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호혜적 동맹" 美 "한국군·미군 역할 조정"...동맹 현대화 이견 또렷
국무부, 주한미군의 역할 재조정
외교부, 호혜적 협력 각각 강조
"美, 중국 억제에 韓 지지 요구"

이달 말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로 떠오른 '동맹 현대화'에 대한 양국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변화가 '호혜적'이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미국은 대북 억제에 주력했던 주한미군을 '중국 견제' 전선으로 옮겨가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동맹 현대화 담론은 안보 환경이 달라지며 동맹의 역할도 변화해야 한다는 인식을 담고 있다. 양국 모두 적시하진 않지만 결국 인도·태평양 지역 내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억제하는 데 주한미군 전력을 활용하겠다는 미국의 안보 전략을 반영하고 있다.
미국, 주한미군과 한국군 역할 분담에 무게

한미 간 입장 차는 동맹 현대화에 대한 '정의'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10일 미 국무부는 '동맹 현대화'가 무엇이냐는 본보 질의에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한미는 동맹의 미래에 대한 협의를 시작하기로 했다"며 "양측은 한반도에서 미군과 한국군 간 역할·책임을 재조정하기 위해 확장 억지력을 유지하고 한국군의 방위비 분담을 늘려야 할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현재 '대북 억제'에 집중하고 있는 동맹 전력을 한국군은 대북 방어에, 주한미군은 대(對)중국 견제로 각각 역할의 무게 추를 달리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미 군당국 입장도 비슷하다. 미 국방부는 "동맹 현대화는 한반도와 그 너머에서 신뢰할 만한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해 연합 태세를 조정하고 상호 운용성을 심화하며 협력을 확대하는 것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한반도 너머' 즉 중국에 대한 억제 역할에 동맹 전력을 투사하겠다는 얘기다.
반면 한국 외교부는 같은 물음에 "한미는 변화하는 안보 환경 속에서 동맹의 능력 및 태세를 강화하기 위한 호혜적 협력 방안을 논의 중"이라는 짧은 입장을 내놨다. 주한미군 역할 재조정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대신 '호혜성'을 강조해, 동맹 현대화에 대한 논의가 한국 측 안보 부담이 커지는 결과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정부 소식통은 "주한미군 역할을 중국 견제로 확대할 수밖에 없으니 한국은 방위비 증액 등을 통해 자체적인 대북 억제력을 갖추라는 게 미국의 요구"라며 "한국으로선 안보 환경의 변화는 인정하지만, 그렇다고 대북 억제력이 약화해선 안 된다는 점을 미국에 이야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WP "미국, 주한미군 유연성에 한국 지지 요구"

이 같은 미국의 기류는 9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보도를 통해서도 확인된다. WP는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최근 한국과의 관세 협상 과정에서 "중국 억제를 더 잘하기 위해 주한미군 태세 유연성을 지지하는 정치적 성명을 한국이 발표할 것"을 요구했다고 미국 측 내부 문서인 '한미 합의 초기 초안'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관세 협상에서 실제 다뤄지진 않았지만 이와 관련해 오는 25일쯤 열릴 것으로 보이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미국 측 요구가 제기될 수 있을 것으로 짐작되는 대목이다.
WP가 전한 미국 내부 문서에는 한국이 지난해 기준 국내총생산(GDP) 대비 2.6% 수준인 국방비 지출 규모를 3.8%로 늘리고 방위비 분담금(주한미군 주둔비용 중 한국의 부담액)도 증액할 것을 요구하려 했다는 점도 담겼다. GDP의 3.8% 국방 지출은 지난해 대비 약 50% 높은 금액이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등 동맹들에 요구하고 있는 '5%'에 비해서는 상당히 낮은 수치다.
다만 나토는 '5%까지 인상' 목표를 '2035년까지'로 설정해 둔 반면 미국이 한국에 요구했다는 3.8%의 목표 시한은 불분명하다. WP 보도만으로 한국에 대한 미국의 방위비 인상 요구 수준이 낮다고 단정하긴 어려운 셈이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국방비 인상 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한국이 더 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국방비 증액 요구가 크지 않더라도 방위비 분담금 문제가 여전히 변수로 남아 있다는 뜻이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ficcione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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