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망이 짧게 쥔 개미들…초단기채로 몰려갔네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3. 8. 23. 1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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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채보다 금리 매력 높아져
한달전보다 매수 규모 늘리며
서학개미, 초단기채 비중 높여
파킹형 상품 금리ETF도 인기

최근 미국 장기채 금리가 단기간 치솟으면서 채권 투자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투자자들이 금리 인하에 따른 자본 (매매) 차익을 노리고 장기채를 대거 사들였다면, 요즘에는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는 만기 3개월 미만 초단기채로 글로벌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23일 미국 ETF닷컴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미국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 초단기채 ETF 상품에 자금이 대거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기 3개월 미만 채권에 투자하는 '아이셰어스 3개월 미만 국채'(SGOV) ETF에 한 달 동안 자금 16억8595만달러(약 2조2500억원)가 들어왔다.

만기 1~3개월 단기채에 투자하는 'SPDR 블룸버그 1~3개월 T-Bill'(BIL) ETF에도 자금 11억3446만달러(약 1조5200억원)가 몰렸다. 그 밖에 '골드만삭스 1년 미만 채권'(GBIL)과 '미국 채권 3개월 Bill'(TBIL) ETF에 각각 4억2743만달러(약 5700억원), 3억1912만달러(약 4300억원)가 들어왔다. 반면 같은 기간 대표적 장기채 상품인 '아이셰어스 20년 이상 국채'(TLT) ETF의 자금 유입액은 3억3655만달러(약 4500억원)에 불과했다. 국내 서학개미들도 초단기채 비중을 높이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서학개미들은 SGOV ETF를 1387만달러(약 186억원) 순매수했다. 직전 한 달 순매수 규모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보통 금리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되면 시장은 장기채에 주목한다.

장기채는 금리 변화에 따른 가격 변동폭이 큰 편인데, 금리 하락 시 단기채 대비 큰 시세 차익을 기대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시중 금리가 상승할 때는 금리 레벨에 따른 가격 민감도가 낮은 단기채 투자 매력이 장기채보다 높아진다. 장기채보다 높은 금리에 이자 수익도 얻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시장 금리가 오르거나 주식이 조정을 받을 때 단기채와 머니마켓펀드(MMF)에 자금을 넣어두고 향후 주식, 장기채 저가 매수에 나서려는 투자 수요가 많은 편이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MMF를 비롯해 단기채에 자금이 몰리는 건 상반기 주가 상승으로 인해 현재 주식시장의 기대수익률이 높지 않기 때문"이라며 "안정적으로 5% 수익을 거둘 수 있다는 점에 많은 투자자가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장기채 대비 단기채 금리 상승 압력은 높지 않은 상황이다. 미 재무부의 국채 발행도 중장기채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에 공급 증가에 대한 우려는 없다. 미국 물가상승률도 더디지만 하락 추세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로 최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4.3%까지 급등했지만, 미국 3개월물 국채 금리는 올해 4월 고점 대비 오히려 내렸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에는 단기채를 중심으로 채권 투자 기회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장기 금리 상승·하락 여력이 모두 크지 않다면 장기채 커버드콜 상품에 투자하기 적절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국내 ETF 시장에서도 금리형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 ETF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 동안 ETF 시장에서 가장 자금 유입액이 많았던 상품은 'KODEX CD금리액티브(합성)'와 'TIGER KOFR금리액티브(합성)' ETF로 각각 7432억원, 5773억원이 들어왔다. 금리형 ETF는 소위 '파킹통장형' 상품으로도 불린다. 하루만 돈을 넣어도 하루 이자분만큼이 수익률로 반영된다. 투자자가 원할 때 자금을 회수할 수 있어 환금성도 높은 편이다.

[차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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