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톡스·비만치료 공부…‘소아과 탈출’ 학술대회까지 연 소아과 의사들
“소아청소년과로는 먹고살 수 없으니 다른 과 간판이라도 달아볼까 해서….”
11일 ‘소아과 탈출(노키즈존)을 위한 제1회 학술대회’가 열린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 2층 행사장에서 만난 소아과 전문의 최모씨는 멋쩍게 웃었다. 소아과를 운영한 지 30년이 넘었다는 최씨는 “소아과가 위기라는 말이 전부터 있었지만,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어려움을 겪는 의사들이 적지 않다”고 털어놨다.
이날 열린 학술대회는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의사회)가 주관했다. 의사회가 지난 3월 저출산과 낮은 수가 문제 등으로 운영난을 호소하며 협회 차원 폐과를 선언한 뒤 내놓은 후속 조치 중 하나다.
의사회 관계자는 “지방에서도 학술대회를 열어달라는 문의가 있을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고 전했다.
연간 두 차례인 의사회 학술대회 주제가 성인 진료에 초점이 맞춰진 건 처음이다. 강의에는 ‘성인진료 기본 중의 기본 1타 강사님이 족집게 강의해주는 고지혈증 핵심정리’ ‘진료실에서 바로 적용하는 보톡스 핵심 포인트’ ‘비만 치료의 실전 적용’ 등의 주제가 포함됐다. 학술대회 신청자가 719명이었는데, 800석 행사장에 빈자리가 거의 눈에 띄지 않았다.
의사회는 “활동 회원 3000명 가운데 90%가 폐업 또는 간판만 유지하거나 성인 환자를 진료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말 전국 의원 수는 3만5225곳으로 2013년 말보다 6897곳(23.3%) 늘었다.
반면 이 기간 소아과는 2200곳에서 2147곳으로 53곳(2.4%) 감소했다. 2017~2021년 5년 새 소아청소년과 진료 인원은 24.6% 줄었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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