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바이오 강국’ 만들 무기는…최고품질 의료 데이터 활용한 바이오거래소

고민서 기자(esms46@mk.co.kr) 2025. 3. 19. 0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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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 출처 = 픽사베이]
이달 초 미국 빅테크 기업 오픈AI는 미국·유럽 15개 주요 대학, 연구 기관과 ‘넥스트젠AI’ 컨소시엄을 출범하며 5000만달러의 연구비와 클라우드 자원을 지원하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 동맹에 합류한 하버드대 의대 등은 오픈AI의 GPT 모델을 활용해 희귀질환 진단에 걸리는 시간을 대폭 단축하고, 의료진의 의사결정 과정을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 개발에 착수했다.

최근 미국의 AI 기반 정밀의료 기업 템퍼스 AI는 유전체 분석기업 앰브리제네틱스에 이어 최근 임상 데이터 스타트업(딥6 AI)을 잇달아 사들였다. 의료 현장과 임상 데이터를 결합하는 시스템 구축에 속도를 내며 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나섰다.

지금 패권국에서는 바이오 산업에 AI·데이터를 결합한 ‘디지털 바이오 빅뱅’이 일어나고 있다. 정보기술(IT)을 이용해 AI 신약 등을 개발하는 기술 선점 경쟁에 불이 붙었다. 그 중심에 데이터가 있다.

매일경제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글로벌 컨설팅사인 PwC·Strategy&와 19일 열리는 제35차 국민보고대회에서 차세대 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이 리더십을 확보하기 위한 액션플랜을 제시한다.

정부 주도로 ‘바이오 통합 거래소’를 구축해 흩어진 데이터를 한데 모아 활용하는 것에서 산업 발전의 첫 단추를 끼우자는 게 골자다. 한국 의료 데이터는 세계적으로도 우수하다. 국민건강보험이 잘 갖춰져 있어 5000만명에 달하는 전 국민 의료 데이터가 있고, 대형 병원들이 앞장서 디지털화에 나서며 공공과 민간 부문에서 방대한 양이 쌓였다.

PwC·Strategy&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데이터 등을 활용해 주요국 의료 데이터 가용성을 평가한 결과 한국(6.9점)은 덴마크(7.8점)에 이어 OECD 2위의 질 높은 데이터를 갖춘 것으로 조사됐다. 의료 선진국 미국(3.0점)에 비해서도 훨씬 높다. 하지만 한국은 디지털 헬스 데이터 활용 기술력은 미국의 80% 수준에 불과하다.

기술 활용의 가장 큰 걸림돌은 정부 지원 체계가 미비해 의료 데이터를 이용해 사업을 하는 데 큰 제약이 따른다는 점이다. 기관별로 데이터가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데다 데이터 이용에 대한 해석이 관련 법마다 제각각이라 사업에 따른 법적 불확실성이 크다.

비전코리아 프로젝트팀은 정부가 나서 데이터 이용에 따른 리스크를 풀어주면서 공급자와 수요자가 자유롭게 거래하는 세계 첫 장터를 만들어보자는 데 주목했다. 기업 간 거래를 통해 원격 진료, AI 신약 등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할 수 있는 정비된 환경을 만들자는 것이다. 정부는 의료 데이터 사용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 리스크를 감독하며 기업들이 안심하고 데이터를 거래할 수 있는 시장 조성자 역할을 맡는다.

바이오업계 전문가는 “한국의 임상 인프라스트럭처는 글로벌 무대에서도 손에 꼽힌다”며 “기업들이 원하는 ‘핀셋 데이터’를 공급받을 수 있다면 현재 싱가포르가 갖고 있는 아시아 바이오 메카의 위상을 한국이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PwC·Strategy&는 한국이 의료 데이터를 발판 삼아 산업 발전에 나설 경우 레드바이오 분야 성장이 대폭 빨라질 것으로 봤다. 데이터 활용력을 높여 신약 개발을 촉진하고, ‘빅5’ 병원을 의료 사업화의 메카로 키우면서 임상 시장을 아시아권으로 넓히면 2024년 48조원였던 레드바이오 산업 규모는 2034년 139조원으로 세 배 넘게 불어난다.

여기에 그린·화이트바이오 분야에서 정부 지원이 더해지면 K바이오 산업은 앞으로 10년간 60조원에서 244조원으로 성장할 전망이다. 지난해 국내총생산(GDP)에서 반도체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7.9%로 제조업 가운데 가장 높았다. 반면 자동차, 화학, 기계장비, 바이오가 차지하는 몫은 2~3%에 불과했다. 그만큼 한국 경제의 반도체 의존도가 높은 것이다.

바이오 산업을 집중적으로 키우면 2034년 K바이오가 국민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8.9%로 반도체(8.7%)와 나란히 한국 경제를 이끄는 양대 축으로 자리매김한다.

김창래 PwC·Strategy& 본부장은 “미국, 영국 등 바이오 선진국들은 민간이 데이터를 활용해 바이오 사업을 펼칠 수 있도록 길을 터주고 있다”며 “디지털 바이오가 대세가 된 이상 한국도 이 지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드는 것에서 산업 성장의 판을 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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