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국악원 전·현직 예술감독들 “국악원은 관치행정 도구 아니다”
국립국악원의 전·현직 예술감독들이 18일 문화체육관광부 고위 관료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에 반대 성명을 발표했다. 지난 7일 국립국악원 전임 원장과 연구실장으로 구성된 ‘국립국악원 현안 비상대책협의회’(비대위)에 이어 전·현직 예술감독들까지 나선 것이다. 성명서에서는 정악단 11명, 민속악단 6명, 무용단 7명, 창작악단 5명 등 총 28명이 이름을 올렸다.
국립국악원의 전·현직 예술감독들은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직 고위공무원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강력히 반대한다’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국립국악원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14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국악의 중심 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그런데, 최근 탄핵 정국의 엄중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국악원장을 국악 전문성과 무관한 행정직 고위공무원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면서 “국립국악원은 관치행정의 도구가 아니다. 국악의 정통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국악 전문가 원장이 필요하다. 국립국악원 운영의 핵심은 예술성과 전문성이다”라고 발표했다.
앞서 문체부는 기획운영단과 국악연구실의 2개 국(局)단위 조직으로 운영되던 국립국악원의 조직 개편을 추진했었다. 비대위가 문체부 고위공무원의 국악원장 임명과 연구 기능 축소가 예상되는 조직개편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발표하자, 용호성 문체부 차관이 국립국악원의 요구를 일부 반영해 조직개편을 하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문체부가 고위공무원의 국악원장 임명은 계속 밀어붙이자 이번에 국악원의 전·현직 예술감독들이 나선 것이다.
한편, 국립국악원장 임명이 유력시 되는 인물은 유병채 문체부 국민소통실장으로 알려졌다. 유 실장은 대통령실 비서관을 지낸데다 김건희 여사의 KTV 국악공연 황제관람 논란과 관련해 지난해 국정감사장에서 위증을 했다가 현장에서 적발된 전력까지 있어서 논란이 더욱 커지고 있다.
[국립국악원 전·현직 예술감독 성명서]
문화체육관광부 행정직 고위공무원의 국립국악원장 임명을 강력히 반대한다
대한민국 전통음악의 정수를 보존·계승·발전시키는 국립국악원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1400여 년의 역사와 전통을 지닌 국악의 중심 기관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이 막중하다. 그러나 최근 탄핵 정국의 엄중한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국립국악원장을 국악 전문성과 무관한 행정직 고위공무원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립국악원 전·현직 국악연주단 예술감독 일동은 강력한 반대 의사를 밝히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표명한다.
1. 국립국악원은 관치행정의 도구가 아니다
- 국립국악원은 단순한 행정기관이 아니라, 국악의 가치를 지키고 공유하며 발전시키는 문화예술기관이다. 그러나 문화체육관광부는 “행정은 행정가에게, 예술은 예술가에게”라는 이분법적 논리로, 국립국악원장을 행정직 고위 공무원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 이는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며, 국립국악원을 관치행정의 틀 안에 가두어 통제를 강화하려는 시도이다.
2. 국악의 정통성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국악 전문가 원장이 필요하다
국립국악원장은 단순하게 행정기관의 기관장 직위가 아니다. 원장은 국악 및 인접 분야의 전반적인 지식을 갖추고 이해하며, 국악연주단 예술감독과 협력하여 국악의 보존·전승·재창조를 위한 미래를 함께 고민하는 인물이어야 한다. 국악에 대한 깊은 이해와 전문성 없이 단순한 행정 경험만으로 국립국악원을 운영하는 것은, 국악계의 발전을 저해하고 정체성을 훼손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3. 국립국악원 운영의 핵심은 예술성과 전문성이다
- 지난 2020년 정부는 국립국악원장 직위를 2급에서 1급으로 상향한 바 있다. 당시 직급 상향은 민족음악의 보존과 전승, 보급 및 발전을 위한 전문성과 역할이 강조되고 확대된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국립국악원의 운영 방향은 단순한 행정적 효율성이 아니라, 국악의 예술성과 학문적 연구, 그리고 전승과 창작의 조화를 이루는 데 있다. 따라서 국립국악원은 국악의 본질을 이해하고 이를 발전시킬 수 있는 리더가 필요하며, 국립국악원장은 국악 전문가가 그 직위를 수행해야 한다. 이에 국립국악원 전·현직 국악연주단 예술감독 일동은 국립국악원장을 특정 행정직 고위공무원으로 알박기하려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또한, 목적과 의도를 알 수 없는 인사정책과 국립국악원의 역사성과 정체성을 훼손하는 어떠한 행정적 결정도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 우리는 대한민국 국악의 미래를 위해, 국악 전문성과 예술적 역량을 갖춘 인물이 국립국악원장으로
임명되어야 하며, 현재 추진 중인 인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
2025년 3월 18일
국립국악원 전·현직 국악연주단 예술감독 일동
(정악단 예술감독)최충웅, 정재국, 김중섭, 황규남, 이동규, 송인길, 김한승, 김관희, 유연숙, 이영, 이건회
(민속악단 예술감독)이춘희, 최경만, 한세현, 김영길, 지기학, 유지숙
(무용단 예술감독)이흥구, 홍금산, 이진호, 계현순, 한명옥, 박숙자, 유정숙
(창작악단 예술감독) 곽태규, 류형선, 공우영, 계성원, 권성택
장지영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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