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여론조사 결과 보내자 받은 답장 ‘체리 따봉’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전혜원·문상현 기자 2025. 3. 4.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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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흰 봉투’였던 첫 번째 돈봉투와 달리, 두 번째 돈봉투에는 코바나컨텐츠 마크가 찍혀 있었다. 명씨는 이를 핸드폰 사진으로 남겼고, 검찰은 이 사진을 제1회 피의자 신문조사 때 제시했다.
2021년 8월6일 명태균씨의 소개로 만난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의원과 윤석열 사진. 명씨 핸드폰에서 발견한 이 사진을 검찰이 제시하자 명씨는 자신이 직접 윤석열 자택에서 찍은 사진이라고 진술했다. ⓒ창원지방검찰청 명태균 피의자 신문조서

명태균씨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처음 연이 닿은 것은 2021년 6월18일이다. 윤석열 부부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진 함성득 경기대 교수가 먼저 명태균씨에게 연락해왔다고, 명씨는 검찰 조사에서 진술했다. “이준석이 당대표가 될 수 없는 상황에서 당대표가 되고, 오세훈이 서울시장이 될 수 없음에도 서울시장에 당선된 상황이다 보니 어떻게 하다가 그게 가능하였는지 이야기가 나왔고, 그 와중에 제가 정치적인 판세를 잘 짠다는 이야기가 윤석열 후보자 측에 들어갔던 것 같습니다(2024년 11월9일 창원지방검찰청 명태균 피의자 신문조서 제2회).”

신문조서에 따르면 명씨는 앞서 함성득 교수와 조은희 국민의힘 의원(당시 서초구청장)을 6월15~16일쯤 먼저 만난 뒤, 2021년 6월18일 오후 1시45분경 윤석열 자택인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상가 건물 고깃집에서 김건희 여사를 만나게 된다. “○○○○(고깃집 상호)에 갔더니 김건희 여사가 먼저 와 있었고, 잠시 뒤 함성득이 같이 와서 셋이서 같이 이야기를 하였습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2회).” 다만 함성득 교수는 김영선 전 의원 등이 자신을 통해 명태균씨를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추천한 것이고, 명태균씨와 함께 김건희 여사를 만난 적은 없다는 입장이다.

명태균씨의 검찰 진술에 따르면, 이들은 이날 제20대 대선과 관련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2021년 6월 말경까지 자주 아크로비스타에 찾아갔고, 그때 윤석열 후보자와도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로 계속 윤석열 후보자 측과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대선 전략과 정치적 상황에 대한 조언을 하게 된 것입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2회).”

명씨가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건넨 조언의 핵심은 여론조사였다. 〈시사IN〉 주진우 편집위원이 입수한 윤석열-명태균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면, 2021년 8월1일(추정) 오전 11시43분과 오후 1시30분 명태균씨가 ‘윤석열 전 총장 국민의힘 입당 의견’에 관한 여론조사(〈세계일보〉와 미래한국연구소 의뢰로 PNR리서치가 7월31일 실시)를 보내고, 오후 5시6분 조사 결과가 보도된 기사를 보내자, 윤석열은 오후 5시54분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2021년 8월1일(추정)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결과와 기사를 보내자 윤석열이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시사IN 이명익

 

윤석열 캠프 구성에도 영향력 행사?

이를 비롯해 명태균씨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2021년 6월26일부터 수시로 여론조사 자료를 제공한 사실이 확인된다. 검찰은 〈뉴스타파〉가 공개한 이 사건 수사보고서에서 “김건희 여사는 명태균이 제공하는 여론조사를 단순히 참고 삼아 제공받은 것을 넘어 피의자 명태균에게 윤석열 후보에 유리한 여론조사를 요청한 것이 아닌지 의심할 만한 정황이 있다”라고 평가했다.

이는 윤석열을 돕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명태균씨는 2021년 8월6일 박완수 당시 국민의힘 창원의창 지역구 의원(현 경남도지사)을 윤석열에게 소개했다. “제가 박완수의 부탁으로 박완수를 윤석열 후보자에게 소개”했다고 명씨는 검찰에 진술했다. “서울 아크로비스타 앞에서 박완수를 만나 박완수와 함께 윤석열 후보자의 사저로 들어갔습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2회).” 검찰이 윤석열과 박완수 당시 의원이 윤석열 부부의 반려견과 함께 찍은 사진을 제시하자, 명씨는 “박완수가 ‘윤석열 후보자와 사진을 찍고 싶다’라고 하여서 제가 찍어준 사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후 2022년 3월29일 박완수 당시 의원은 경남도지사 출마를 공식 선언했고, 4월22일 국민의힘 경남도지사 후보로 확정되어 4월26일 의원직을 사퇴했다. 이렇게 박완수의 도지사 출마로 이뤄지게 된 창원의창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을 노린 이가 바로 명태균씨가 윤석열 부부에게 단수 공천을 부탁한 김영선 전 의원이었다. 검찰은 명태균씨가 박완수 의원을 윤석열에게 소개한 것도 김영선 전 의원을 창원의창 국회의원에 당선시키기 위해서가 아닌지 의심한다. 박완수 경남도지사는 자신은 당내 경선을 거쳐 지방선거 후보 공천을 받았으며 명태균씨 도움을 받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2021년 8월1일(추정) 명태균씨가 여론조사 결과와 기사를 보내자 윤석열이 ‘체리 따봉’ 이모티콘을 보냈다. 명씨는 윤석열·김건희 부부에게 수시로 여론조사 자료를 제공했다.

