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진스와 논의한 결과”라는 어도어…‘제2의 피프티 사태’ 터지나?

안진용 기자 2024. 4. 22.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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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그룹 뉴진스

하이브가 22일 걸그룹 뉴진스가 속한 산하 레이블인 어도어 경영진에 대한 감사에 착수했다. 민희진 대표 등 어도어 경영진이 내부 정보를 빼돌려 부적절한 방법으로 독립을 시도하려 했다는 의혹에 대한 조사다.

이 날 민 대표도 입장을 냈다. 이번 일을 ‘아일릿의 뉴진스 카피 사태’라고 규정하면서 “어도어 및 그 소속 아티스트인 뉴진스가 이룬 문화적 성과는 아이러니하게도 하이브에 의해 가장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성토했다. 지난 3월25일 데뷔한 하이브 소속 새 걸그룹 아일릿이 뉴진스의 콘셉트와 비슷해 뉴진스의 가치가 훼손됐다는 주장이다.

양측의 입장에는 온도차가 뚜렷하다. 아직은 양측의 주장에 불과해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기는 어렵다. 다만, 하이브가 제기한 문제에 대해 민 대표 측이 적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즉, 동문서답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이브는 민 대표를 비롯해 경영진 A씨 등에 대한 감사권을 발동했으며, 어도어 경영진의 전산 자산을 회수했으며 대면 진술 확보에도 나섰다. A씨는 하이브의 영업 비밀 및 독립에 필요한 문서 등을 어도어에 전달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하이브는 감사를 실시한 정확한 이유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고 있지만, 민대표를 비롯한 어도어 경영진이 외부투자를 받아 독립을 시도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이 같은 행위가 사실이라면 해사 행위에 해당된다. 하이브가 민 대표의 사임을 요구하는 서한을 발송하고 어도어 이사진을 상대로 주주총회 소집을 요청한 이유라 볼 수 있다.

여기서 상식적으로 던질 수 있는 질문은 ‘어도어의 주인이 누구인가?’다. 하이브는 지난 2021년 자본금 161억 원을 출자해 어도어를 만들었다. 지난해 1분기까지도 하이브가 100% 지분을 갖고 있었는데, 민 대표가 콜옵션을 행사해 어도어 지분 18%를 매입하면서 2대 주주가 됐다. 여전히 하이브의 지분율은 80%다. 즉 법적으로 따졌을 때 어도어에 대한 권리는 하이브가 더 많이 갖고 있다. 경영진 구성 역시 하이브의 목소리가 더 크게 작용하는 것이 자명하다.

물론 어도어의 핵심 자산인 뉴진스를 키우는 과정에서 민 대표의 공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그에게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고 지분 18%를 품에 안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대주주는 하이브고, 하이브의 동의없이 어도어가 독립한다는 것은 불가능하고 이치에도 맞지 않는다.

민희진 어도어 대표

물론 민 대표의 주장에도 귀기울일 필요는 있다. 실제 아일릿이 등장했을 때 “뉴진스와 유사하다”는 반응이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어도어 측은 “하이브 및 빌리프랩에 이번 카피 사태는 물론, 이를 포함하여 하이브가 뉴진스에 대해 취해 온 일련의 행태에 관하여 공식적인 문제 제기를 하였다”면서 “구체적인 답변은 미루던 중 하이브는 오늘(2024. 4. 22.) 갑작스레 민희진의 대표이사 직무를 정지하고 해임하는 절차를 밟겠다고 통보하면서, 그 이유로 민희진 대표가 ‘어도어의 기업가치를 현저히 훼손할 우려가 있다’고 하고 있다. 동시에 언론에는 민희진 대표가 ‘경영권 탈취를 시도하였다’는 등 어이없는 내용의 언론 플레이를 시도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표절 주장에 앞서 민 대표는 하이브가 감사권을 발동한 이유로 내세운 의혹에 대한 대답을 먼저 내놓는 게 순서다. A씨에 의한 하이브 내부 문서 유출, 외부 투자를 통한 독립 시도 주장에 부합되는 행위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혀야 한다. “어도어는 뉴진스가 일궈 온 문화적 성과를 지키고, 더 이상의 카피 행위로 인한 침해를 막기 위해 모든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는 주장 만으로는 설득력이 부족하다. 이런 항의가 어도어의 독립 시도를 정당화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아울러 어도어 측은 “어도어는 뉴진스 멤버 및 법정대리인들과 충분히 논의한 끝에 공식 입장을 발표하게 되었다”고 거듭 주장했다. 아일릿의 콘셉트에 불만이 있다면 이는 내부적으로 풀 문제이지, 법적으로 다툴 사안은 아니다. 또한 대주주인 하이브의 의사에 반한다면 지분의 과반을 확보하지 못한 민 대표가 경영권을 내려놓고 나가는 것이 어쩔 수 없는 회사의 논리다. 민 대표가 하이브에서 어도어를 떼어내 독립 경영을 이어간다거나, 뉴진스를 데리고 간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만약 실제로 민 대표 측이 이같은 논리를 펴서 법적 다툼을 벌이고, 이 과정에서 뉴진스 멤버들이 민 대표에게 동조해 집단행동에 나선다면 ‘제2의 피프티피프티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시장은 하이브와 어도어의 불협화음을 무겁게 바라보고 있다. 이 날 상승 출발한 하이브의 주가는 오후 1시경 급락해 -7.81%로 장을 마쳤다. 하루 사이 시가총액 약 8000억 원이 증발했다.

안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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