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상대로 우리도 일본처럼?…"적어도 핵 재처리 허용은 받아내야"

김인한 기자 2025. 2. 1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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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일본, 트럼프에 "방위비 2배" 선제 제안…"韓, 유사시 핵무장 위한 '원자력협정' 개정은 최소한 협상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3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열린 행정명령 서명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 로이터=뉴스1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자국의 안보 이익을 챙긴 가운데 정부가 일본의 대미 외교전략을 참고해 핵무장 잠재력 확보 또는 자체 핵무장 허용 등을 얻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등에 미국의 방위력 제공을 약속받았다. 일본이 이처럼 자국의 안보 이익을 챙길 수 있었던 배경으로 일본의 1조달러(약 1460조원) 대미 투자와 방위비 2배 증액 약속 등이 지목된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10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에 "일본은 2027년까지 전체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 대비 2% 증액하는 게 당초의 목표였다"면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구체적 내용 없이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미군 주둔 등에 필요한 방위비를 2배 증액한다고만 이야기했기 때문에 상당히 선방한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은 2022년 11월 안보문서 개정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국방비격인 방위비를 GDP 대비 2% 수준까지 끌어올리기로 했다. 이미 정해진 사실에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미군 주둔 비용에 관한 방위비 증액이라는 의미를 더했다는 게 이번 일본 외교의 성과로 평가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안보 무임승차론'을 제기해 온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와 일본은 다르다는 인상을 준 것도 큰 성과다.

트럼프 대통령의 코드에 맞춰 대미 투자와 방위비 2배 증액을 선제적으로 약속한 결과 일본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를 재확인했다.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는 △센카쿠열도에 대한 미국의 지지 확인 △힘과 강압에 의한 중국의 현상 변경 시도 반대 △북한 비핵화 △한미일 안보협력△쿼드(Quad·미국·일본·인도·호주 안보협의체) 지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北 비핵화' 대의명분 아닌 실리외교 필요성 제기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7일(현지시간) 백악관 집무실에서 회담하면서 악수하고 있다. / AP=뉴시스

실질적인 국가원수 부재 등으로 '트럼프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한국으로선 미일 정상회담을 면밀히 분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 국무부와 달리 북한을 핵무력(nuclear power) 보유국으로 지칭한 점으로 볼 때 우리 정부도 '북한의 비핵화 불가' 상황까지 가정해 미국과의 협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흥수 전 외교부 대사는 "북한은 핵개발에 사실상 성공한 데 이어 핵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어 한반도 비핵화라는 목표는 점점 더 실현하기가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미국이 자국 우선주의 정책으로 회귀하는 상황에서 한반도에서의 핵전쟁 발발 시 미국이 자국의 피해를 감수하고 동맹국을 보호하기 위해 핵전쟁을 감수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했다.

김 전 대사는 "현실적으로 당장 핵무기 개발을 선언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단계적 방법으로 잠재적 핵능력 구비도 대안이 될 수 있다"면서 "한미 원자력협정의 개정을 통해 핵무기 재료인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본은 1988년 미일 원자력협정 개정으로 일본 내에 핵연료 재처리 시설, 플루토늄 전환 시설 등을 마련했다. 현재 46t의 농축 우라늄과 1.8t의 플루토늄이 저장된 것으로 추정된다. 유사시 언제든 핵개발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다. 외교부 등 정부가 선제적으로 미국에 방위비 증액을 제안하고 최소한 일본 수준의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통해 핵무장 잠재력을 확보하는 게 필요하다고 전문가들은 강조했다.

김 전 대사는 "최소한 일본과 동등하게 핵 재처리 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미국과 협상을 해야 할 것"이라며 "더 이상 한반도 비핵화라는 대의명분에 매몰되지 말고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미국의 핵공유, 핵무장 잠재력 확보, 자체 핵무장 등의 옵션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전술핵 재배치? 자체 핵무장?…외교협상 시나리오
미국 해군 로스엔젤레스급 핵추진 잠수함 '알렉산드리아함'(SSN 757·6900톤급)이 10일 오전 부산 남구 해군작전사령부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하고 있다. 1991년 취역한 알렉산드리아함은 길이 110m, 폭 10m 규모이며 군수 적재와 승조원 휴식을 위해 이날 부산에 입항했다. 알렉산드리아함이 국내에 입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 사진=뉴스1

한국에 대한 미국의 안보 공약은 단계별로 △핵우산 △핵공유 △전술핵 재배치 △핵무장 잠재력 확보 △자체 핵무장 등이 꼽힌다. 핵우산은 핵무기를 가진 국가가 핵이 없는 동맹국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으로 북한이 우리나라에 핵공격을 하면 미국이 대응해 핵전쟁을 억제한다는 개념이다. 현재의 한미동맹 체계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

핵공유는 미국과 NATO가 채택하고 있는 전략이다. 평시에 미국의 전술핵을 핵이 없는 국가에 배치했다가 전시에 전투기, 폭격기 등을 이용해 공동으로 핵공격을 하는 것을 말한다. 현재 NATO 회원국 가운데 독일, 이탈리아, 벨기에 등 5개 나라에 미국의 전술핵이 배치돼 있다. 다만 유사시 핵사용 최종 권한은 미국이 보유하고 있다.

전술핵 재배치는 1970년대 700발에 달하는 전술핵이 한반도에 배치된 전례를 부활시키는 것을 말한다. 미국과 중국의 외교관계가 수립된 1980년대 주한미군의 전술핵 배치는 100∼200기 수준으로 감소했고 1991년 주한미군에 배치된 전술핵은 모두 빠졌다. 핵공유와 비슷한 개념이지만 전술핵을 재차 도입할 경우 한미 공동운용 가능성도 제기된다.

핵무장 잠재력 확보란 당장은 아니라도 유사시 핵무장을 할 수 있도록 준비를 갖추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선 핵연료 농축·재처리 기술개발 등을 위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수적이다. 자체 핵무장은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를 탈퇴하고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감내하고 핵무기를 개발하는 것을 말한다.

김인한 기자 science.inha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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