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여러 번 원치 않는 '흥분'…20세 여성에게 무슨 일?

지해미 2025. 8. 10.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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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간 원인 모를 자발적 성적 자극으로 고통받던 여성, 항정신병 약물로 증상 완화…“치료 가능성 시사”
한 20세 여성이 성적 자극이나 욕구와 무관하게, 수년간 통제할 수 없는 자발적 오르가슴을 경험한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 20세 여성이 성적 자극이나 욕구와 무관하게, 약 5년간 통제할 수 없는 자발적 오르가슴을 경험한 사례가 보고됐다.

이 여성은 14세 무렵부터 사타구니 부위에 날카로운 '전기 자극'과 유사한 감각과 골반 수축을 경험하기 시작했으며, 증상은 일상생활을 심각하게 침해했다. 뇌전도(EEG) 및 다양한 신경학적 검사를 통해 뇌전증이나 다른 신경계 질환은 배제됐으나, 증상의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후 의료진은 환자에게 항정신병 약물인 리스페리돈(risperidone)과 올란자핀(olanzapine)을 처방했다. 다행히 투약 후 증상은 눈에 띄게 완화됐고, 이를 통해 '지속성 생식기각성장애(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 진단이 내려졌다. 몇 주간의 치료 후 증상은 크게 호전되어 환자는 직장과 사회생활에 복귀할 수 있었다. 약물을 중단하면 증상이 재발했지만, 약물 복용을 지속하는 동안 상태는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해당 사례를 보고한 중국 베이징대 제6병원 의료진은 "이번 사례는 도파민 시스템이 감각 이상과 관련된 병리 과정, 특히 중추 신경계가 관여하는 경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며 "PGAD 환자의 증상 완화에 항정신병 약물이 치료 방향성 중 하나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사례는 국제학술지 《ACR(AME Case Reports)》에 'Persistent genital arousal disorder (PGAD) characterized by recurrent and spontaneous orgasmic experience: a case report(doi: 10.21037/acr-24-286)'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드물고 인식 부족하지만, 일상생활에 큰 영향 미치는 질환

PGAD는 성적 욕망 없이도 발생하는, 지속적이고 원치 않는 성적 각성 상태를 말한다. 명백한 유발 요인 없이 수일 또는 수주 동안 증상이 이어질 수 있으며, 오르가슴 이후에도 사라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이로 인해 환자는 불안이나 우울 등 정신적 고통과 함께 사회적·직업적으로 장애를 경험한다.

정확한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으나 신경 손상, 척추 이상, 혈류 문제, 항우울제나 항불안제 사용 변화, 심리적 스트레스나 불안 등이 연관된 것으로 보고된다. 해당 사례를 포함한 일부 연구에서는 도파민 시스템의 기능 이상이 원인일 수 있다고 지적한다.

도파민은 뇌의 보상 체계, 동기 부여, 운동 조절, 각성에 관여하는 신경전달물질로, 시상하부나 변연계와 같은 특정 뇌 영역이 과도하게 활성화되면 성적 반응이 비정상적으로 증폭되어 PGAD 환자에서 나타나는 것과 유사한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이때 도파민 작용을 억제하는 리스페리돈이나 올란자핀과 같은 약물이 이러한 과도한 반응을 줄여 증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표준 치료법 미확립, 다학제적 접근 필요…남성 환자 사례도 존재

현재 PGAD에 대한 표준 치료법은 확립되지 않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심리치료, 골반저 물리치료, 약물치료, 필요 시 수술적 중재를 포함한 다학제적 접근을 권고한다.

국내에는 아직 PGAD 관련 공식 통계가 없지만, 해외 여러 연구에 따르면 전체 인구의 약 0.5%에서 최대 6.7%가 증상을 경험한다고 보고된다.

또한, PGAD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에게도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2020년 실시된 북미 인구 기반 조사에서 캐나다 및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남성의 약 1.1%가 PGAD 진단 기준에 부합하는 증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한 예로, 2019년 '성의학(Sexual Medicine)' 저널에는 음경과 회음부에 원치 않는 지속적인 성적 각성과 불쾌감, 간헐적 오르가슴 증상을 호소한 남성 환자의 사례가 보고됐다. 해당 환자는 검사에서 특이 소견을 보이지 않았으며, 항경련제 계열 약물과 심리치료를 병행한 후 증상이 점진적으로 완화됐다.

척추 손상 이후 증상이 발현된 남성의 사례도 있다. 2021년 '비뇨기과 케이스 리포트(Urology Case Reports)'는 교통사고로 인한 요추 부위 척추 손상 후 지속적인 발기와 성적 흥분이 발생한 남성의 사례를 보고했다. 원인은 척추 신경 손상으로 인한 감각 신호 이상으로 추정됐으며, 신경전달 억제제와 재활치료 병행 후 증상이 호전됐다.

이 질환은 드물고 인식이 낮지만, 환자 삶의 질에 미치는 영향은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조기 진단과 함께 신체적·정신적 증상을 모두 고려한 치료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지해미 기자 (pcraem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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