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가 이사왔다', 이런 이웃이라면 티켓값을 내줄 수 있어
아이즈 ize 권구현(칼럼니스트)

아래층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이 무언가를 내밀었다. 요즘 시대에 이사 떡이라도 돌리는 걸까?
사랑에 눈이 멀면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이는 법이다. 첫 만남에 눈 속을 하트로 채워 넣었으니, 상대의 작은 흠 따위가 크게 대수로울 리 없다. 그런데 이 여자, 밤 마다 집 밖을 배회한다. 차라리 몽유병처럼 인지 가능한 증상이면 좋으련만, 이 아리따운 여성의 이면엔 상급 악마가 자리잡고 있었다. 이쯤이면 사랑에 빠지기엔 크나큰 걸림돌이다.
그럼에도 청년 백수 길구(안보현)는 아랫집에 새로 이사온 파티시에 선지(임윤아)와 위험한 사랑을 시작한다. 새벽엔 내면의 악마가 깨어난다는 비밀을 알게 된 길구는 선지의 아버지 장수(성동일)의 부탁을 받아 그의 보호자 생활을 시작한다. 길구는 이때부터 낮에는 정셋빵집의 알바생으로, 밤에는 악마를 밀착 케어하는 이중 생활을 시작한다.

'악마가 이사왔다'의 구조는 전지현, 차태현 주연의 영화 '엽기적인 그녀'와 닮아있다. 우리나라에 '엽기 신드롬'을 일으켰던 로맨틱 코미디의 레전드다. 막무가내로 사고를 치는 여주인공을 착하디 착한 남자 주인공이 주인을 따라다니는 강아지처럼 뒤를 쫓아다니며 수습한다. 이때의 티키타카가 이 장르의 묘미라고 볼 수 있다.
이미 검증된 구조 위에 이상근 감독만이 자신만의 묘수를 부렸다. 바로 '두 가지 맛 로맨스'다. '악마'라는 오컬트 설정은 이 작품에 녹아 든 특별 레시피다. 낮과 밤, 그리고 천사 같은 여성과 단어 그대로의 악마를 배치했다. 시작부터 1인2역을 소화한 임윤아의 비주얼 변신으로 충격을 안기더니, 로맨스의 진행과 갈등의 해결 등 양쪽 서사를 자연스럽게 하나의 길로 연결한다.
이 감독의 전작 '엑시트'의 유머 코드도 고스란히 계승했다. 이미 942만 명이 웃음을 터뜨렸던 특별한 재능이다. 이른바 일상 생활형 개그다. 빌드업을 통한 큰 웃음보다 빠른 리듬으로 대사와 상황을 치고 빠진다. 매 순간 웃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이를 위한 캐스팅 또한 현명하다. 이 감독의 코믹 연출에 성동일이라는 배우는 일종의 치트키다. 여기에 'SNL' 시리즈로 익숙한 주현영의 배치는 MZ세대를 극장으로 불러들일 수 있는 충분한 매력 요소다.

안보현의 새로운 모습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드라마 '군검사 도배르만'으로 카리스마 있는 '개'와 연을 맺었다면, 이번엔 마치 골든 리트리버 같은 안기고 싶은 강아지의 이미지다. 피지컬이 대단한 배우임에도, 오히려 귀여운 '댕댕미'가 넘쳐난다. 엉뚱하면서도 포근한 매력으로 영화 속 '악마'라는 오컬트 설정을 동화 같은 힐링 판타지로 승화시킨다.
특히 길구는 작품 특성상 여주인공을 빛낼 수 있는 일종의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존재다. 배우의 균형 감각이 요구되는 중요 포지션이자, 배우로서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캐릭터다. 캐스팅 교체 이슈가 있었던 작품인 만큼 안보현에게 부담도 있었을 터, 그럼에도 그는 자신의 역할을 오롯이 소화했다.
임윤아는 신이 날 수 밖에 없는 작품을 만났다. 확실히 이상근 감독은 임윤아 사용법을 확실히 알고 있다. 대중이 알고 있는 소녀시대의 모습, 수줍어 보이지만 강단 있는 파티시에 선지, 그리고 제멋대로지만 정이 많은 악마의 모습까지, 임윤아라는 배우가 품고 있는 다양한 색채를 러닝타임 내내 활용한다.

다양한 장르를 넘나드는 작품이기에 이상근 감독의 균형감도 돋보인다. 전작 '엑시트'의 엄청난 흥행은 메가폰을 쥔 감독에게 큰 자신감을 부여했을 터. 허나 이상근 감독은 연출 욕심을 내세우기 보다 작품 전체를 적절히 조율하는데 집중했다. 로맨스, 코미디, 오컬트, 드라마 어느 한 쪽에 과한 치우침 없다
덕분에 '악마가 이사왔다'라는 자신만의 매력을 품은 육각형 로맨스 코미디로 관객을 마주한다. '악마'를 내세웠음에도 영화 전반에 흐르는 풋풋한 사랑에 미소가 지어진다. 타율 좋은 유머 코드로 크게 웃을 수 있으며, 악마가 품은 한과 인간이 품은 정을 엮어낸 서사 구조는 결국 따스한 힐링으로 귀결된다.
아래층에 이사 온 악마는 그렇게 판타지 동화 같은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를 이사 선물로 내밀고 있다. 새로 온 이웃을 반기지 않을 이유가 없다.
영화 '악마가 이사왔다'는 오는 13일 개봉한다.
권구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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