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라노] 대법관 없는 ‘대법원 청문회’

사사건건. 정치와 법의 갈등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피곤합니다.
12·3비상계엄 사태에 이은 현직 대통령 파면, 유력 대선 주자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전부 무죄 판결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이를 두고 정치는 각 무리의 유불리에 따라 법을 공격하고 힐난합니다. 법은 “오로지 법과 원칙에 따른 결정”이라며 정치의 간섭이 도를 넘었다고 맞섭니다.
국민이 법률 전문가가 돼야 할 판입니다. 어느 쪽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하려면 말이죠. 이미 얼추 전문가인 국민도 많습니다. 먹고살기 바쁜 장삼이사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세상입니다.
14일 대법원을 상대로 초유의 국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정식 명칭은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 개입 의혹 진상 규명 청문회’. 입법부 권력의 과반을 장악한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했습니다. 현직 대법원장을 포함해 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 사건을 이례적 속도로 파기환송한 대법관 12명을 증인으로 채택했죠.
사법부 양대 수장 중 한 명인 조 대법원장과 나머지 11명의 대법관 모두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대법관 없는 대법원 청문회’가 진행된 셈이죠. 이들 대법관은 “사법부 독립을 보장한 헌법 취지에 반한다”는 내용의 불출석 사유서를 각각 제출했습니다.
여기서 또 ‘싸움’은 시작됩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헌법과 법률을 들먹이며 청문회 불출석을 말하는 것 자체가 헌법과 법률 위반”이라며 “대법원장 스스로 국회를 존중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법원을 존중하라 말할 수 있겠나”라고 비판합니다.
입법부는 손에 쥔 권력을 행사합니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 회의를 열어 ‘조희대 대법원장 등에 의한 사법 남용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검법’, 일명 ‘조희대 특검법’을 상정했습니다. 특검법은 조 대법원장의 사법권 남용과 대선 개입 혐의를 수사하도록 합니다.
끝이 아닙니다. 법사위는 대법원판결에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게 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 대법관 수를 현행 14명에서 100명으로 증원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도 상정했죠. ‘대법원을 믿을 수 없다’는 분위기 또는 여론을 조성하려는 목적으로 해석됩니다. 실제 통과될 가능성을 떠나 ‘압박용’ 성격이 강해 보입니다. 과한 측면도 다분합니다.
당연히 대척점에 선 국민의힘은 “이재명 방탄용” “의회 독재” “사법 탄압”이라고 반발했습니다. 그러나 같은 입법부 권력이지만, 머릿수에서 밀립니다.

초등학생도 학교에서 배웁니다. 국가 조직은 삼권분립이라는 명확한 원리로 작동합니다. 입법 사법 행정 3개 권력의 독립이 기본입니다. 각자 권한을 인정하고 존중해야 합니다. 간섭하거나, 개입하거나, 압력을 행사해선 안 됩니다.
하지만 ‘분립’은 마냥 독립된 자유를 말하는 건 아닙니다. 견제가 필수입니다. 독립된 삼권은 서로를 견제합니다. 권력 남용을 막기 위한 장치입니다. 행정부 수반의 위헌을 입법부가 저지하고, 사법부가 심판하지 않았다면 지난해 12월 3일 이후 대한민국은 어떻게 됐을까요. 따라서 삼권 중 어느 하나도 홀로 지고지순할 수는 없습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위험합니다. 사법부는 행정부와 입법부를 심판할 수 있으며, 심판의 결론은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다만, 결론이 아니라 심판의 과정이 절차적으로 불공정했다거나 중립성을 훼손했다는 의혹이 있으면 입법부의 견제를 받는 것이 타당합니다. 입법부가 사법부를 견제하는 수단은 법률안 제·개정 또는 폐지, 법관 인사청문이나 탄핵소추 등이 있습니다. 입법부의 견제가 다소 순수하지 않고 지나쳐도, 사법부의 판단 근거가 ‘오로지 법과 원칙’이었다면 정당하게 의혹을 해소하면 됩니다.
입법·행정과 달리 사법은 ‘선출되지 않은 권력’이란 한계를 지닙니다. 그런데도 막강한, 동등한 권력을 가집니다. 그러므로 사법부는 반드시 국민의 신뢰와 지지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 신뢰와 지지는 ‘전폭적’이어야 합니다. 그래야 사법부 권력의 존재 기반이 있는 겁니다.
민주당은 이날 법사위 회의에서, 앞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구속을 취소했으며 현재 내란 우두머리 혐의 사건을 심리 중인 부장판사가 “고급 룸살롱에서 직무 관련자에게 여러 차례 향응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했습니다. 김기표 의원은 제보받은 룸살롱 사진도 공개했습니다.
도저히 믿을 수 없는 상황이며, 일방적 폭로입니다. 그러나 이 역시 견제받고, 필요하다면 해명해야 할 일입니다. 사법부의 ‘독립된 권력’이 그만큼 무섭고 강력하기 때문입니다. 국민의 전폭적 신뢰를 받아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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