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믿었는데"…잠실우성·개포주공 유찰 후폭풍

황준익 2025. 3. 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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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발 빼자 조합원 불만 고조
"입찰 조건까지 변경했는데 포기는 무책임"
공사비 오르고 사업 지연 등 조합원 피해만 커져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유찰에 따른 입찰 재공고'에 대한 안건을 심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사진은 잠실 우성1,2,3차 단지. /공미나 기자

[더팩트|황준익 기자] 최근 서울 알짜 재건축 사업장인 잠실우성1·2·3차와 개포주공6·7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이 잇따라 유찰되자 해당 조합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특히 두 곳 모두 삼성물산이 참여 의지를 밝혔던 만큼 경쟁입찰이 성사될 것으로 믿었던 조합원들은 막상 입찰에서 삼성물산이 발을 빼자 비판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다. 입찰 조건도 변경했던 터라 시공사 선정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게 됐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잠실우성1·2·3차 재건축 조합은 지난 11일 이사회를 열고 '시공사 선정 유찰에 따른 입찰 재공고'에 대한 안건을 심의하려 했지만 무산됐다.

이사회 개최를 위해선 전체 이사회 구성인원 7명 중 과반인 4명 이상이 출석해야 하는데 이날 서면결의 1명을 포함해 3명이 참석하는 데 그쳤다.

앞서 잠실우성1·2·3차는 지난 4일 시공사 선정 입찰에 GS건설만 참여하면서 또다시 유찰됐다. 지난해 9월 첫 입찰에서 GS건설이 단독 참여해 유찰된 바 있다.

이후 조합은 경쟁입찰을 위해 입찰 조건이 과도하다는 삼성물산의 요구를 수용했다. 책임준공확약 완화, 공사비 인상 등의 조건을 조정했고 이에 따라 평당 공사비는 기존 880만원에서 920만원으로 증가했다. 총공사비도 1조6198억원에서 1조6934억원으로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12월 재공고가 나자 삼성물산은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단지 내 현수막도 걸며 수주 의지를 보였다.

하지만 정작 삼성물산이 입찰에 나서지 않으면서 조합원들은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히 이사회가 열리지 않은 것을 두고 사업 지연을 우려한다.

한 잠실우성1·2·3차 조합원은 "이 시점에 이사들이 참석을 안 했다는 게 말이 안 된다"며 "이는 삼성물산 아니면 안 된다는 얘기냐. 빨리 수습해서 재공고를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입찰 과정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조건을 바꾸라고 압박해 놓고 포기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며 "그런데도 2차 입찰 가능성을 거론하는 것은 조합원들을 우롱하는 행태"라고 꼬집었다.

이어 "경쟁입찰을 위해 삼성물산에 다 내어주고 모셔왔는데 결국 무혈입성을 통한 수의계약이 목적이었다는 것이 자명해졌다"고 말했다.

잠실우성1·2·3차 시공사 선정은 지연이 불가피하다. 시공사 선정은 2회 이상 유찰될 경우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이번 입찰이 두 번째지만 조합이 입찰 조건을 변경하면서 1차 입찰로 인정됐다. 다음 입찰에서도 GS건설이 단독 입찰할 경우 세 번째서야 수의계약이 가능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가구당 1억원이 넘는 추가분담금을 감수하고서라도 경쟁입찰을 추진했는데 오히려 사업이 더 지연되면서 조합원 부담 역시 증가하고 있다"며 "조합이 다시 입찰 조건을 변경할 경우 더 늦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마감된 개포주공6·7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 역시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곳 역시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홍보에도 열을 올리면서 현대건설과 맞붙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사진은 개포주공 6·7단지. /공미나 기자

지난 12일 마감된 개포주공6·7단지 시공사 선정 입찰 역시 현대건설만 참여해 유찰됐다. 이곳 역시 삼성물산이 현장설명회에 참석하고 홍보에도 열을 올리면서 현대건설과 맞붙을 것으로 전망됐었다.

개포주공6·7단지 조합도 국내 1, 2위 건설사가 경쟁하도록 이들 의견과 요구에 따라 입찰공고 시기를 올해로 연기했고 이들이 입찰에 참여하기 곤란한 조건들은 모두 배제한 입찰안내서를 마련했다. 이에 따라 현대건설, 삼성물산이 수주 의지를 표명하면서 입찰의향서를 제출해 이번 입찰에 2개사가 경쟁할 것이라는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삼성물산이 포기하면서 애초 계획했던 시공자 선정 일정도 다음달에서 6월로 일정이 지연됐다. 조합은 이날 입찰 재공고를 냈다. 마감일은 오는 5월 7일이다.

이번 유찰을 두고 조합장은 조합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를 통해 "이번 입찰을 포기한 1개사는 우리 단지뿐 아니라 여러 타 정비사업장에서도 동일 혹은 유사한 방식으로 입찰을 포기해 논란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다양하고 은밀한 방법으로 클린수주를 방해하는 조합장의 비리 및 특정사 밀어주기 탓으로 돌리고 있다는 제보도 입수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우리 조합은 조합을 좌지우지하려는 건설사들에 휘둘리지 않고 조합원님들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압구정2구역 수주에 집중하기 위해 이번 입찰에서 발을 뺀 것으로 본다. 예전부터 압구정 재건축 사업은 현대건설이 따낼 것이란 분위기가 있었지만 삼성물산이 2023년 압구정 재건축 수주 의지를 밝히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다. 삼성물산이 현대건설과 경쟁해 수주한 한남4구역 역시 압구정 재건축을 위한 전초전으로 평가받았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2027년까지 압구정 현대 등 강남권을 비롯해 여의도 일대의 우수한 단지들이 줄곧 예정돼있어 적극적으로 입찰에 임할 것"이라고 말했다.

plusik@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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