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G 정지 끝' 자기관리 허술했지만 "올려야죠"…'2달 만의 실전' 최고 146km! 나균안, 9월 복귀한다 [MD고척]
[마이데일리 = 고척 박승환 기자] "올려야죠"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은 지난 29일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열린 아시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U-18) 대표팀과 맞대결에 등판해 2이닝 동안 투구수 27구,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을 기록했다.
나균안은 올해 참으로 다사다난한 한 해를 보내고 있다. 정규시즌 일정이 시작되기 전이었던 스프링캠프에서는 사생활 문제가 불거지면서 한차례 구설수에 올랐다.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던 만큼 롯데는 이렇다 할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고, 나균안 또한 4선발로서 시즌을 준비했다.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AG) 대표팀에 승선해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만큼 나균안을 향한 기대감은 컸다. 하지만 시즌 시작은 썩 좋지 않았다.
나균안은 시즌 첫 등판에서 KIA 타이거즈를 상대로 5이닝 6실점(3자책)으로 패전을 떠안았다. 이후 4월에는 다소 기복이 있는 모습이었으나, 5경기에서 두 번의 퀄리티스타트(6이닝 3자책 이하)를 기록하는 등 1승 3패 평균자책점 4.97을 기록했다. 그런데 5월부터 페이스가 급격하게 떨어지기 시작, 5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3.50으로 허덕였다. 하지만 롯데 입장에서는 나균안을 쉽게 뺄 수가 없었다. 당시 선발, 불펜 등 마운드에 대한 고민이 컸던 까닭이다.
나균안은 6월 일정이 시작된 후 키움 히어로즈와 KT 위즈를 상대로 각각 5이닝 4실점(4자책)을 기록하면서 다시 컨디션을 회복하는 듯했는데, 이때 문제가 터졌다. 지난 6월 25일 KIA전 선발 등판을 앞두고 사직구장 인근에서 술자리를 가지고 있는 사진들이 커뮤니티 사이트에 등장한 것. 그래도 선발진에 변화를 줄 수 없었던 롯데는 나균안의 등판을 감행했으나, 1⅔이닝 동안 7피안타(1피홈런) 6볼넷 8실점(8자책)으로 주저 앉았다. 특히 사직구장에는 마운드를 내려가는 나균안에게 야유가 쏟아지기도 했다.
다시 롯데는 간격이 무려 13점까지 벌어지면서 허무하게 한 경기를 날릴 위기에 처했었다. 그러나 경기 중반부터 타선이 힘을 내기 시작하더니 13점차의 열세를 극복하는데 성공했고, 결국 연장 12회말 승부 끝에 15-15 무승부로 경기를 마쳤다. 그리고 롯데는 이튿날 나균안을 1군에서 전격 말소했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과) 따로 이야기한 것은 없다. 구단 규정이 있더라. 구단 회의를 통해서 조치를 내리기로 했다.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니지 않나"라고 밝혔다. 이후 롯데는 징계위원회를 통해 30경기 출장 정지, 사회봉사활동 40시간의 징계를 부과했다.
나균안은 누적된 어깨 치료를 받으며 징계를 소화했고, 지난 8월 14일부터 2군 선수단에 합류해 복귀를 위한 본격 시동을 걸었다. 당시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복귀 시점에 대한 질문에는 "아직 모르겠다"고 말을 아꼈으나 "이제 하프피칭에 들어간다. 다만 팔 상태가 100%는 아닌 것 같다. 일단 불펜 피칭을 보고 어떤 결정을 내리겠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나균안이 정말 오랜만에 청소년국가대표팀을 상대로 마운드에 올랐다.
나균안은 1회 선두타자 박재현을 2루수 땅볼, 오재원을 좌익수 뜬공, 염승원을 2루수 땅볼로 잡아내며 삼자범퇴 스타트를 끊었다. 그러나 2회 첫 타자 박준순을 삼진으로 잡아낸 뒤 후속타자 심재훈을 실책으로 내보내면서 급격하게 흔들리기 시작, 이원준에게 적시타를 허용하며 첫 실점을 기록했다. 이후 함수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한숨을 돌리는 듯했으나, 이어지는 스코어링 포지션에서 박재엽에게도 1타점 적시타를 맞아 2실점째를 기록했다.
그래도 더 이상의 실점은 없었다. 나균안은 배승수에게 삼진을 뽑아내며 2이닝 투구수 27구, 2피안타 3탈삼진 2실점(2자책)을 기록했다. 당시 나균안은 오랜 공백기가 무색한 최고 146.2km, 평균 143.9km를 기록했고, 이 밖에도 커브와 커터, 포크볼을 곁들이며 오랜만의 실전 등판을 마쳤다.
롯데는 현재 5강 티켓을 놓고 미약하지만 가능성을 키워가는 중이다. 10개 구단 중에서 가장 많은 잔여경기가 남아 있는 만큼 성적에 따라 충분히 순위에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이는 그만큼 남은 경기에 대한 일정이 빡빡하다는 것이다.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투수력의 뒷받침이 필수적. 김태형 감독도 이를 모르지 않는다. 때문에 30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키움 히어로즈전에 앞서 9월 1일부터 확장엔트리가 실시될 경우 나균안을 콜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김태형 감독은 나균안의 U-18 대표팀을 상대로 등판한 것에 대한 질문에 "올려야죠"라고 말 문을 열며 "중간이라도 써야 한다. 140km 중반의 공을 던지는데 써야 한다. 투수가 없지 않나"라고 말했다. 투구를 재개한지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만큼 보직은 정해놓지 않았다. 사령탑은 "중간으로 쓰던, 뭘 하던 상황에 따라 쓸려고 한다"며 "다음주 엔트리가 확장될 때 넣으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으로 인해 군 문제까지 해결하면서 야구만 잘하면 될 시기에 큰 실수를 범한 나균안. 그래도 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닌 만큼 만회할 기회는 남아 있다. 롯데가 가장 힘겨운 시기에 돌아와 힘을 보태는 것이 현재로서는 베스트 시나리오다. 나균안이 다시 찾아온 기회를 잡을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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