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승 스님 입적 믿기지 않았다"…조계종에 추모 인파
“불교계의 큰 어른인 자승 스님이 입적하셔서 마음이 울적하다. 스님의 마지막을 배웅하고 싶어 찾아왔다”
1일 서울 조계사에서 만난 최모(67)씨는 조계사 대웅전에 마련된 자승 스님 영정 앞에서 3배를 마친 뒤 10여분간 영정을 지켜봤다. 최씨처럼 자승 스님 추모 이후에도 많은 이들이 대웅전을 떠나지 못했다. 세 부처 옆에 마련된 자승 스님 영정 주변엔 자승 스님을 추모하는 불경이 끊임없이 들려왔다.
지난달 29일 경기 안성 칠장사 요사채에서 발생한 화재로 대한불교조계종 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이 사망했다. 조계사는 출입문에 ‘해봉당 자승대종사(자승 스님) 원적’이라고 적힌 현수막을 붙여 추모 분위기를 조성했다.
조계사에는 영하의 날씨에도 자승 스님의 사망을 기리는 이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조계사 대웅전 앞에서 조문객을 안내하는 조계사 관계자는 “점심시간쯤에는 대웅전에 들어가려면 10~15분은 기다려야 했다. 대웅전 앞에 마련한 대기실이 가득차기도 했다”고 말했다. 부모님을 따라 어릴 적부터 불교신자인 송모(63)씨는 “자승 스님이 불교 발전을 위해 힘써주셨으면 했다”며 “남은 스님들이 자승 스님의 뜻을 이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조계사 한 켠에는 영결식에 사용할 만장을 마련했다. 35년째 조계사에서 불공을 드리는 김모(74)씨는 분홍색 천에 ‘무거무래(無去無來, 시작도 끝도 없이 항상 존재해 진여가 무한함)’라고 적힌 만장에 추모글을 적었다. 무거무래는 조계종 큰 어른인 종정예하 중봉 성파 대종사가 자승 스님의 삶을 표현한 단어다. 김씨는 “조계사를 오랜 시간 다닌 만큼 자승 스님의 죽음이 충격적이고 믿기지 않았다”며 “자승스님이 극락왕생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야 유력 정치인들도 이날 조계사를 찾아 자승 스님을 추모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자승스님께서 강조하신 사회 통합과 화합, 공생과 상생의 정신을 늘 되새기겠다”고 말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여러 차례 뵌 적이 있고 많은 가르침을 주신 어른”이라며 자승 스님의 입적을 안타까워했다.
조계종은 자승 스님의 장례를 3일까지 진행한다. 3일 오전 10시 조계사에서 자승스님의 영결식이 엄수된다. 이후 차량을 통해 자승 스님의 시신을 경기 화성 용주사로 운구한 뒤, 용주사 연화대에서 다비식(스님의 불교적 장례의식)을 연다. 조계사뿐만 아니라 용주사, 봉은사, 보문사 등 전국 20여개 사찰에서 자승 스님을 추모할 수 있는 분향소가 마련됐다. 분향소는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다.
이날 조계종은 전날(지난 30일) 발견한 자승 스님의 유서 중 일부인 3장을 공개했다. 자승스님은 유언장을 통해 “총무원장 스님께, 끝까지 함께 못해 죄송합니다. 종단의 미래를 잘 챙겨주십시오”고 밝혔다. “우리 종단은 수행종단인데 제가 여러 소임을 살면서 수행을 소홀히 한 점을 반성합니다”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한 자신의 제자인 탄묵, 탄무, 탄원, 향림스님을 지칭하며 “각자 2억씩 출연해서 토굴을 복원해주도록”이라며 “25년도까지 꼭 복원할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토굴은 화재로 소실된 칠장사를 지칭한 것으로, 제자들에게 칠장사 복원에 힘쓸 것을 당부한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장인 진우스님은 자승스님의 유언장에 대해 “상대적인 세계에서 벗어난 절대 피안의 세계로 깨달음의 성취를 하신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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