엇나간 중학생 '강남 아들', 돈 안주면 고교 진학도 않겠다는데…[중·꺾·마+: 중년 꺾이지 않는 마음]
편집자주
인생 황금기라는 40~50대 중년기지만, 크고작은 고민도 적지 않은 시기다. 중년들의 고민을 직접 듣고, 전문가들이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제시한다.
통제식 양육이 키운 '무기력증'
부족 능력, 부모 돈으로 메우려
회복탄력성 강화가 문제 핵심

Q: 중학교 3학년 아들을 둔 40대 중반 '강남 엄마' A다. 남편은 성공한 사업가로, 양육의 전권을 내게 일임했다. 강한 사교육에도 아들은 차분하고 순종적이라, 큰 갈등은 없었다. 그런데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돌변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공부에 흥미를 잃고 밤마다 스마트폰 게임에 몰두하더니, 친구들과도 사이가 틀어졌다. 등교까지 거부했다. 참다 못한 남편이 “그럴 거면 당장 공부 그만둬라”고 다그쳤고, 아들도 “지긋지긋했는데, 이제 안 해”라며 폭발했다. 학원을 모두 끊고, 방에 틀어박혀 게임만 하니, 성적은 3년째 곤두박질이다. 그러던 어느 날 고교 입학을 앞둔 아들이 돌연 자퇴를 요구하였고, 남편과 내가 '고교 졸업장은 있어야 한다’며 말리자, 엉뚱한 요구를 했다. 학교를 다니는 조건으로 "게임 사업을 시작하겠다"며, 월 수백 만원을 지원해 달라는 것이 아닌가. 황당하고 막막하다.
A : 부모의 양육은 △통제와 △자율에 의해 유지된다. 자녀는 부모 ‘통제’를 통해 규범과 자기절제를 배우고, ‘자율’을 통해 자아존중감, 자율성, 사회성을 습득한다. A씨 부부는 아들을 통제적으로 양육하면서, 좋은 성적표와 얌전한 모습에만 반응했을 것이다. 기대는 많지만, 이해와 수용은 부족한 불균형적 양육이다. 아들은 기름칠이 부족해 삐걱거리다가 치열한 학업 경쟁 앞에서 ‘번 아웃(Burn out)’을 선언한 것이다.
아들은 왜 친구까지 사귀지 못하는 걸까. 사춘기가 되면 부모를 벗어나 독립하고, 친구와 연결되고 싶은 강한 욕구를 느낀다. 하지만 A씨 아들은 부모의 통제에 길들어지면서 자율성, 사회성을 기르지 못한 채 사춘기를 맞았다. 원하던 ‘부모로부터의 독립도, 친구와의 연결’도 쉽지 않아 무기력이 한층 깊어진 아들은 유예 장소인 ‘방안’에 머물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무기력증이 청년기 이후에 정서 행동적 문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공리주의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은 아버지의 강압적 교육을 견디며 성장하는 바람에 20대엔 극심한 우울증에 시달렸다. 무기력한 자녀는 자신이 겪게 되는 낮은 자존감과 부적응, 낮은 성취에 우울과 분노를 느끼게 된다. 이 감정의 대상이 자신일 경우 자기비하, 우울 및 불안장애로 나타날 수 있고, 대상이 부모(타인)일 경우 분노 및 충동조절 장애, 반항 장애, 패륜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그런데, 왜 금전까지 요구할까. 무기력한 자녀가 성장하면서 보이는 공통적 행동이 있다. 바로 부모에게 금전을 요구한다. 경제적 풍요에 익숙해진 자녀는 부족한 능력을 부모의 경제력으로 메우는데 익숙하다. 부모는 자녀문제에 자책감을 느끼고, 철없는 자녀를 버릴 수도 없는지라 자녀의 요구를 들어준다.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자녀의 금전 요구는 강해진다. 부모의 경제적 풍요가 ‘독’으로 작용한 셈이다.
상황을 바꾸려면 변화의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 먼저 부모는 자신의 불안과 강박, 열등감을 자녀에게 투영해 억압했던 것들을 사과해야 한다. 마음의 상처가 치유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긍정적 에너지가 생길 수 없다. 단, 자녀의 폭력적인 언행에 대해서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냉정한 사랑’을 실천해야 한다.
둘째, 자녀 역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해야 한다. 현재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이들은 과거 부모의 실수를 탓하지 않는다. 부모에게 원망의 감정이 들 수는 있지만, 그 원망을 쏟아낸다고 해결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과거의 상처는 과거에 묻어두고, 지금의 삶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
셋째, 자녀가 성인이 되면 ‘각자도생'해야 한다. 어미새는 새끼에게 날개가 돋아나면 높은 곳으로 데리고 올라가 떨어뜨린다. 새끼에게 나는 법을 가르치기 위함이다. 부모는 자녀의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자녀 역시 부모에 기대어 살 수 없다. 마지막으로 경제적 지원은 조절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풍요는 자녀로 하여금 땀 흘려 노력하지 않고 누리는 편안함에 익숙해지게 만든다. 하지만 세상은 불공평한 듯 공평하다. 중년 이후가 되면 ‘금수저, 은수저’로 시작한 삶이, ‘흙수저’로 시작한 삶에게 역전당하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유명한 동화작가 안데르센은 알코올 중독자의 아들로 태어났다. 어린시절 중독, 폭력, 가난 속에서 성장해야 했다. 하지만 어두운 그림자를 삶의 한켠에 밀어두고, 작품을 통해 불행과 행복이라는 두 세계를 공존시켜 감동적인 동화를 그려냈다. 안데르센의 열정과 의지는 바로 고통을 극복하는 과정에서만 생겨나는 힘인 ‘회복탄력성(resilience)’ 덕분이었다.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300954000566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2110000000862)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1610400005531)
(www.hankookilbo.com/News/Read/A2025070714000002347)
나현정 굿상담클리닉 원장·전 국가인권위원회 전문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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