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지 정리 중에” “예초기 돌리다가”…산불감시 강화했지만 ‘속수무책’
실화로 인한 산불 대형재난으로 번져
지난 21일부터 사흘간 전국 각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30여 개가 넘는 산불이 발생해 소방당국이 진화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정부는 올초부터 부쩍 산불 발생 빈도가 늘어난데다, 강풍과 건조한 날씨가 지속되자 평년 대비 일찍 집중 산불감시에 들어갔다. 하지만 경북 의성, 경남 산청 등에서 부주의나 실수로 인해 잇따라 대형산불이 발생하면서 예방책 마련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23일 산림청 등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는 모두 174건의 산불이 발생해 산림 162.51㏊가 불에 탔다. 지난해는 279건의 산불이 발생해 131.94㏊가 불에 탔다. 피해면적만 놓고보면 3월이 가기도 전에 이미 지난해 전체 수준을 넘어섰다.
산림당국은 올해 건조한 날씨로 산불 위험이 증가하자 예년보다 일주일 가량 앞당겨 지난 1월부터 ‘봄철 산불조심기간’ 운영에 들어갔다. 지난 19일에는 이미라 산림청 차장이 일선 현장을 찾아 관계기관과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산림청 국립산림과학원은 지난 21일 “전국 대부분 지역 산불위험지수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며 “전국 대부분 지역 산불위험지수가 ‘높음’ 상황이니 대형산불을 예방하도록 각별한 주의를 해달라”고 당부했다.
산림과학원은 “지난 18~19일 폭설이 내린 강원 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 지역 누적 강수량이 10㎜ 미만이어서 산불 예방 효과가 줄어든다”며 “낮 최고기온도 평년보다 3~8도 가량 높아진 14~22도로 예상돼 주말 등산객 등이 증가하고, 농사 준비를 위한 소각 행위도 늘어나 산불 위험 요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공교롭게도 전국적인 산불은 산림과학원이 우려를 나타낸 당일(21일)부터 발생했다. 미리 산불 감시체계를 강화하고 주의당부에 나섰음에도 사람의 부주의나 실수로 인한 산불에는 속수무책이었다.
산림청과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21일 발생해 ‘3단계’로 확산된 경남 산청 산불의 경우 인근 목장 주민이 예초기로 작업을 하던 중 불꽃이 튀어 발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2일 발생해 역시 3단계로 커진 경북 의성 산불의 경우 최초 신고자가 “묘지 정리 중 불이 났다”고 신고했다. 종합하면 ‘실화’로 발생한 산불이 모두 대형으로 번진 셈이다.
실화가 발단이 된 산불은 건조한 날씨와 강한 서풍을 타고 확산되며 피해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산불로 인해 재난사태가 선포된건 2022년 이후 3년 만이다. 감시와 계도 등을 통해 산불을 막아보려했던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고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산불은 사소한 부주의에 의한 것이라도 산불 원인 행위자로 확인되면 산림보호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타인 소유 산림에 불을 지른 경우에는 5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이종섭 기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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