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2.5배 태운 美캘리 산불…캐나다 재스퍼 100년만에 최대 피해
미국과 캐나다 서부에서 최근 발생한 산불로 미 대륙 전역에 연기가 뒤덮이는 등 피해가 커지고 있다. 현지 소방당국이 진화에 나섰지만, 폭염과 건조한 날씨 탓에 불길을 잡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미 언론들이 전했다.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소방 당국에 따르면 지난 24일 미 캘리포니아주 북부 뷰트 카운티에서 시작된 산불(일명 '파크 파이어')로 지금까지 서울 전체 면적(605㎢)의 2.5배에 달하는 1489㎢가 탔다. 이는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산불로는 역대 6번째 규모라고 CNN이 보도했다. 파크 파이어 영향으로 주민 수천 명이 대피했고, 건물 4000곳 이상이 화재 위협에 놓였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소방 인력 수천 명이 진화에 나섰지만, 현재 전체 면적의 12%만 진압된 상태라고 소방 당국은 설명했다. 이번 산불은 42세 남성이 불에 타는 자동차를 18m 높이 협곡에 밀어 넣으면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현지 검찰은 이 용의자를 체포해 신병을 확보했다고 CNN이 전했다.
이밖에 오리건주(州)에도 산불이 30여건 발생해 확산하고 있고, 캘리포니아주 남부에서도 샌디에이고 카운티에서 발생한 불로 대피령이 내려졌다. 이렇게 각지에서 산불이 확산하면서, 연기가 대기 중으로 올라가 미 대륙 전역으로 퍼지고 있다. 미국 기상예측센터 앤드류 오리슨 예보관은 "플로리다와 멕시코만 연안을 제외하면 현재 미국에서 연기가 나지 않는 곳이 거의 없다"고 전했다.
캐나다 로키산맥 내 최대 규모인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지난 22일 발생한 산불로 재스퍼 시(市)의 3분의 1이 불에 탔다. 캐나다 앨버타주에서 발생한 산불은 재스퍼 시와 국립공원을 관통하며 319㎢ 면적을 태웠다. 산불 여파로 1100여개 건물 중 350여개가 파손됐다. 당국은 CNN에 "지난 100년간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기록된 가장 큰 산불"이라며 "진화에 최소한 3개월은 걸릴 전망이다"고 덧붙였다.
"산불 연기 장기 노출시 치매 위험 커"
이런 가운데 산불 연기에 장기간 노출되면 뇌 건강이 나빠질 수 있으며 특히 치매 위험이 많이 증가한다는 연구 결과가 29일 발표됐다. 알츠하이머 협회 국제 컨퍼런스에 따르면 연구진은 2009~2019년 남부 캘리포니아에 거주하는 60세 이상 120만명을 대상으로 산불 연기·자동차·공장 등에서 나오는 초미세먼지(PM 2.5)의 영향을 측정했다.
그 결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사람이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은 PM 2.5 농도가 1㎍/㎥ 높아질 때마다 21% 증가(3년 평균)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신경과의 홀리 엘서 박사는 CNN에 "산불은 치매의 잠재적 위험 요인으로 고려해야 할 대기 오염원"이라고 지적했다. 알츠하이머 협회 최고 과학 책임자인 마리아 카리요 박사는 CNN에 "산불 연기는 뇌세포에 불리한 환경을 조성해 염증을 유발하고 신경 장애, 인지 저하를 불러올 수 있다"고 전했다.
엘서 박사는 CNN에 지난해 캐나다와 하와이에서 대형 산불이 발생한 것을 언급하며 "산불은 미 서부에서 대기 오염의 중요한 원천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캘리포니아에서 극심한 화재가 발생하는 빈도는 1980년대 초 이후 두 배 이상 늘었다. 2016년 연구에 따르면 산불로 인해 발생한 PM 2.5가 캘리포니아주 전체 PM 2.5의 70%를 차지했다.
한편 미국 내에서는 주택 화재보험료가 크게 올라 주택 보유자의 부담이 커졌다고 미 CNBC 방송이 29일 보도했다. 온라인 보험 업체 폴리시지니어스에 따르면 2022년 5월~2023년 5월 미국 내 주택 화재보험료는 평균 21% 급등했다. 자연재해가 빈발하면서 보험금 지급 부담이 늘어나자, 보험사들이 소비자에게 부담을 전가하기 위해 보험료를 올린 결과로 보인다고 CNBC 방송은 전했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승진 후 폭군 돌변한 동료…'뇌'에서 발견된 충격 현상 | 중앙일보
- 오상욱 "이건 어따 쓰죠?"…금메달과 받은 '의문의 상자' 정체 | 중앙일보
- 박정희에 “야, 너두 죽어봐”…김재규 발작증 끝내 터졌다 (74) | 중앙일보
- 방시혁, 365억 미국 LA 고급저택 매입…100% 개인 법인으로 샀다 | 중앙일보
- '첫 금' 오상욱·오예진 받는다...오메가가 선물한 시계, 가격 깜짝 | 중앙일보
- "남친과 선수촌 이탈 후 파리 관광"…브라질 수영선수 퇴출됐다 | 중앙일보
- 도쿄 3관왕 안산마저 탈락…한국 양궁 36년 천하 이끈 '공정의 힘' | 중앙일보
- "랭킹1위 안세영 왜 안 보여줘"…배드민턴 푸대접에 팬들 뿔났다 | 중앙일보
- 아령에 묶인 60대 시신…살던 고시원엔 10만원과 '청소 부탁' 쪽지 | 중앙일보
- "가장 지저분한 비밀"…올림픽 수영 선수들이 소변보는 법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