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왜 해? 이럴거면 재건축 하자” 전국 아파트 몸살
최근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노후 아파트 단지에서 조합이 해산되거나 시공 계약이 해지되는 등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공사비 급등으로 분담금이 크게 늘어난 데다 정부의 정비사업 규제 완화책의 초점이 대부분 재건축·재개발에만 맞춰져 있어서다.
2일 부동산 업계 등에 따르면 2008년부터 리모델링을 추진해온 서울 강남구 개포동 대치2단지에서 조합 해산을 놓고 주민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6월 조합이 2016년 계약한 시공사와의 계약 해지를 추진하다 소송에서 패소해 112억원을 배상했다. 소송 과정에 새 시공사를 선정했지만, 결국 사업은 좌초했다. 이에 일부 주민들은 조합 해산을 요구하고 나선 동시에 재건축 추진으로 선회할 움직임을 보인다.
리모델링 추진 단지가 많았던 1기 신도시에서도 분담금 문제와 재건축을 원하는 소유주의 요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성남시 분당신도시에서는 2021년 2월 리모델링 사업계획을 승인받은 한솔마을 5단지는 소송을 겪느라 사업이 지연됐다. 매화마을 1단지는 금리 인상, 공사비 상승에 따른 분담금 문제로 리모델링 사업 추진이 잠정 중단됐다. 안양시 평촌신도시에서도 은하수마을청구·샘마을대우·한양 등이 리모델링 철회를 결정했다. 군포시 산본8단지의 경우 입찰에 참여했던 시공사가 우선협상대상자 자격을 포기하기도 했다.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철거하는 재건축과는 달리 골조(뼈대)를 유지한 채 증축하는 방식으로 공사비가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재건축을 강하게 규제했던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구조적으로 튼튼해 재건축 안전진단 통과가 어렵거나, 용적률이 높고 사업성이 떨어져 재건축이 어려운 단지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을 추진한 사례가 많았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조합이 설립된 공동주택 리모델링 단지는 전국 151개 단지, 12만621가구에 달한다.
하지만 정부는 지난해 ‘재건축 3대 대못’으로 꼽힌 ▶안전진단 완화 ▶서울 강남 3구와 용산을 제외한 지역의 분양가상한제 폐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을 시행했다. 올해는 ‘1·10대책’을 통해 안전진단을 거치지 않고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는 ‘재건축 패스트트랙’도 도입했다. 이어 ‘노후계획도시 특별법’과 시행령을 통해 1기 신도시를 포함한 노후계획도시 대상을 전국 108곳으로 확대하고, 이 지역 허용 용적률을 법적 상한의 1.5배까지 늘려 사업성을 높였다.
리모델링 업계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크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당시 리모델링 추진법 제정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또 리모델링 제도 개선을 위한 특별법과 관련 법 개정안 3건 등도 발의됐다. 하지만 어느 것도 진척이 없다. 서울시 리모델링 주택조합협의회는 ‘1·10대책’ 직후 “실효성 있는 리모델링 정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리모델링도 특별법에 따라 용적률 인센티브(법적 상한의 1.5배)를 받을 수는 있다. 다만 리모델링은 사업을 통한 가구 수 증가 제한(특별법 기준 21%)이 있어 늘어난 용적률을 제대로 활용하기 어렵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사업성이 떨어지는 단지에선 현실적으로 리모델링이 더 나을 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서울시 발표에 따르면 서울 내 4217개 공동주택 단지 중 73%(3096개)가 당시 용적률 등 규제 수준에서 재건축 사업이 힘든 리모델링 대상단지로 분류됐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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