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식 ‘기업사냥’에 멍드는 기업들…“최소한의 경영권 방어 장치 필요” [현장에서]
[헤럴드경제=서재근 기자]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신청 후폭풍이 일파만파로 커지는 가운데 일부 사모펀드(PEF)의 경영 방식을 두고 ‘기업사냥꾼’이라고 평가하는 재계 안팎의 시선이 더욱 짙어지는 모양새다.
이마트·롯데마트와 더불어 국내 3대 대형마트로 꼽히는 홈플러스는 지난 4일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MBK파트너스(이하 MBK)에 인수된 지 10년 만으로, 업계에서는 MBK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목표보다는 투자금 회수에 집중한 탓에 피인수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비즈니스 모델 악화에 무관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치권에서도 이번 사태와 관련 ‘MBK 책임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여야는 한목소리로 “(MBK가) 기업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목표보다 투자금 회수에 급급해, 피인수기업의 재무 건전성과 비즈니스 모델이 악화됐다”며 사법·금융당국의 수사를 촉구하고 있다.
PEF를 향한 쓴소리와 의구심이 늘자 김병주 MBK 회장은 “홈플러스 회생절차와 관련된 사회적 책임을 다할 것”이라며 직접 사재 출연을 예고했다. 다만 사재출연 액수와 방법, 시기 등 구체적인 실행방안은 현재까지 제시하지 않았다.
지난 2004년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 개정 이후 올해로 국내 도입 21년째를 맞은 PEF 제도는 당초 ‘해외 거대 자본으로부터 국내 핵심 산업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도입의 근본 취지였다. 경제계는 PEF에 대해 혁신적 사업에 투자하는 위험자본으로서, 저평가 기업을 시의적절하게 인수해 경영 효율성을 개선하고 장기적 기업 가치를 높이는 역할을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일부 PEF가 ‘단기 엑시트’를 위해 무리한 구조조정과 자산 매각 등으로 잡음을 내고, 이번 홈플러스 사태처럼 부작용까지 현실화하면서 이들에 대한 의구심과 부정적인 시선은 한층 커지고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국가핵심기술이나 첨단전략기술 등을 보유한 기업이나 해외 수출로 국가경제에 이바지하는 국내 기업을 PEF가 인수하게 될 경우 그에 따른 부작용이 이번 홈플러스 사태보다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것이란 우려 섞인 전망이 나온다.
MBK와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대표적 사례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제련 분야 세계 1위 기업이다. 제련업계 일각에서는 MBK가 고려아연을 경영할 경우 아연·금·은·동 등 필수 소재를 생산하는 국가기간산업과 기술력이 제대로 지켜질 것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PEF의 무차별 경영권 공격으로 해당 기업의 토대가 뿌리부터 흔들릴 수 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특히 기업의 리더십이 다양한 이유로 부재한 상황을 틈타 ‘PEF발 공격’이 시작될 경우 해외 경쟁자들에게는 오히려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이러한 우려가 예상되는 기업 중 한 곳으로 꼽힌다. 그룹을 이끄는 조현범 회장이 오는 5월 법원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경영 참여가 불가능하게 될 경우 지난 2023년 한국앤컴퍼니에 대해 적대적 M&A(인수합병)를 시도하다 실패한 MBK와 같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한국앤컴퍼니그룹은 현재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세계 2위 자동차 열관리 솔루션 기업 한온시스템과 총 매출의 85% 이상을 해외에서 달성하는 세계 7위 타이어기업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등 다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전기차 열관리 시스템과 전기차 전용 타이어 등 미래 모빌리티 분야는 현재 국가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 중 하나로 해마다 중요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재계 일각에서는 기업의 경영권 방어 수단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미국·일본·프랑스 등에서 허용하고 있는 포이즌필(신주인수선택권)과 차등의결권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미국발 관세 전쟁을 비롯해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과 변동성이 전례 없이 커지는 상황에서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의 역할과 책임은 단순하게 수치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다. 제2, 제3의 홈플러스가 나오지 않도록 기업들이 거대 금융자본의 적대적 M&A 시도로부터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법적·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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