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할인’ 대신 ‘무료배달’ 택했다…쿠팡이츠 승부수 통할까
‘음식값 할인’에서 ‘배달료 무료’로 혜택 전환
묶음배달에만 적용…1만~2만원대 음식 주문시 유리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쿠팡이 배달 앱 쿠팡이츠에 '무료배달'이라는 승부수를 띄웠다. 26일부터 로켓와우 회원(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시작한다. 고물가 장기화로 물가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외식업주와 소비자의 배달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최근 배달 앱 시장의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배달 앱들은 10% 할인, 구독 멤버십 할인 등으로 각자의 혜택을 늘리는 추세다. 쿠팡이츠가 그동안 와우 회원을 대상으로 제공하던 '음식값 10% 할인' 혜택을 '배달료 무료'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이를 통해 시장 점유율을 키울 수 있을지 주목된다.
"외식 지출 감소 요인…배달비 아예 없애"
소비자 데이터 플랫폼인 오픈서베이의 '배달 서비스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배달 앱 이용을 줄인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배달비(83.9%)'였다. 구매를 포기하게 하는 배달비 수준은 3933원이다. 배달비를 줄이는 것이 배달 앱을 활성화하는 필수 요건이 된 상황에서, 쿠팡이츠는 '가격 할인' 대신 '배달료 무료'라는 노선을 택하기로 했다.
쿠팡은 혜택 전환의 배경으로 외식업주와 소비자의 '배달비 상승 부담'을 들었다. 쿠팡은 "배달비 상승 부담이 소비자 외식 지출 감소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외식업주들은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배달 주문에 허들이 됐던 배달비를 아예 없애 고객들의 물가 인상 고통을 덜어주고, 외식업주들은 추가비용 부담 없이 매출 증대 기회를 확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사실상 유료멤버십 회원에게 제공하는 '배달비 무료' 혜택은 이미 시장에 존재했다. 요기요의 구독 멤버십인 요기패스X의 경우, 월 4900원(최초 2달 2900원)에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를 제공한다. 같은 '유료' 멤버십에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고, 가게에서 제공하는 할인 쿠폰을 중복으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동일하다.
그럼에도 쿠팡이츠의 이번 혜택 전환이 승부수로 여겨지는 이유는 '허들'을 없앴다는 점 때문이다. 요기요의 요기패스X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1만7000원이라는 최소 주문 금액이 존재한다. 반면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에는 가격 기준이 없다. 대부분의 배달 앱이 배달비를 내더라도 최소 금액 이상을 주문하게 하는 상황에서, 얼마를 주문하든 배달비가 무료라는 점은 주문에 대한 허들을 낮출 수 있다.
기존에 제공되던 멤버십 혜택을 요기패스X와 유사한 무료배달 혜택으로 전환했다는 점에서, 요기요에 대한 본격적 공세에 나섰다는 시각도 있다. 현재 월간활성이용자수(MAU)에서는 요기요가 28만 명가량 앞서지만(2월 기준), 쿠팡이츠는 지난 1월 일간활성이용자수(DAU)에서 요기요를 추월하며 부동의 '2강 체제'를 깬 바 있다. 지난해 4월부터 시작한 와우회원 10% 할인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은 이미 1400만 명의 와우 회원을 확보하고 있다. 와우 회원들은 쿠팡이츠가 제공하는 무료배달 혜택을, 추가적인 결제 없이 기존 멤버십을 통해 받을 수 있는 '플러스 혜택' 개념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
배달 속도 변화 생기나…한집배달은 '유료'
현재 쿠팡이츠는 배달을 '한집배달'과 '세이브배달'로 나눠서 운영하고 있다. 한집배달의 경우 주문한 주소로 바로 배달이 이뤄지지만, 세이브배달은 동선이 비슷한 주문을 묶어 여러 집을 동시에 배달하기 때문에 비교적 배달 속도가 늦다. 대신 쿠팡이츠는 세이브배달을 이용할 경우, 배달비를 최대 1000원까지 할인해주는 혜택을 제공해왔다.
26일부터 시작되는 무료배달 서비스는 묶음 배달 서비스에만 적용된다. 추가적인 배달료는 없지만, 기존의 세이브 배달과 비슷한 속도로 음식이 배달되는 것이다. 기존의 한집배달 서비스는 '프리미엄 서비스'로 운영돼, 와우 회원이라고 해도 배달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
특히 10% 할인 혜택 대신 제공되는 무료배달 혜택은 낮은 금액의 음식을 주문할 때 더 유리해진다. 특히 1만~2만원대 주문을 주로 이용하는 와우 회원들에게 혜택이 체감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는 음식값의 10%인 1000~2000원의 할인을 받았지만, 앞으로는 배달비가 면제된다.
2000~3000원대 배달비가 전체 주문의 80%(통계청·외식배달비지수 작성 결과)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이에 해당하는 할인을 받게 되는 셈이다. 다만 4만~5만원대 주문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기존에 할인되던 금액보다 배달비가 더 적은 경우가 많아 일부 소비자가 느끼는 할인 혜택은 줄어들 수 있다.
구독경제 전문가인 전호겸 서울벤처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쿠팡이츠의 무제한 무료배달 서비스는 배달 앱 시장에서 지각변동처럼 여겨질 수 있지만, 소비자들의 체감 혜택은 음식 값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며 "무료배달은 기존의 한집배달과 달리 여러 집을 거쳐 오기 때문에, 빠른 식사를 원하거나 배달 시간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비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다"고 짚었다.
또 "배달 앱 자체에서 혜택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과거 소비자원이 지적한 것처럼 배달 음식비와 홀 음식비가 다르게 책정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실제 소비자가 받을 수 있는 혜택이 현실적인지를 고려해 멤버십 혜택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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