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 공방'으로 변질된 김도영 부상, KIA-한화 갈등 중요한 건...
[이준목 기자]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 한화 이글스가 '김도영 부상 사건'을 둘러싸고 며칠째 불편한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선수의 부상을 초래한 위험한 플레이에 대한 본질은 사라지고 자칫 감정싸움만 남을까 우려되는 대목이다.
KIA 김도영은 지난 9월 5일 광주에서 열린 KIA와 한화의 경기 도중 부상 당하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겪었다. 두 팀이 3-3으로 팽팽하게 맞선 8회 초 2사 1·2루 상황, 3루수 김도영이 공을 잡다가 한화 주자였던 요나단 페라자와 충돌하면서 그대로 그라운드에 쓰러지는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다.
▲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3루수 김도영(오른쪽)이 8회초 2사 1, 2루에서 한화 장진혁의 타구를 잡은 뒤 2루주자 페라자(왼쪽)와 부딪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
ⓒ 연합뉴스 |
페라자는 수비 방해가 인정되어 아웃 처리됐다. 또한 김도영은 충돌 후 어지럼증 증세를 호소하며 9회 초를 앞두고 교체됐다. 부상 후유증으로 6일 경기를 건너뛰어야 했던 김도영은 다행히 7일 키움전에 다시는 정상적으로 선발 출전했다.
한편 김도영의 부상 교체 직후에는 또 다른 돌발상황이 발생했다. 당시 KIA 선수단은 김도영의 부상 상황에서 화가 나 페라자에게 강하게 항의했다. 그런데 10회 초 타석에 들어선 페라자가 헛스윙 삼진 이후, 돌연 KIA 덕아웃 방향을 가리키며 손가락질하고 크게 소리를 지르며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앞선 충돌 상황 직후만 해도 김도영의 상태를 걱정하며 미안해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던 페라자였기에, 갑자기 태도가 돌변한 것을 두고 궁금증을 자아냈다.
KIA는 이튿날인 6일까지만 해도 김도영과 페라자의 충돌 상황에 대해 추가적인 언급을 피하는 분위기였다. 이범호 KIA 감독은 김도영의 부상 상태를 설명하면 "이미 지나간 일이고 언급하지 싶지 않다"며 발언을 자제했다.
그런데 같은 날 오히려 한화 측에서 정반대의 이야기가 나왔다. 페라자의 거친 반응이 이슈가 되자, 한화 측은 'KIA 벤치 쪽에서 페라자에게 욕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며 KIA 측에 책임을 돌렸다. 욕을 한 대상으로는 손승락 KIA 수석코치의 이름이 직접적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당시 충돌 직후 경기가 잠시 중단된 상황에서 손 코치가 페라자에게 무언가 굳은 표정으로 이야기를 건네는 듯한 모습이 중계 화면에 포착되기도 했다.
김경문 한화 감독은 잠실 LG전에 앞서 취재진과 인터뷰에서 '페라자에게 들은 이야기'임을 전제로 하며 "상대 벤치 쪽에서 욕이 나왔다고 하더라. 서로 아껴줘야 하지 않겠나. 상대편이라도 또 안 볼 사이가 아니지 않느냐"며 KIA 벤치가 상대 선수에게 욕설한 것이 사실인 것처럼 주장하는 발언을 했다.
또한 김 감독은 "페라자는 주루플레이를 하는데 타구가 공교롭게도 그쪽 방향으로 간 것이다. 그것을 두고 고의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페라자를 옹호했다.
▲ 5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KIA 3루수 김도영이 8회초 2사 1, 2루에서 한화 장진혁의 타구를 잡은 뒤 2루주자 페라자와 부딪혀 그라운드에 쓰러졌다 일어난 뒤 더그아웃으로 향하고 있다. 김도영은 교체돼 9회초 수비에 나서지 않았다. |
ⓒ 연합뉴스 |
이 감독은 "당시 우리 코치가 페라자에게 '수비수는 안 보이니까 돌아가 줘야 하는데 그런 식으로 주루를 하면 어떡하냐'는 취지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그게 어떻게 욕설이 되어버렸는지, 한화 쪽에서 정확히 어떤 말을 어떻게 들었다는 건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 감독은 "선수가 다쳐서 그 뒤에도 출전을 못 했으면 괜찮냐고 물어봐 주는 게 통상적이다. 김도영이 괜찮은지에 대해서는 언급도 없이 모든 이슈가 욕을 했다는 쪽으로 옮겨가고 그게 사실처럼 되어 버리고 있다. 동업자 정신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부분인데 아쉽게 생각한다"며 욕설 논란으로 사태의 본질이 왜곡되고 있다는데 유감을 표했다.
결국 한화 측 입장은 '고의성이 없는 플레이였고, 페라자가 이미 사과까지 했는데 욕설까지 한 것은 너무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고, KIA 측은 "우리 선수가 위험한 부상을 당했는데도, 진정성 있는 사과보다는 욕설 논란을 부각헤 책임을 전가하려고 한다"는 반박이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까지 객관적으로 분명하게 드러난 사실은, 이 사건의 가장 큰 피해자는 김도영이라는 점이다. 김도영은 지난 3일 LG전에서는 팔꿈치에 사구를 맞아 교체된 사례도 있었고, 페라자와의 충돌 당일에도 이미 5회 2루주자 장진혁과 동선이 겹쳐 부상을 입을 뻔한 상황을 겪었다. 그만큼 KIA 벤치에서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당시 페라자는 수비 방해가 인정되어 아웃 판정되었다. 이는 명백히 페라자의 과실이 인정된 것이다. 설사 고의였든 아니든 위험하고 부적절한 플레이로 상대 선수에게 부상을 입힌 것이 '팩트'라면, 한화 구단은 피해자의 상태를 먼저 걱정하고, 자신들의 주루플레이 방식에 문제가 없는지 돌아보는 모습부터 보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 이유다.
물론 KIA 측에서 페라자에게 욕설을 한 게 사실이라면 그 역시 어떤 이유에서든 결코 정당화될 수는 없다. 하지만 김도영의 부상과는 달리, 페라자에 대한 욕설의 진실은 구체적으로 확인된 것이 없다. KIA는 욕설을 하지않았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으며, 정작 페라자와 김경문 감독도 누가 무슨 욕설을 어떻게 했는지는 정확하게 언급하지 못했다. 양 구단을 포함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는 경기장에서 욕설이 나온 것이 사실이라면, 이를 입증할 구체적인 증언이나 근거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페어플레이를 강조하는 프로야구에서 동일한 사건으로 두 구단이 3-4일째 언쟁을 이어가고 있는 모습은 보기 드문 일이다. 시즌이 막바지로 향하는 상황에서 선수들의 부상은 어느 구단이나 민감한 대목일 수밖에 없다. 입씨름보다는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동업자 정신이 아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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