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odbye 2023 l 송혜교의 '글로리어스'한 나날
아이즈 ize 윤준호(칼럼니스트)
2023년이 저물어가고 있다. 트렌드가 수시로 바뀌는 연예계에서 올해도 수많은 별(스타)이 명멸했다.
하지만 수십년 째 그 빛을 간직하는 별도 있다. 그들을 우리는 '슈퍼 스타'라 부른다.
배우 송혜교가 대표적이다. 1996년 CF 모델로 데뷔 이후 27년째 그는 항상 스포트라이트 중심에 서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시작이 남달랐다. 그는 올해 한국 연예계의 문을 가장 뜨겁고, 또 활짝 연 인물이다. 그의 유행어를 빌리자면, 올해 여기까지 오는데 우연은 단 한 줄도 없었다. 모두 그가 의도하고 노력한 대로 흘러왔다.
2023년을 대표하는 K-콘텐츠는 단연 넷플릭스 '더 글로리'다. 학교폭력을 소재로 한 이 작품에서 송혜교는 학폭 피해자 문동은 역을 맡아 기존 그의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무덤덤한 톤 속에 사무친 감정을 표출하는 대사들이 압권이었다.
"나는 너의 아주 오래된 소문이 될 거거든" "신이 널 도우면 형벌, 신이 날 도우면 천벌" "우리 같이 천천히 말라 죽어보자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등의 대사는 곧 유행어가 됐다.
송혜교를 등에 업은 '더 글로리'는 세상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얼마 전 교육부가 발표한 '2023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폭을 당했다"며 피해를 호소한 초·중·고교 학생의 비율이 10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피해 응답률'이 1.9%(5만 9000명)로 2013년(2.2%)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더 글로리'가 학폭을 부추겼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폭 근절에 대한 경각심이 생겼고, 학폭 피해를 쉬쉬하고 방관하던 이들이 적극적으로 피해를 드러내고 도움을 요청했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작품에 담았던 송혜교의 진심은 지난 4월 열린 '제59회 백상예술대상'에서 다시 한번 드러났다. 이 날 TV부문 '최우수 연기상'을 수상한 송혜교는 "나 상 받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라며 드라마 속 명대사를 패러디했다. '더 글로리'에서 연진 역을 맡은 배우 임지연은 이 날 '여자 조연상'을 받았다. 송혜교의 여유와 위트에서 나온 소감이었다.
이어 그는 동료 배우와 스태프에게 공을 돌리며 "그분들이 없었더라면 문동은도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말 받고 싶었다"는 속내를 감추지 않으면서 "김은숙 작가님과 두 작품을 했는데 다 큰 사랑을 받았다. 김은숙 작가님이 저에게 영광이지 않을까 싶다. 저에게 문동은을 맡겨주셔서 행복하고 아팠지만, 더 열심히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다"고 다음 행보를 다짐했다.
송혜교는 앞서 김 작가의 '태양의 후예'에 출연했다. 이 작품은 김 작가와 송혜교의 전공과목인 '로맨틱 코미디' 장르다. 하지만 '더 글로리'는 다르다. 김 작가에게도, 송혜교에게도 생소한 작품이다. 그래서 두 작품의 합작품인 '더 글로리'는 더 빛이 난다.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를 더욱 풍성하게 만드는 데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전문 용어로 이를 '시너지'라 부른다.
'더 글로리'는 연말 각종 지표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넷플릭스가 12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시청시간 집계 순위에서 '더 글로리'는 당당히 3위를 차지했다. 상반기에만 누적 6억 2280만 시청시간을 기록하며 전체 1만8214개 넷플릭스 콘텐츠 중 세번째로 높은 성적을 거뒀다.
'더 글로리'는 해외 언론의 주목도 받았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15일 선정한 '2023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 20편'에는 '더 글로리'가 포함됐다. 포브스는 '더 글로리' 공개 시점은 2023년 첫 날 '상처입은 송혜교, '더 글로리'로 K-복수극을 이끌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송혜교는 미묘한 연기를 통해 자신에게서 작은 행복조차 앗아간 가해자들을 파괴하는 것에 집착하는 상처입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표현했다"면서 "갈망하는 정의를 이룬다고 해도 그가 얻은 상처는 지워지지 않을 인물"이라고 평한 바 있다. 이 외에도 영국 유명 매거진 NME는 18일 '2023년 최고의 한국 드라마 10편'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하며 '더 글로리'를 첫 손에 꼽았다.
송혜교는 올해 '한류 스타' 이전에 '한국 스타'로서 한국을 세계에 알리고 역사를 바로 세우는 일도 게을리 하지 않았다. 지난 3·1절에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와 함께 대한민국임시정부(임정)의 살림을 맡았던 독립운동가 수당(修堂) 정정화(1900∼1991)를 알리는 영상을 제작했다. 그동안 상대적으로 소외되던 여성 독립운동가를 발굴했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송혜교는 3월1일 방송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다룬 특집 다큐멘터리 MBC '할매 이즈 백' 내레이션도 맡았다.
광복절에는 올해 '미주 한인 이민 120주년'을 기념해 하와이 내 한국 독립운동 유적지를 알리는 안내서를 제작해 배포했다. 한국어와 영어로 제작된 이 안내서에는 하와이에서의 대한민국 독립운동에 대한 전반적인 설명, 호놀룰루 대한인국민회 총회관 터, 한인합성협회 회관 터, 오아후 공동묘지 등이 상세히 소개됐다. 또한 지난 11월에는 대만 '타이뻬이한국학교'에 독립운동가인 조명하 의사 대형 부조 작품을 기증했다.
송혜교가 서 교수와 이같은 행보를 걸은 지 어느 덧 10년이 훌쩍 넘었다. 다소 루틴해보이는 선행에 언론과 여론의 관심이 예전같지 않다. 하지만 애초에 이런 일은 대중의 관심이 목적은 아니다. 그러니 아무런 대가없이 10년 넘게 묵묵히 같은 길을 걷고 있는 것이다. 이는 송혜교라는 배우의 인생 전체 궤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익숙함 속 특별함, 특별함 속 꾸준함. 그가 가진 가장 큰 장점이다.
송혜교는 2023년을 보내며 건배할 자격이 있다.
비상한 자신을 위해.
환호한 대중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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