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Y 염색체 복서'를 둘러싼 두 가지 공정의 잣대…IOC "성별은 염색체 아닌 여권이 기준" [스프]

정명원 기자 2024. 8. 2. 15: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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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스프링]

"이건 전혀 그 전에 느껴본 적이 없는 펀치였다." (카리니 선수)

경기 시작 전부터 논란이 됐던 파리 올림픽 복싱 여자 66kg급 알제리의 칼리프 선수와 이탈리아의 카리니 선수의 경기는 불과 46초 만에 끝이 났습니다.

카리니 선수가 펀치를 맞을 때마다 경기를 중단하더니 46초 만에 기권했습니다. 그는 눈물을 흘리며 "맞는 순간 코에 통증을 심하게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상황인데?

이미 경기 전날 이탈리아 총리와 체육부 장관까지 나서서 'XY 염색체'를 가진 알제리 칼리프 선수와 싸우는 게 공정하지 않다는 주장을 했던 경기입니다.

해리포터의 작가 조앤 롤링도 이런 경기는 "포용성이 아니라 광기"라는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습니다.

남성 같은 힘을 가진 선수를 상대로 여성이 격투기 종목을 한다는 것은 '불공정'을 넘어 위험하다는 주장입니다.

좀 더 설명하면

성전환을 한 칼리프 선수는 파리 올림픽에 출전한 여자 복싱 선수 가운데 타이완의 린위팅과 함께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에서는 국제복싱협회로부터 실격 처분을 받았습니다. 칼리프와 린위팅이 남성을 의미하는 XY 염색체를 가졌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런데 국제복싱협회가 판정 비리와 내부 부패 문제로 국제올림픽위원회로부터 올림픽 경기를 관장할 권리를 빼앗긴 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염색체만으로 성별을 결정할 수 없다"며 올림픽 출전을 허락했습니다.

경기는 칼리프의 기권승으로 쉽게 끝났지만 후폭풍이 이어질 가능성은 높습니다.

총리까지 나선 이탈리아 정치권에서 문제를 계속 삼고 있고 앞으로 칼리프와 상대하는 선수들의 나라에서도 비슷한 반발이 나올 수 있습니다.

오늘(2일) 출전하는 타이완의 린위팅과 상대하는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복싱이 기록 경기가 아니라 격투기 종목이라는 점에서 논란은 더 확산하는 분위기입니다.

한 걸음 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XY 염색체 보유 복서들의 여자부 출전을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성별은 염색체가 아니라 여권을 기준으로 결정한다"며 "모든 사람은 차별 없이 운동할 권리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성전환을 했다는 이유로 출전 자체를 배제한다면 공정하지 않다는 논리입니다.

IOC는 오히려 "두 선수가 받는 학대 행위에 관해 안타까움을 느낀다"고 반박하기도 했습니다.

반면, IOC 입장을 반대하는 쪽에서는 역시 '공정의 잣대'로 이 사안을 비판하고 있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파리 올림픽 조직위가 '정치적인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을 내세우며 정작 약자인 상대 여성 선수들에게 불공정 경기를 강요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 IOC는 파리 올림픽의 가장 큰 의미로 "하계올림픽 128년 역사상 처음으로 남녀 평등 올림픽이 됐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206개국 1만 500명 선수가 출전했는데 남자 선수와 여자 선수 성비가 같다는 거죠.

IOC는 2021년 각 종목별 국제연맹이 트랜스젠더나 자신의 성별을 여성이나 남성 어느 한쪽으로 규정하지 않은 '논바이너리' 선수의 경기 참여 규칙을 마련하도록 규정을 바꾼 바 있는데 이번 성비 통계에 논바이너리는 따로 분류하지 않았습니다.

파리 올림픽에서는 미국 국가대표 육상선수로 출전한 니키 힐츠가 대표적인 논바이너리 선수입니다. 니키 힐츠는 여성(she)이나 남성(he)이 아닌 논바이너리(they)로 정체화한 트랜스젠더로 호르몬 요법이나 수술을 받지 않아서 이번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니키 힐츠

당신이 알아야 할 것

남성 종목에 출전하는 XX 염색체 선수와 달리 여성 종목에 출전하는 XY 염색체 선수들은 압도적인 피지컬 차이 때문에 그동안 계속 논란이 돼 왔습니다.

국제올림픽위원회는 지난 2004년 성전환 수술을 받은 선수의 올림픽 출전을 사상 처음으로 허용했고 남아공의 세메냐가 올림픽에 출전할 수 있게 됐습니다.

세메냐는 성 판별 검사 결과 남성와 여성의 특성을 모두 지닌 '간성'으로 남성호르몬 농도가 일반 여성보다 높게 나왔는데 올림픽 출전 이후 여자 육상 800m에서 2012년, 2016년 모두 금메달을 땄습니다. 2위를 기록한 선수와 압도적인 차이였는데 그러자 세계육상연맹이 여자부 경기 출전 기준에 테스토스테론 기준치를 정했고 그 이후부터 세메냐는 올림픽에 출전하지 못했습니다.

캐스터 세메냐

이후 여러 선수들이 비슷한 논란에 휩싸였고 가장 최근 미국에서 논쟁의 한가운데 있는 선수가 미국 수영선수 리아 토마스입니다.

리아 토마스는 수술 대신 호르몬 치료만으로 성전환을 해 여성 종목에 출전하는 수영선수인데 남자 종목에 출전할 때는 4~500위 기록이었지만 여성부에서는 같은 기록으로 대학선수권 여성 500m 자유형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그러자 반발이 쏟아졌는데 교육 과정에서 성차별을 금지하는 법을 위반했고 헌법에서 보호받도록 한 여성과 소녀들을 보호하지 못했다는 주장입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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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명원 기자 cooldud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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