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는 살림’ 강원FC, 윤정환 감독 ‘포지션 변경’ 마법에 K리그1 깜짝 선두
프로축구 K리그1에서 가장 선수단이 얇은 팀 중 하나인 강원FC가 선수들의 성공적인 포지션 변경을 통해 예상을 뒤엎고 리그 선두로 올라섰다. 최근 3연승을 달린 강원은 14일 기준 승점 47점(14승 5무 7패)으로 김천 상무에 승점 1점 앞선 1위다. 창단 16시즌 만에 우승도 노릴 수 있게 됐다.
2024년 전체 예산은 약 110억원으로 전북 현대의 3분의 1 수준인 ‘없는 살림’ 속에서 이룬 성과라 더 주목받는다. 2023년에도 강원의 연봉 총액은 약 96억 원으로 K리그1 12개 구단 중 8위에 그쳤다.
이번 시즌 강원은 리그 평균보다 4명 적은 37명의 선수를 등록했다. 울산 HD(32명), 김천 상무(36명) 다음으로 적다. 다만 울산은 국가대표가 즐비한 팀이고, 김천이 국군부대라는 특성을 고려하면 질적으로나 양적으로나 가장 빈약한 스쿼드라고 할 만하다. 대표팀 선수는 몬테네그로 출신 센터백 강투지뿐이다.
윤정환 감독 체제에서 온전하게 프리시즌을 준비한 강원은 이번 시즌 들어 수비 위주의 지루한 축구를 과감히 던지고 능동적인 축구로 성적까지 잡고 있다. 그 중심에 이기혁, 황문기, 이유현의 극적인 포지션 변경이 있었다. 세 선수 모두 얇은 스쿼드, 주축 선수 부상 악재 속에 택한 고육지책이었지만 이제는 최선책이 됐다.
수원FC, 제주 유나이티드를 거친 미드필더였던 이기혁은 올 시즌 강원에 입단해 센터백으로 완전히 변신했다. 윤 감독은 “동계훈련 때 김영빈이 다치면서 센터백으로 훈련했다”며 “수비적인 부분은 둘째치고 공격적인 면에서 빌드업 능력이 뛰어나 우리가 필요로 하는 스타일이었다”고 설명했다. 누계기준으로 전방패스와 횡패스 개수는 리그 8위, 중거리 패스는 3위에 올라 있다. 184cm로 센터백치고 큰 키는 아니지만 집중력이 뛰어나고, 왼발잡이라 패스 선택지가 다양한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김영빈이 복귀한 이후에도 번갈아 가며 강투지와 함께 센터백 조합을 완성하고 있다.
황문기의 변신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 시즌부터 중앙 미드필더에서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자리를 바꾼 그는 이번 시즌 기량이 만개했다. 4월 이달의 선수상을 받고, 지난달에는 팀 K리그 소속으로 토트넘(잉글랜드)과의 내한 친선경기에도 나섰다. 윤 감독은 “황문기는 기본적으로 전진성이 있는 선수다. 마크를 당하는 것보다 공간이 있어서 뛰어나가면서 공간을 활용하면서 공을 찾는 자리에서 뛰는 것이 훨씬 낫겠다는 판단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황문기는 대표팀의 취약 포지션인 오른 풀백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유현은 가장 최근에 포지션 변경을 경험했다. 원래 풀백이었던 그는 팀의 주요 미드필더들이 장기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풀백에서 미드필더로 자리를 옮겼다. 윤 감독은 “코리아컵을 통해서 미드필더 포지션을 시험했는데 충분히 가능성이 있겠다는 판단하에 훈련을 했다”며 “훈련 과정에서 생각보다 너무 잘해서 조금만 다듬으면 더 좋아지겠다고 생각했다. 나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이러한 과감한 포지션 변경의 성공 뒤에는 윤정환 감독의 믿음과 결단이 있었다. 구단 관계자는 특히 이기혁의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4월 김천 원정 경기때만 해도 다소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이후에도 윤 감독이 믿고 기용했고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잠재력을 터뜨리며 리그 선두 질주를 이끌고 있는 윤 감독은 7월 ‘이달의 감독상’도 받았다.
내년부터 토트넘에 합류하는 윙어 양민혁도 윤 감독이 보낸 믿음이 결실을 본 사례다. 강원은 2부 부천FC에서 안재준 영입에 실패했고, 윤 감독은 고등학생 양민혁을 콜업해 시즌 첫 경기부터 기회를 줬다. 양민혁은 꾸준한 출전 기회를 보장받으면서 기량이 급성장했고 K리그에서 EPL로 직행했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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