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관공서 여름은 44년째 실내 온도 규정 28도 “공무원은 고역” vs “솔선수범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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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 공공기관의 실내온도 기준치가 비현실적이어서 업무 능률이 저하된다고 공무원들이 고충을 토로한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전국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는 1980년 28도로 설정된 이후 사실상 44년 간 이어져 왔다.
민원인 B 씨는 "이렇게 더운 데서 힘들게 일하면 우리 업무가 제대로 눈에 들어 오겠나. 공무원에게 업무처리를 독려할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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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시청 실내 최고기온 29.9도
- 청사 오래된 데다 냉방설비 노후
- 공무원 수도 배 늘어 사무실 찜통
- 지친 표정에 민원인 오해 사기도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전국 공공기관의 실내온도 기준치가 비현실적이어서 업무 능률이 저하된다고 공무원들이 고충을 토로한다. 국제신문 취재 결과 전국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는 1980년 28도로 설정된 이후 사실상 44년 간 이어져 왔다. 하지만 급증하는 전력 사용량을 감안할 때 공직사회가 절전에 솔선수범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12일 오후 3시 부산시청 10층 총무과. 사무실 입구에 있는 온도계는 기온 28.7도, 습도 51%를 가리킨다. 직원들의 컴퓨터가 놓인 곳은 칸막이가 빼곡하게 둘러져 에어컨 냉기가 잘 닿지 않았고, 컴퓨터 본체와 모니터에서는 뜨거운 열기가 뿜어져 나와 입구보다 훨씬 더웠다. 창가 자리는 커튼 틈새로 내리쬐는 태양열과 햇볕에 달궈진 커튼에서 전달되는 열기로 더 뜨거웠다. 대부분의 직원 자리에는 선풍기가 강하게 돌아갔지만, 후텁지근한 공기를 식히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땀을 닦으면서 부채질을 하는 직원도 많았다. 이곳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A 씨는 “청사가 오래돼서 냉방설비도 노후화돼 성능이 떨어진다. 1990년대 후반 시청사 공무원은 불과 약 1500명이었지만, 현재 근무자는 3000명이 넘는다. 여름 날씨는 해마다 더워지는데 근무환경은 열악해지니 여름마다 고역”이라며 “특히 땡볕이 내리쬐는 곳으로 외근을 다녀오는 날에는 더위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다. 공무원도 사람이다 보니 체력적으로 일하기 더욱 힘들어지는 것이 사실”이라고 푸념했다.
1980년 7월 제정된 공공기관 에너지이용 합리화 추진에 관한 규정’에 따라 전국 공공기관은 냉방설비를 가동할 때 실내 온도를 평균 28도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어린이집과 학교, 노인복지관 등 취약계층이 이용하는 시설 등을 뺀 전국 대부분의 관공서에 적용된다. 정부는 공공기관의 실내온도를 낮춰달라는 공무원들의 요구가 잇따르자 지난 6월 전국 관공서에 올해 실내 적정온도는 26도로 설정하라는 공문을 발송했다. 하지만 에너지 절약을 위해 실내 온도를 낮춘 공공기관은 찾기 힘들다. 시도 청사 내 에어컨 온도를 27~28도로 설정하지만 노후 냉방시설과 인원 밀집으로 설정온도보다 실제 온도는 2도 이상 높다. 특히 직사광선에 노출된 고층 사무실의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20층에서 가장 실내 온도가 높은 부서는 도시계획과로, 29.9도에 육박했다. 그나마 가장 시원한 토지정보과도 27.6도를 기록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민원인들도 불만이 많다. 민원인 B 씨는 “이렇게 더운 데서 힘들게 일하면 우리 업무가 제대로 눈에 들어 오겠나. 공무원에게 업무처리를 독려할 환경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 B 씨의 민원 업무 담당자는 “구청에 오신 주민이 더위에 지친 직원의 표정을 보더니 ‘민원에 불만이 있느냐’고 항의를 해 오해를 푼다고 진땀을 흘렸다”고 전했다.
하지만 관공서는 전기요금 걱정에서 자유로운 만큼 폭염에 급증한 전력사용량을 감안해서라도 당연히 절전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여전히 나온다. 민원인 C 씨는 “야외에서 근무하거나 전기요금이 걱정돼 냉방을 꿈도 못 꾸는 시민도 있다. 공직사회는 에너지 절약 운동에 단순히 동참하는 객체가 아니라 주도하는 주체라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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