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피해 고백 인도 여성 의사들… 수련의 강간 살해에 '미투' 불붙였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침묵해 오던 인도 여성 의사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성 수련의(인턴)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 이후 시작된 항의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데서 용기를 낸 것이다.
여성 의사들은 지난달 9일 서벵골주 주도 콜카타 소재 RG카르국립대 병원에서 한 여성 인턴이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가 인도 전역에서 이어지자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00만 의사 파업 등 한 달 가까이 대규모 시위
성폭력 피해를 겪고도 침묵해 오던 인도 여성 의사들이 입을 열기 시작했다. 여성 수련의(인턴)가 근무하던 병원에서 성폭행을 당하고 살해된 사건 이후 시작된 항의 시위가 한 달 가까이 이어지는 데서 용기를 낸 것이다. 2018년 인도 교육계와 영화계 미투(#MeToo)에 이은 두 번째 미투 운동 물결이 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도제식 의사 수련에 성폭력 침묵 강요"
영국 인디펜던트는 1일(현지시간) “인도 여성 의사들이 마침내 미투 순간을 맞았다”며 여성 의사 12명이 공개한 자신들의 성폭력 피해 사실을 보도했다.
여성 의사들은 전공의(레지던트), 전문의, 전임의(펠로)로 이어지는 도제식 의사 수련 제도 속에서 사실상 침묵을 강요당해 왔다고 입을 모은다.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할 경우 피해자를 평가하는 위치에 있는 가해자가 얼마든지 상황을 뒤집어 놓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의사 라바냐 비스와스는 2017년 성적 접근을 거부하자 선임 의사가 자신을 폭행하는 등 괴롭힘이 이어졌다고 털어놨다. 당시 일을 고발하지 못했던 것을 후회한다는 그는 “내 경력을 망쳐버리고 싶지 않았다”며 “이곳은 모든 일을 카펫 아래 묻어두고 쉬쉬하는 문화”라고 밝혔다.
의사 에일린 소자는 남부 타밀나두주(州) 한 사립병원에서 인턴으로 첫발을 내디뎠던 25세 때 처음 성폭력 피해를 입었다. 환자를 진료하던 공개된 장소에서 선임 의사가 성추행을 했다는 고백이었다. 그는 부모가 모두 의사여서 상대적으로 안전할 것이라는 기대로 선택한 길이었지만 여러 동료들로부터 수년간 성적 희롱과 폭행을 반복해서 당하면서 환상은 산산조각 났다고 털어놓았다.
"의사 아버지 성추행도 어머니가 불륜으로 무마"
성폭력 문제를 사법 시스템이 아닌 사적 제재로 해결하려는 관행도 구조적 원인으로 꼽혔다. 의사인 리자 데이는 10대 초반이던 2007년 아버지가 자신의 병원에서 간호사들을 성적으로 괴롭혔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는 “병원 관리를 맡고 있던 어머니에게 사실을 얘기했지만 불행히도 모든 일이 성적 학대가 아닌 불륜으로 결론이 났다”며 “여성을 학대하는 남성은 우리 형제이자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 때문에 여성들이 더 목소리를 높여야 한다”고 인디펜던트에 말했다.
여성 의사들은 지난달 9일 서벵골주 주도 콜카타 소재 RG카르국립대 병원에서 한 여성 인턴이 성폭행당하고 살해된 사건 이후 대규모 시위가 인도 전역에서 이어지자 용기를 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앞서 인도 최대 의사 단체 인도의학협회(IMA)는 지난달 17일 "병원과 캠퍼스 내에서 의사들의 안전을 보장하라"며 24시간 동안 비응급 의료 서비스를 중단하는 파업을 벌이기도 했다. 인도 전역에서 파업에 가담한 의사는 100만 명이 넘는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은 추산했다.
피해자인 인턴은 36시간 연속 근무를 마친 뒤 병원 세미나실에서 쪽잠을 자던 중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진실을 밝혀내야 할 병원과 경찰·주정부 등이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증거를 조작한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인도 사회가 끓어올랐다.
게다가 경찰은 수사 초기 피해자 가족에게 "자살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사건을 무마하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수사를 통해 병원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던 산제이 로이(33)의 단독 범행으로 잠정 결론이 났지만, 각종 증거물이 발견되면서 집단 강간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콜카타고등법원은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수사를 중앙수사국(CBI)이 맡도록 사건을 이관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대통령이 구급차 한번 타보시라"... 이미 한계 넘었다는 응급실 의사들 | 한국일보
- 찾은 것은 슬리퍼 한 켤레뿐… '말레이시아 싱크홀' 희생자 수색 9일 만에 종료 | 한국일보
- "소아과 의사 없어" 2세 어린이 응급실 11곳 거부 당한 뒤 의식불명 | 한국일보
- [단독] 100만 과학 유튜버, '저출생' 용어 썼다가 뭇매... 도대체 왜? | 한국일보
- '95년생' 권은비, 24억 건물주 됐다... "열심히 갚는 중" | 한국일보
- '조혜련 동생' 조지환 "월 천만 원 벌어도 돈 안 모인다" ('소금쟁이') | 한국일보
- "집 없는 거지는 거지답게"… 임대아파트 공지문 무슨 의도? | 한국일보
- "우리가 짐짝이냐"… 화물용 엘리베이터만 쓸 수 있는 배달기사들 | 한국일보
- "미관보다 생명" 그물 덧댄 금문교... 자살기도자도 '살 기회'가 생겼다 | 한국일보
- 한동훈 "내 처지가 좀 그렇다"... 野 조승래가 전한 회담 뒷얘기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