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가라'는 말에 홧김에 쓴 사표 어쩌죠?"[슬기로운회사생활]
회사측 압박 등으로 제출한 경우는 부당해고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해야
정바다(가명)씨는 2023년 11월 27일 마스크, 생리대, 화장용품 등을 제조·판매하는 회사와 3개월짜리 근로계약을 맺고 쇼호스트로 일하다 2024년 1월1일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정규직으로 전환한 지 두달이 안된 2월 23일 회사측은 정씨의 근무태도가 불량하고 매출 실적이 나쁘다는 이유로 2월 26일까지만 출근하라고 통보했다. 당시 회사는 항의하는 정씨에게 이전에 체결한 3개월짜리 근로계약 기간이 경과한 만큼 해고가 아닌 계약 종료라고 주장했다. 정규직 전환은 경영지원팀 실수라는 것이다.
이날 회사측 요구로 사직서를 썼던 정씨가 뒤늦게 정규직 계약을 근거로 부당해고를 주장하자 회사측은 한달치 해고예고수당을 지급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씨가 부당해고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고 반발하자 정씨를 공장으로 발령냈고 정씨는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회사가 정씨를 ‘해고’했는지 여부다. 부당해고를 주장하기 위해서는 일단 해고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회사는 정씨가 2월 23일 ‘자발적’으로 사직서를 쓴 후 회사를 나오지 않은 만큼 해고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노동위원회는 ‘근로자의 의사에 반한 해고가 존재하고, 해고사유와 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아 절차적 하자가 인정된다’고 판정했다. 회사가 부당해고를 했다는 얘기다.
노동위원회는 정씨가 사직서를 쓰기는 했지만 회사를 ‘자발적’으로 그만 둘 생각은 없었다고 봤다,
2월 23일 사직서를 제출했던 정씨는 다음날 사직서가 아직 수리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2월 26일 이를 돌려받았다.
또한 2월 26일 이 회사 대표인 이모씨와 면담에서도 “본인은 계약직 근로자가 아니며, 해고예고수당 지급에 동의한 사실이 없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삼았다.
정씨가 23일 제출한 사직서에 사직 사유를 ‘사측의 일방적인 해고통보’라고 적시한 것도 주요한 판단 근거가 됐다.
노동위원회는 회사가 해고절차를 준수하지 않았다고 봤다.
정씨가 제출한 녹취록에 따르면 이 회사 관리자인 이모 부장은 2월 25일 정씨와 통화에서 “우리가 어쨌든 한 달 전에 통보를 안 했기 때문에 해고예고수당을 달라는 거 아니었어요?”,“괜히 기분 나쁘면, 뭐 이상한 식으로 해서 공장 발령 내고 할 수 있어요. 그러면 수당도 없게 되고 할 수 있어요.”라고 정씨를 압박했다.
이어 그는 “경지팀의 부장이 실수를 했건 간에 어쨌든 문서(2024. 1. 1. 자 근로계약서)가 남은건 사실이니까 그 부분으로 해서 그러면 예고 통보식으로 해서 한 달 치를 주겠다고 결론은 났어요.”라고 전했다.
노동위원회는 이미 1월 1일 정규직 근로계약을 체결했음에도 불구, 2023년 11월 27일 체결한 수습근로계약을 근거로 정씨에게 일방적으로 근로계약 종료를 통보했고, 정씨가 해고예고수당 수령을 거부하는 등 퇴사에 동의하지 않은 만큼 부당해고라고 판단했다.
근로계약의 종료 사유는 근로자의 의사나 동의로 이뤄지는 퇴직,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진행하는 해고, 근로자나 사용자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이루어지는 자동소멸 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중 근로기준법 제27조에서 말하는 해고는 실제 사업장에서 불리는 명칭이나 그 절차와 관계없이 근로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지는 모든 근로계약 관계의 종료를 의미한다. 정씨의 근로계약 또한 정씨의 의사에 반해 이뤄진 만큼 해고다.
또한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는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해고사유를 서면으로 통지하게 해 사용자로 하여금 근로자를 해고하는 데 신중을 기하게 하고 근로자에게도 해고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이 사건에서 회사는 정씨에 대한 해고 통보를 서면이 아닌 말로 전한 만큼 부당해고에 해당한다.
김정민 (jmkim@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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