 환율 변동까지 고려하면 상황이 다소 달라진다. 관세가 부과된 국가 입장에서는 수출이 줄어들게 되어 달러화에 대한 해당국 통화의 가치가 하락하게 되는데 이것은 다시 수출 경쟁력에 도움이 된다. 관세에 대응하여 상대국 정부는 수출을 장려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통화 가치 하락을 조장할 수도 있다.
환율 변동이 관세를 완전히 상쇄하게 될 경우를 상정해보면 미국 내 물가는 전혀 변화하지 않고, 따라서 미국산 제품으로 대체되는 효과도 없다. 하지만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상당한 관세 수입을 확보할 수 있다. 이는 통화 가치가 하락한 수출국의 구매력 감소에서 나온 것으로 환율 변동에도 불구하고 관세가 부과된 미국의 교역 상대국은 여전히 피해를 입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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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관세의 효과 출처: 스티브 미란 리포트 |
ⓒ 스티브 미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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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고한 철강·알루미늄 25% 관세 부과가 시행되는 12일 경기 화성시의 한 알루미늄 제품 제조업체 공장에 알루미늄 제품들이 놓여있다. |
ⓒ 연합뉴스 |
둘째, 관세 정책의 악영향이 조기에 드러나 트럼프 정부가 정책 선회를 할 가능성은 낮다. 현재 미국 경제는 상대적으로 강력하고, 일부의 기대 섞인 희망과는 달리 단기에 경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거의 없다. 따라서 미국의 관세 강화가 일시적일 것이라고 기대하기보다는 지속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중장기적 대비를 해야 한다.
셋째, 멕시코와 캐나다 사례에서 보듯 트럼프가 비경제적 이유를 들어 관세 위협을 할 경우 해소 방법이 명확하지 않고 상황이 악화할 위험이 매우 크다. 다행히 현재 한국은 미국의 국가 안보 측면의 관세 위협 대상은 아니다. 하지만 교역 규모가 크고 안보 관련 접점이 많은 만큼 비경제적 측면에서 한국이 특별한 타깃이 되지 않도록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넷째, 미국이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관세 위협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크게 두려움을 느낄 필요가 없다. 이 경우 한국 기업 입장에서는 미국 시장 내 경쟁 구도가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힘이 강화되는 것은 미국 제조업체뿐인데, 이들이 단기에 경쟁력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트럼프 1기에 혼자 매를 맞던 중국이 이번에는 트럼프가 모두에게 회초리를 겨누자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있으리라 예측하는 것은 터무니없는 일이 아니다.
다섯째, 이제까지 드러난 바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특정 국가에 더 가혹할 가능성은 있지만, 동맹이라고 해서 특정 국가에 특별한 호의를 베풀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따라서 치밀한 준비 없이 '우리 사정을 호소'하는 접근은 득보다 실이 더 클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성급하게 교섭에 나서 주목받기보다는 면밀히 상황을 주시하면서 상대를 설득할 결정적인 카드를 준비하는 것이 더 나은 시기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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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현호 / 경제평론가 |
ⓒ 신현호 |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소셜 코리아>(https://socialkorea.org)에도 게재됐습니다. <소셜 코리아> 연재 글과 다양한 소식을 매주 받아보시려면 뉴스레터를 신청해주세요. 구독신청 : https://socialkorea.stibee.com/subscri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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