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형욱도 몰랐던 진도의 '진돗개' 이야기
[김종성 기자]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200회 특집 시리즈로 진돗개의 고장 '진도'를 찾은 KBS2 <개는 훌륭하다> 팀은 '진도개테마파트(진도군 진도읍 성죽골길 35)'를 방문해 천년기념물 진돗개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진도개테마파크 내 혈통관리팀은 우리 고유의 문화를 지키듯 대한민국 고유 혈통의 개이자 수천 년 전부터 진도의 환경에 적응하며 지내 온 진돗개를 보존하고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었다.
명칭에서 혼돈이 올 수 있기에 정리하자면, 진돗개와 진도개는 엄연히 차이가 있다. '진돗개'가 개의 품종을 일컫는 말이라면 '진도개'는 진돗개 중에서도 '한국진도개 보호육성법'에 따라 특정 조건을 충족한 개를 말한다. 그렇다면 진돗개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건 언제일까. 1962년이다. 또, 1967년 한국진도견보호육성법이 제정되고 집중적으로 관리되며 유명해졌다.
천연기념물 진돗개 특징
① 균형 잡히고 민첩한 외모
② 몸에 알맞고, 정강이까지 닿는 꼬리
③ 앞으로 숙여 서 있는 삼각형 귀
한편, 진도에서는 2014년부터 진도 출생 진돗개들을 친자감별을 통해 관리하고 있다. 생후 약 30일 후 출산 신고를 하도록 하여 유전자 검사를 통해 친자감별 후 전자칩을 삽입한다. 이후 성견이 되면 심사 대상이 된다. 그렇다면 천연기념물 진돗개가 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① 진돗개 표준 체형 조건에 적합해야 하고 ② 진돗개가 사는 가정에 방문해 환경적인 조건 심사가 필요하다.
만약 3대가 모두 천연기념물 진돗개로 지정될 경우 혈통 증명서가 발급된다. 천연기념물로 지정이 되면 질병 관리를 위해 종합백신, 심장 사상충 예방약, 기생충 약 등 백신들을 무료로 제공하고, 7세 이상의 진돗개 보호자에게는 사료비도 지원하고 있다. 또,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진돗개는 특별한 조건에 의한 허가 없이는 진도 밖으로 나갈 수 없다.
"개를 공부할 때는 꼭 풍토를 봐야 한다고 얘기해요. 진도의 날씨를 겪어보니 (진돗개가) 온화할 수밖에 없어요." (강형욱)
강형욱 훈련사는 진도의 풍토를 경험한 후, <개는 훌륭하다>에 고민견으로 출연했던 예민한 진돗개는 도시의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도심의 각종 소음, 오토바이와 차로 복잡한 도로, 너무 많은 사람과 동물들... 진도처럼 온화한 곳에서 수천 년을 살았던 진돗개에게 견디기 힘든 환경이었으리라. 물론 진돗개만의 일은 아닐 것이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이어서 <개는 훌륭하다> 팀은 진도에 살고 있는 특별한 진돗개를 만나기 위해 이동했다. 그곳에서 강형욱 훈련사조차 한 수 접을 수밖에 없는 재야의 고수를 만날 수 있었다. 소위 '개판(?)'에서 유명하다는 노령의 보호자는 무려 10마리의 진돗개(임시 보호 중인 1마리까지 포함)와 함께 살고 있었다. 그는 어떤 사연으로 진도에 정착해 진돗개들과 삶을 함께 살고 있는 걸까.
우선, 그가 키우고 있는 진돗개들의 '스펙'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2018년 진돗개 서울대회와 진도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한 둥이(수컷, 11살)를 비롯해 점프, 줄넘기 등 운동 능력이 뛰어난 관우(수컷, 10살), 특정 표시를 한 돌을 찾아오는 빛나(암컷, 7살) 등 다양한 연령대의 진돗개가 소개됐다. 반려견을 설명하는 보호자의 얼굴에는 따뜻한 미소가 가득했다.
▲ KBS2 <개는 훌륭하다>의 한 장면. |
ⓒ KBS2 |
한편, 보호자는 원래 진돗개들이 동생의 개였다고 사연을 털어놓았다. 당시 가족들과 함께 호주로 이민을 준비했던 보호자는 고향 진도에 잠깐 들렀다가 동생의 건강이 많이 악화된 것을 보고 이민을 포기하고 동생과 함께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년 뒤 동생이 세상을 떠났고, 자연스레 남은 반려견들과 살게 된 것이다. 동생에게 못해준 것을 반려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었으리라.
최근 빛나가 네 자매를 출산하면서 보호자의 식구는 더 늘어나게 됐다. 누구보다 반려견을 사랑하고, 그들을 책임지는 보호자를 만나 그 어느 때보다 든든한 느낌이었다. 강형욱도 감탄을 금치 못했던 특별한 진돗개들 뒤에는 너무나 훌륭했던 보호자가 있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버락킴, 너의 길을 가라'(https://wanderingpoet.tistory.com)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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