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황이 불 지핀 ‘피지컬 AI’…“완전히 새로운 시장, 시간 지체시 위험”
삼성 등 기업, 휴머노이드 시장 속도
韓 기술력 초기 수준…투자·인재 시급
[헤럴드경제=고은결·박혜원 기자] “로봇의 챗GPT 모멘트가 오고 있다.”(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글로벌 인공지능(AI) 산업의 다음 격전지로 물리적 실체와 AI가 결합한 ‘피지컬(physical) AI’가 급부상했다. 말 한마디로 시장을 뒤흔드는 ‘AI 황제’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콕 찍어 얘기하면서다. 전 세계 AI 생태계를 장악한 엔비디아가 물리적 AI 패권까지 쥐겠다고 선언하며, 국내 산업계에도 파장이 일고 있다. 가뜩이나 기술 경쟁력 약화가 성장 정체의 원인으로 꼽히는 가운데, “실기하면 안 된다”는 위기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황 CEO는 지난 6일(현지시간) ‘CES 2025’ 개막 전날 기조연설에서 AI의 궁극적 미래를 피지컬 AI로 정의하며, 로봇·자율주행 AI 개발 플랫폼 ‘코스모스’를 발표했다. 또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황 CEO와 피지컬 AI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고 언급하며, 해당 분야에서 엔비디아와 국내 기업 간 협업 가능성도 주목된다.
피지컬 AI는 로봇이나 자율주행차와 같은 하드웨어에 탑재된다. 현실세계에서 활동하는 물체를 움직이기 위한 중추 시스템 격이다. 물건을 집거나 움직이는 물리적 활동에 대한 학습이 중요하다. 인간형 로봇 ‘휴머노이드’ 개발의 핵심이다. 챗GPT 출시로 생성형 AI 열풍이 불어닥친 것처럼, 피지컬 AI의 발전은 로봇 분야에서도 혁신적인 변화의 순간이 올 것으로 예상된다.
로봇 시장의 가파른 성장이 예고된 가운데, 국내 주요 회사들도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역량 고도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BCC에 따르면 세계 로봇 시장 규모는 현재 784억달러(약 114조원)에서 2029년 1652억달러(240조원) 수준까지 커질 전망이다. 기업들은 주로 합병 등을 통해 빠르게 기술력 확보와 시장 선점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로봇 전문업체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지분을 늘려 최대주주가 됐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업체로, 삼성전자는 보유 중인 AI·소프트웨어 기술에 이 회사의 인간형 로봇 기술을 접목해 휴머노이드 개발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도 신설하고, 레인보우로보틱스 창업 멤버 오준호 카이스트 명예교수를 단장으로 선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오 교수를 국내에서 피지컬 AI에 대한 이해도가 가장 높은 전문가로 꼽는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1년 로봇전문업체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했고, 작년 11월에는 사내 로보틱스랩이 자체기술로 만든 산업용 웨어러블(착용형) 로봇을 공개했다. LG전자는 작년에 AI 기반 자율주행 서비스로봇 스타트업 베어로보틱스에 6000만달러를 투자했고, 이미 상업용 로봇 사업을 육성해왔다. 한화는 재작년 10월 ㈜한화에서 협동로봇·무인운반차·자율이동로봇 사업을 분리해 한화로보틱스를 신설했다.
다만 아직 초기 시장인 데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하다보니, 미래에 베팅할 여력이 있는 일부 대기업 위주로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휴머노이드의 경우 당장 기술 상용화가 어렵다보니, 어느정도 규모 있는 기업도 한계를 그어놓고 아예 연구개발을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선 한국이 후발주자인 만큼 민간의 발빠른 투자와 정책적 지원 등이 필요하단 목소리가 이어진다. 국내 기업들은 단순 자동화 로봇이 아닌 휴머노이드 형태의 로봇 개발에선 유럽, 미국 등에 뒤처진 것으로 평가받는다.
학계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의 국가첨단전략기술 신규 지정을 이끈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한국로봇산업협회 상근부회장)는 “우리나라가 전통 로봇 분야에서는 과거 정부에서 지능형 로봇 사업단 등을 꾸리고 투자하며 경쟁력을 갖췄지만, 문제는 첨단 로봇 분야에선 원시시대 수준이란 점”이라며 “이제라도 시작해야 되기 때문에 (첨단전략기술 지정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이어 “첨단 로봇은 하이엔드 기술력이 필요하며, 새로운 플레이어가 완전히 새로운 시장에 뛰어들어야 하는 상황”이라며 “그간 정부 지원도 선제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세계적 추세를 따라가기 힘들지만 아예 포기하는 것은 더욱 위험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생태계 구축을 위한 인재 양성이 시급하단 견해도 이어진다. 유재훈 삼성전자 마스터는 지난 8일 국회 ‘AI·모빌리티 신기술 전략 조찬포럼’ 9차 토론회에서 “피지컬 AI 알고리즘이 나오며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횡단적인 지식을 갖춘 인재들을 양성하고 확보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정우 네이버클라우드 AI 이노베이션 센터장은 “새롭게 변해가는 기술 산업의 영향력을 고려한 AI 칩 설계, 소프트웨어 등이 중요한데 인재가 너무 부족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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