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COMPANY] 재무건정성 빛난 SK하이닉스… AI 반도체 선두주자 이어간다

장우진 2024. 8. 20.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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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하이닉스
상반기 호실적… 이익잉여금 6조↑
부채 감소하며 신용등급도 상향돼
미래 성장기반 위해 인프라 확대
2028년까지 103조 규모 투자 예정
SK하이닉스 이천 M16 전경. SK하이닉스 제공

SK하이닉스가 올 2분기 역대급 실적을 낸 가운데 부채까지 대폭 줄이면서 '인공지능(AI) 시장' 주도권을 공고히 하는 동시에 재무건전성까지 확보했다. SK하이닉스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AI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한 만큼 재무구조 개선도 한층 탄력이 붙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신용평가사들도 SK하이닉스의 재무 건전성에 신용등급을 상향 조정하는 등 긍정적 전망을 내놓고 있어, AI반도체 투자를 위한 자금 조달 경쟁력도 한층 높아질 것으로 관측된다.

SK하이닉스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올 6월말 부채비율(자본-부채 기준)은 76.5%로 작년 말보다 11%포인트 개선됐다.

이는 상반기 호실적을 내면서 이익잉여금이 6조원 이상 늘어난 데 반해, 부채가 1조원 이상 줄어든 효과다. 특히 이 기간 차임금은 29조5000억원에서 25조2000억원으로 4조원 이상 감소하며 순차입금비율(26%)도 6개월 만에 12%포인트 하락했다.

SK하이닉스는 2020년만 해도 부채가 19조원 규모로 관리됐지만 이후 팬데믹 등을 거치면서 작년 말엔 46조원까지 불어났다. 재무 관리를 위해서는 부채를 줄여나가는 것이 숙제였는데 올 상반기 가시적인 성과가 나온 모습이다. 단기차입금은 작년 말 4조1500억원에서 올 6월 말엔 1조5000억원으로 대폭 줄여 당장 상환해야 하는 부채 부담도 줄었다.

이런 가운데 SK하이닉스가 올 상반기에만 5조9670억원의 설비 보완투자를 단행했으며, 여기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생산능력 확충 등을 위한 설비투자가 포함됐다. 통상 대규모 투자 과정에서는 자금 조달을 위해 부채가 쌓이는 경우가 많은데, SK하이닉스는 설비투자와 함께 부채를 줄여나가는 '두 토끼'를 모두 잡았다.

이러한 재무구조 개선은 글로벌 신용평가사로부터도 인정받았다. 무디스는 지난 14일 SK하이닉스의 신용등급 전망을 '부정적'(negative)에서 '안정적'(stable)으로 상향 조정했다. 무디스는 "수익과 현금흐름이 크게 개선되고 부채 감축을 위한 노력이 앞으로 12~18개월 동안 재무 완충력을 강화할 것임을 반영한 것"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이달 7일 SK하이닉스의 장기 발행자 신용 등급과 선순위 무담보 채권 등급을 'BBB-'에서 'BBB'로 상향 조정했다. S&P는 "신중한 재무 정책을 바탕으로 견조한 잉여현금흐름을 활용해 에비타(EBITDA,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조정 차입금 비율을 2023년 4.7배에서 2024년 말 0.5배, 2025년 말 0.3배 수준으로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 전망을 내놨다.

신용등급 상승은 조달비용을 낮추는 요인이 된다. 앞으로 만기도래하는 채권의 현금 상환 혹은 차환발행의 선택의 폭이 한층 여유로워졌다는 의미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지난 6월 경영전략회의에서 2028년까지 103조원 규모의 대규모 투자 계획을 수립했는데, 이를 위한 자금 조달을 한층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SK하이닉스는 경기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며 120조원 이상의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이를 위해 SK하이닉스는 지난달 26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의 첫 번째 팹과 업무 시설을 건설하는 데 약 9조4000억원의 투자를 결정했다. 현재 진행 중인 부지 조성 작업이 마무리되면 내년 3월 첫 번째 팹을 착공해 2027년 5월 준공할 계획이다.

부채 감소와 함께 수익성 확보를 통한 현금흐름 개선은 재무구조 개선의 핵심이다. SK하이닉스는 올 2분기에 6년 만에 5조원대 영업이익을 내는 등 상반기에만 8조3500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현재 반도체 업황은 AI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하고 있는데, 주도권을 잡은 SK하이닉스에게 유리한 구도라는 평이 나온다.

여기에 내년에는 HBM뿐 아니라 D램 등 일반 메모리 수요도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적도 긍정적인 시그널이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기준 DDR5 16Gb D램 현물 가격은 5.10달러로 연초(4.25달러) 대비 17%, 한 달여 전인 6월20일(4.83달러)보다는 6% 이상 각각 올라 늘어나는 수요를 방증했다.

이에 SK하이닉스의 2분기 실적 발표 후 리포트를 낸 증권사 21곳의 평균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23조9000억원으로, 하반기에만 15조원 안팎의 영업이익을 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김우현 SK하이닉스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은 2분기 컨퍼런스콜에서 "AI 시장의 선두주자로서 인프라 투자는 미래 성장 기반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장기투자 규모는 이를 반영해 산출되고 있고, 연간 투자계획은 시장 수요를 반영해 유연하게 집행할 것"이라며 "올해 늘어나는 투자비를 제외하더라도 영업현금흐름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다. 이를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글로벌 신평사들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면서, 이러한 실적 개선이 중장기적으로 부채를 줄이는 연계 효과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S&P는 "SK하이닉스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우수한 경쟁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높은 수익성과 성장세를 기록 중인 HBM 시장을 선도하고 있고, 앞으로도 우월한 기술력과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1위 자리를 수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무디스는 "SK하이닉스의 에비타는 작년 5조9000억원에서 올해 32조원, 내년 39조원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잉여현금흐름 창출을 바탕으로 부채를 감축하고 재무 부담도 경감돼 에비타 대비 조정 차입금 배율은 작년 6.0배에서 내년 0.6배 수준으로 낮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우진기자 jwj1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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