김영선 공천이라는 목적을 가진 명씨는 후보자 일정을 짜는 등 선거 과정에 깊숙이 개입했다. 2021년 9월14일 명태균씨는 ‘경남일정-2.hwp’라는 제목의 한글파일을 윤석열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내고, 이틀 뒤인 2021년 9월16일 윤석열은 ‘경북경남방문일정계획안.hwp’라는 제목의 한글 파일과 일정표를 명태균씨에게 텔레그램으로 보냈다. 다시 이틀 뒤인 2021년 9월18일 윤석열이 경남 지역을 방문했을 때, 명태균씨가 윤석열 옆에 바짝 붙어 있는 장면이 방송사 카메라에 찍혔다. 검사가 MBC에 보도된 김해 동상시장 방문 영상을 제시하며 ‘피의자는 윤석열 후보자의 바로 뒤에 밀착하여 윤석열 후보자를 수행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명씨는 “주위를 살피면서 주변 사람들의 반응을 체크하였을 뿐이고, 윤석열 후보자를 수행한 것은 아닙니다”라고 답한다(2024년 11월19일 피의자 신문조서 제3회).

같은 날 김해공항에서 찍힌 영상에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경북 고령군수 예비후보 배 아무개씨와 대구시의원 예비후보 이 아무개씨가 명씨 소개로 윤석열과 인사하는 장면도 찍혔다. ‘피의자가 배○○와 이○○을 윤석열 후보자에게 소개시켜주기 위해 김해공항으로 부른 것 아닌가요’라는 검사의 물음에, 명씨는 아니라고 주장하면서 “김영선이 불렀을 것입니다”라고 했다.

‘피의자가 배○○와 이○○의 공천을 도와준 것은 순전히 김영선의 부탁에 따른 것이 맞는가요’라는 검사 질문에 명씨는 “그렇습니다”라고 했다. 두 사람은 지방선거 공천과 관련해 명태균씨 등에게 각각 1억2000만원씩을 준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지난해 12월3일 불구속 기소되었다.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를 통해 윤석열 캠프 구성에도 영향력을 행사한 정황이 있다. 2021년 10월9일 명태균씨는 김건희 여사에게 “1. 민생안전대책본부 본부장: 김영선 15, 16, 17, 18대 국회의원 전 한나라당 대표”라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검사가 이를 제시하며 ‘피의자는 김건희 여사에게 ‘김영선을 국민민생안전특별본부 본부장으로 임명해달라’고 직접 부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어떤가요’라고 묻자, 명태균씨는 이렇게 답했다. “맞습니다. 당시는 윤석열 후보자가 선거캠프를 만들 때였습니다. 선거캠프는 세력을 모으는 것이 중요한데, 윤석열 선거캠프에는 여성 중진이 없었기 때문에 김영선을 추천한 것입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3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내고 11일 뒤인 2021년 10월20일 윤석열 캠프는 김영선 전 의원을 조직총괄본부 민생안전특별본부장에 임명했다(앞서 이 사건으로 기소된 두 예비후보자 배 아무개씨와 이 아무개씨는 각각 민생안전특별본부 경북본부장과 대구본부장으로 활동했다).

2021년 추석 즈음 명태균씨가 김건희 여사로부터 받은 돈봉투. 코바나컨텐츠 마크가 찍혀 있다. ⓒ창원지방검찰청 명태균 피의자 신문조서

이처럼 수시로 연락하고 긴밀히 조언하며 윤석열을 도운 명태균씨에게, 김건희 여사는 두 차례 돈봉투를 건넸다. 첫 번째 돈봉투는 2021년 7월 아크로비스타에 있는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서 받았는데, ‘김건희 여사가 뭐라고 하면서 준 것인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명태균씨는 “‘○○이(명씨의 셋째 딸) 과자나 사주세요’라고 하면서 주었습니다”라고 답했다(2024년 11월26일 피의자 신문조서 제6회). 명씨는 “현금으로 10만원 정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고 했다.

두 번째 돈봉투는 2021년 추석 즈음 역시 코바나컨텐츠에서 받았다고 했다. “김건희 여사가 ‘차비도 못 드렸는데, 추석인데 ○○이(명씨의 셋째 딸) 맛있는 거나 사주세요’라고 하면서 주었습니다 (···) 현금이 들어 있었는데, 액수는 기억나지 않습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6회).”

“평범한 흰 봉투”였던 첫 번째 돈봉투와 달리, 두 번째 돈봉투에는 코바나컨텐츠 마크가 찍혀 있었다. 명씨는 이를 핸드폰 사진으로 남겼고, 검찰은 이 사진을 2024년 11월8일 제1회 조사 때 제시했다. 봉투 안에 얼마가 들어 있었는지 묻는 질문에 명씨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저에게는 큰돈이고 김건희 여사에게는 작은 돈인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피의자 신문조서 제1회).

명씨는 두 차례 받은 돈을 아내에게 건넸다고 진술했다. 차비 명목으로 받았다면서도, ‘이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가 다른 용도로 사용한 이유가 있는가요’라는 검사의 질문에 명태균씨는 “대통령 부부로부터 받은 ‘금일봉’이기 때문에 기념으로 가지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봉투를 뜯어 사용하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라고 답했다.

이렇게 이어진 명태균씨와 윤석열·김건희 부부의 인연은 2022년 공천 청탁 성공과 2024년 공천 청탁 실패로 귀결되었고, 윤석열의 파국을 부른 결정적 장면으로 기록되었다.

특별취재팀/주진우 편집위원, 김은지·전혜원·문상현 기자 woni@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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