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이번엔 ‘수줍은 해리스’ 놓친 걸까…“여론조사와 달리 접전 아닐 수도”

정미하 기자 2024. 11. 5.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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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2020년 대선 때도 여론조사 틀려
후보된 지 100일, ‘수줍은 해리스’ 반영 안 됐고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 반영 안 됐을 수도
대선 당일 유권자 등록하는 이들의 마음도 반영 안 돼

미국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선거를 하루 앞둔 4일(현지 시각)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공화당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1~2%포인트 격차 안에서 초접전을 벌이고 있다. 사실상 동률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2016년, 2020년 대선 당시에도 여론조사 결과가 실제 투표 결과와 상당히 달랐던 만큼 이번 여론조사도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과거 두 차례의 대선에서 ‘샤이 트럼프’를 놓쳐 트럼프를 과소평가했던 여론조사 기관들이 이번에는 ‘수줍은 해리스’를 여론조사 결과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해 ‘초접전’이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놓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밖에도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에 유권자 등록을 하는 이들이 있는 만큼 이들의 선택이 지금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결과에 반영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왼쪽), 민주당 대선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 로이터

◇ ‘수줍은 해리스’ 지지층, 여론조사에 반영 안 됐을 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여론조사가 유권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일부 여성의 실제 표를 반영하지 못한다면, 여론조사 기관이 발표한 ‘승리확률 반반’이라는 보고서는 해리스가 약간 유리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있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도 “여론조사 기관이 트럼프 지지층을 포착한 데 시간이 걸린 것처럼, 해리스 지지층을 포착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하다”며 “해리스 지지에 있어서 여론조사가 틀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여론조사에서 누락된 수줍은 해리스 유권자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등 경합 주에 거주한다면 여론조사는 2016년과 2020년만큼 틀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는 2016년 이후 세 번째 대선 후보로 출마했다. 반면 해리스는 대선 후보가 된 지 100일밖에 되지 않은 상대적인 신인이다. 이에 여론조사에서 해리스에 대한 지지가 완전하게 반영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당 광고 제작자인 마크 퍼트넘은 WSJ에 “논란이 많은 환경에서 여성 유권자 중 상당수가 여론조사원에게 해리스에 투표하겠다는 의도를 숨기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 아니다”라며 “사회적 압력으로 인해 일부 남성도 해리스에 투표하겠다는 의도를 숨길 수 있다”고 했다.

이를 반영하듯 민주당은 ‘수줍은 해리스’의 투표를 독려하는 광고에 나섰다.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의 목소리가 들어간 민주당 측 영상 광고에는 “남편 모르게 해리스에게 투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해당 광고에서 로버츠는 목소리로 출연해 “투표소에서 있었던 일은 밖에서는 아무도 모른다”며 해리스를 찍어달라고 호소한다. 광고를 보면 투표용지를 마주한 한 백인 중년 여성은 잠시 망설이던 끝에 트럼프가 아닌 해리스 이름 옆에 기표한다.

영화배우 줄리아 로버츠가 지난 10월 10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지지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 EPA 연합뉴스

◇ ‘블루월’서 이번에도 ‘샤이 트럼프’ 놓쳤을 수도

물론 이번 대선에서도 여론조사 기관들이 트럼프 지지율을 다시 한번 과소평가하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 칼리지가 지난달 24일부터 2일까지 7대 경합 주의 투표 의향 유권자를 조사해 지난 3일 발표한 결과를 보면 트럼프는 최대 경합 주인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명)와 노스캐롤라이나주(선거인단 16명)에서 각각 49% 대 48%, 조지아주(선거인단 16명)에서 50% 대 49%, 애리조나주(선거인단 11명)에서 50% 대 48%로 각각 해리스 부통령에 앞섰다.

해리스는 미시간주(선거인단 15명)에서 50% 대 48%로 트럼프에게 앞섰으나, 네바다주(선거인단 6명)와 위스콘신주(선거인단 10명)에서는 두 후보가 48%(네바다)와 49%(위스콘신)로 동률이다. WSJ는 “조사 결과 백인 민주당 당원이 백인 공화당 당원보다 여론조사에 참여할 가능성이 더 높다”며 “통계 조정을 통해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지만, 여론조사가 트럼프에 대한 지지율을 포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조지아주 유니언시티에 위치한 새로운 풀턴 카운티 선거 허브 및 운영 센터에서 4일(현지 시각) 부재자 투표를 처리하고 있는 선거 관리원들. / AFP 연합뉴스

폴리티코는 “2016년과 2020년 대선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론조사 기관은 펜실베이니아, 미시간, 위스콘신 등 블루월 주에서 트럼프를 과소평가하고 있을 수 있다”며 “여론조사에 참여하지 않았거나, 정치적 참여 수준이 낮아 유권자 모델에서 제외된 트럼프 지지자들이 있을 수 있다”고 했다.

◇ 대선 당일 유권자 등록하는 이들의 마음은 아직 집계되지 않아

여기다 지금까지 진행된 여론조사 대상에 반영되지 않은 유권자도 있다. 바로 선거 당일에 유권자 등록을 하는 이들이다. 대다수의 여론조사 기관은 각 주(州)에서 관리하는 유권자 명단에 이름을 올린 등록 유권자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다. 하지만 7개 경합 주에 속하는 위스콘신, 미시간, 네바다는 대통령 선거 당일인 5일에 유권자 등록을 하고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WSJ는 “여론 조사원들은 늦게 등록한 유권자들의 표심을 놓쳤을 가능성이 크다. 왜냐하면 이들은 마지막 날까지 등록 유권자 명단에 오르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각 주의 유권자 명단을 수집하는 단체인 L2에 따르면 2020년 대선 당시 약 6만8000명이 대선 당일에 위스콘신에서 유권자로 등록했다. 이는 위스콘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를 상대로 더 많이 얻은 표(약 2만700표)보다 많다. 미시간을 봐도 2020년 대선 당일에 약 1만4600명이 유권자로 등록하고 바로 투표했다. 네바다에서는 2020년 당시 약 1만 명이 선거 당일에 유권자로 등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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