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재해 탄핵 비판’ 연서명 강행 감사원, 내부 반발로 무산

김남일 기자 2024. 12. 2. 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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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해 감사원장이 2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예결위 회의에 입장하며 취재진 앞에 서고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감사원이 야당의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에 맞서 4급 과장급 이상 간부 100여명을 소집해 긴급회의를 열면서 탄핵에 반대하는 공동입장문에 서명을 받으려고 했던 것으로 한겨레 취재 결과 확인됐다. 서명은 내부 반발로 무산됐다. 앞서 더불어민주당은 감사원 집단행동이 정치적 중립 위반과 국가공무원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좌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 최재해 원장과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의 탄핵소추안을 보고한다.

1일 한겨레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 29일 오후 2시간30분간 열린 감사원 긴급회의는 전날 감사원 기획조정실(실장 황해식) 기획담당관실에서 참석자들에게 회의 소집 문자메시지를 일괄 발송하며 소집됐다고 한다. 윤석열 정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실에 파견됐던 신치환 감사원 1사무차장이 회의를 주재했는데, 각 국장과 선임과장들을 지명해 탄핵 관련 의견을 밝히도록 했다고 한다.

특히 감사원은 탄핵 추진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공동입장문을 작성해 긴급회의 참석자 전원의 연서명을 받으려 했다고 한다. 회의 전에 이런 사실이 알려졌고, 일부 직원이 ‘왜 강제로 연서명을 받느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반발해 없던 일이 됐다는 것이다.

감사원은 간부 100여명을 참석시킨 긴급회의를 열고도 그 결과를 공개하지 않았다. 그간 감사원이 보여온 적극적인 ‘언론 홍보활동’에 비춰보면 이례적이다. 감사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는 유병호(감사위원) 변호인단 입장까지 공식 보도자료로 배포하고도 ‘문제 될 것이 없다’는 태도를 보였었다.

이례적 침묵에 감사원 내부에서는 애초 의도한 방향으로 회의가 진행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말이 나온다. 연서명 반발 등 ‘간부 총의’로 회의 결과를 포장하기에 역부족이었다는 것이다. 감사원 한 관계자는 “중하위직에서는 최재해 원장이 본인 탄핵과 감사관 특수활동비 삭감을 자초했다는 말도 나온다. 특히 예산 삭감 원인을 제공했다며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라고 했다. 한 감사관은 탄핵소추 사유인 대통령 관저 감사 봐주기 논란을 두고 “유병호 라인 때문에 나머지 감사관 전체가 매도당한다”고 했다. 감사원은 이날 오후 최달영 사무총장이 2일 오전에 긴급 브리핑을 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예정된 탄핵소추안 보고와 예산 삭감 등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대권 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2021년 7월26일 오전 경기도 과천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제20대 대통령선거 예비후보 등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전임 감사원장 5명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 존중”을 언급하며 탄핵 추진 중단 공동성명(29일)을 낸 것을 두고도 감사원 안팎에선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성명에 참여한 최재형 전 원장은 2021년 임기가 6개월이나 남은 상황에서 대선 출마를 위해 중도 사퇴한 뒤 불과 17일 만에 국민의힘에 입당한 전력이 있다. 헌법기관인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송두리째 부정했다는 비판을 샀다. 박근혜 정부 때 임명된 황찬현 전 원장이 대표변호사로 있는 법무법인은 현재 표적 감사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를 받는 최재해·유병호 등의 변호를 맡고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감사원장·국무총리를 지낸 김황식 전 원장은 새누리당에 입당해 2014년 서울시장 후보 경선에 나서기도 했다.

관저 유령건물 관련 자료 미제출로 감사방해 혐의가 불거진 대통령실이 감사원장을 공개적으로 감싸고 나선 것이 오히려 대통령실-감사원 유착 의혹과 탄핵 사유를 키운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대통령실은 결과가 나오지도 않은 문재인 정부 시절 국가통계 및 사드 관련 의혹 감사를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며 “감사원장 탄핵은 감사원 기능을 마비시킨다”고 주장했다. 최재해 원장과 최달영 사무총장 등을 관저 감사 허위공문서작성 등 혐의로 고발했던 참여연대는 “전 정권 표적 감사와 현 정권 부실 감사를 주도하고도 헌법 훼손 운운하는 것은 낯 뜨거운 일”이라고 했다.

김남일 기자 namfic@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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