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역에 차가 둥둥…재발 막는다던 '빗물터널' 착공도 못했다
[편집자주] 장마철이 시작됐다. 폭우 피해가 우려된다. 매년 반복된다. 올해는 더욱 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산불 피해 지역이 폭우에 더욱 취약해서다. 이재명 대통령도 취임하자마자 재해 예방을 강조했다. 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대응 방안을 꼼꼼히 챙길 필요가 있다.

2022년 여름 서울을 덮쳤던 집중호우 침수 사태를 계기로 서울시가 추진한 대심도 빗물 터널 공사가 아직 시작조차 못했다. 장마가 끝나고 올해 가을에서야 착공할 예정이다. 서울시는 빗물 그릇 사업 등으로 대비한다는 방침인데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장기적 관점에서 연속성 있는 재난 예방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심도 빗물 터널은 지하 40~50m 공간에 큰 터널을 만들어 폭우 때 빗물을 보관한 뒤 하천으로 방류하는 시설이다. 국내에는 2020년 서울 양천구 신월동에 최초로 준공됐다. 신월 빗물 터널은 시간당 100㎜ 폭우까지 대응하고, 최대 빗물 32만톤을 저장할 수 있다. 상습 침수 구역이던 양천구는 신월 빗물 터널 완공 이후 대규모 침수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서울시가 2022년 8월 강남역 침수 사태 직후 추가 빗물 터널 준공 사업을 추진한 배경이다.

하지만 관련 절차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2023년 12월과 지난해 1월 공사 입찰 공고를 냈다. 하지만 사전심사를 신청한 시공사는 1곳도 없었다. 공사비를 1조2052억원에서 1조3689억원으로 증액했고, 지난해 3월 지역별로 1곳씩 참여 의사를 밝힌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지난 4월 대심도 빗물 터널에 대한 용역 2단계 입찰 공고를 새로 냈다. 절차가 예정대로 이뤄지면 오는 10월 착공한다. 결과적으로 최초 입찰 공고 시점으로부터 1년 반이 지난 시점까지 착공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셈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완공 후 정상 작동을 위한 시운전 과정까지 고려하면 최종적인 운영 시점은 2030년쯤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빗물 터널의 대안으로 '빗물 그릇' 기능을 도입했다. 빗물 그릇은 공원 연못·호수에 빗물을 담는 것으로 시내 하천의 수위가 급격히 오르는 사태를 방지한다. 기존 서울대공원 청계저수지 등 7곳에 더해 올해 5곳을 추가했다. 빗물 그릇을 통해 총 75만7000톤을 저장할 수 있다. 반지하 주택이 밀집한 관악·동작·영등포구 등 15개구 골목길에는 '반지하 침수 경보 시설'을 시범 도입했다. 침수 예보가 발령되면 반지하 가구별로 지정된 동행 파트너가 장애인·노인·아동 가구를 방문해 대피를 돕는다.
김동균 홍익대 건설환경공학과 교수는 "신월 빗물 터널이 2020년 완공된 뒤 양천·강서 일대 침수는 0건이다. 2010년 9월 6000여가구가 물난리를 겪었지만, 2022년 8월 역대급 폭우에도 단 한 건의 침수 신고도 없었다"며 "빗물 터널이 국민의 안전에 기여하는 효과는 확실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반지하 등 취약계층에는 생사가 달린 문제다. 예산이 들더라도 대심도 터널 같은 구조적 방재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함은구 을지대학교 안전공학전공 교수는 "막을 수 있는 일이라는 인식이 아니라 '피해를 얼마나 줄일 수 있을까'라는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며 "결국 장기적 계획인 공사도 큰 틀에서 보면 공사비 등 가성비가 떨어지는 일이라 시행이 어려운 것"이라고 했다.
오석진 기자 5stone@mt.co.kr 박진호 기자 zzin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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