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10번째...尹대통령의 ‘거부권 딜레마’
거부권 역풍 우려
재표결시 55명 낙선·낙천자 등 이탈표 관리 관건
벌써 9번째,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 운영 2년 동안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한 횟수다. 야권이 강행 처리한 ‘채상병 특검법’까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두 자릿수를 기록하게 된다. 연이은 거부권 행사로 인해 정치적 부담이 커진 만큼, 윤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질 전망이다. 조만간 국회를 떠나는 55명의 여당 의원들이 재표결시 소신표를 던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앞서 야당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순직 해병 진상규명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안’(채 상병 특검법)을 표결에 부쳐 재석 의원 168명 전원 찬성으로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야당의 의사일정 변경과 단독 강행 처리에 항의하며 표결에 불참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해 7월 집중호우 실종자 수색 도중 급류에 휩쓸려 숨진 채수근 상병 사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사망 원인과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수사 및 경찰 이첩 과정에서 불거진 의혹을 밝히는 것이 골자다. 야당은 수사 대상에 △채상병 사건 △사건과 관련된 대통령실·국방부·해병대 사령부·경북지방경찰청내 은폐, 무마, 회유 등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과 이에 관련된 불법행위 △관련 수사과정에서 인지된 사건 등을 올렸다. 사실상 수사의 칼끝이 대통령실을 겨냥한 셈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실체 규명보다 정치 공세를 노린다고 보고 있다. 통상적으로 특검법은 수사가 끝난 뒤 미비하다는 국민적 판단이 설 때 추진된다. 수백억 원의 세금이 투입되는 특검을 ‘만능 카드’처럼 고집하기보단,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와 경찰에서 진행 중인 수사가 끝난 후 해당 과정과 결과를 토대로 특검 도입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순리라는 게 여당의 입장이다.
법안에 담긴 독소 조항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섰다. 국민의힘은 채 상병 특검법 제3조 2항에 명시된 ‘대통령은 자신이 소속되지 않은 교섭단체(야당)에 특별검사 임명을 위한 후보자 추천을 서면으로 의뢰해야 한다’는 조항, 법안 제12조의 ‘특검 또는 특검의 명을 받은 특검보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피의사실 외의 수사 과정에 대해 언론 브리핑을 실시할 수 있다’는 조항 등을 독소 조항으로 판단하고 있다.
최후의 방패는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다. 대통령실은 채상병 특검법을 “입법 폭주”로 규정하며 거부권 행사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는 법안의 정부 이송 후 15일 이내에 가능하다. 거부권이 행사된 법안은 다시 국회에서 재표결을 거치며, 재석의원 3분의 2 이상 동의로 의결된다. 현재 국회 구성상 재의결을 위해선 197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거대 야당 단독 처리→대통령 재의 요구→재표결→최종 부결’이라는 극한 거부권 정국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거부권 행사로 정부 여당이 짊어져야 부담은 크다. 윤 대통령은 총선 참패 이후 ‘불통 이미지’를 깨기 위한 국정 쇄신 메시지를 내놨다. 또다시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총선 민심을 수용하지 못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재의결이 부결된다 하더라도 ‘거부권 남발’이라는 프레임에 갇힌다.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총 9건의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당은 향후 재표결 과정에서 이탈표를 단속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됐다. 현재 범야권 의석은 192석에 달한다. 이탈표가 단 8표만 나와도 대통령 거부권은 무력화된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불출마·낙천·낙선한 여당 의원들의 표심이 변수로 꼽힌다. 21대를 끝으로 국회를 떠나는 여당 의원은 55명에 달한다. 소신에 따른 이탈표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무더기 이탈표가 나오는 최악의 경우,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여권 리더십을 완전히 잃었다는 분석이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이 경우 레임덕(권력 누수)는 가속화할 전망이다.
최은희 기자 joy@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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