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시간제 개편안-경영계 요구안, 총론 같고 각론 달랐다
연장근로총량·선택근로제···방향 맞지만
11시간 연속휴식·포괄임금···노동권 강화
개편안 두고 노사 찬반 커···중심잡기 난제
경영자단체 중 한 곳인 대한상공회의소가 작년 정부에 건의했던 근로시간제 개선안과 올해 3월 고용노동부의 근로시간제 개편안이 방향은 일치했지만 각론에서 상당한 차이를 보였다. 경영계가 근로시간제 개편안 표류를 두고 ‘정부가 기대를 저버리고 있다’는 식의 반응이 이유가 있던 셈이다. 동시에 ‘개편안이 기업에만 유리하다’는 노동계의 비판도 일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8일 서울경제가 대한상의가 작년 7월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발표한 ‘기업이 바라는 규제혁신 과제 100선’의 세부 내용을 확인한 결과 72번째 과제인 ‘근로시간제도 개선’에는 7건의 요구안이 담겼다. 7개 과제는 △연장근로시간 총량규제 월 또는 연 단위로 변경 △고연봉직·전문직에 대한 근로시간 적용 제외 △근로시간저축계좌 도입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6개월→1년) △선택근로제 정산기간 확대(3개월→6개월) △유연근로제 도입 시 동의 주체를 부서 단위 근로자대표로 허용 △특별연장근로 적용 사유 확대다.
이 중 근로시간제 개편안과 방향이 거의 같은 요구안은 4개다. 일명 주 69시간 근로를 가능하게 한 개편안의 핵심인 연장근로 총량관리(월·분기·반기·연까지 가능) 비롯해 △근로시간저축계좌 도입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모든 업종 3개월·연구개발 6개월 확대) △부분 근로자 의사 반영(노동계 부분근로자 대표제 도입으로 해석)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개편안은 근로자 건강권 보호 기능이 크게 강화되면서 대한상의안을 벗어나게 됐다. 개편안은 총량관리의 경우 관리 단위가 길면 연장근로를 비례적으로 감축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 단위일 경우 30% 줄여야 한다. 또 개편안은 총량 관리 시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을 해야 하고 선택근로제 정산기간도 대한상의안의 절반이다. 특히 개편안은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등 노동권 강화에 초점을 맞춘 대책이 담겨 대한상의안과 차이를 보였다.
이 같은 불일치는 정부가 현 근로시간제를 기업 규제인 동시에 근로자의 생활권과 직결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대한상의안은 정부가 작년 8월 만든 규제혁신추진단이 한국행정학회에 연구용역을 준 ‘그림자 규제 혁파 보고서’에도 담겼다. 이 혁신단은 한덕수 국무총리가 단장을 맡은 기구로서 기업 활동을 방해하는 규제를 개선하는 게 목적이다. 이 흐름은 근로시간제를 기업 규제로 보는 정부의 시각이다. 반면 고용부는 직접 개편안을 만들지 않고, 작년 7월 노동개혁 과제를 마련하기 위해 전문가 기구인 미래노동시장연구회를 출범시켰다. 같은 해 12월 연구회가 고용부에 제출한 최종 권고안에는 현 근로시간 개편안 내용 대부분이 담겼다. 권고안에는 현 개편안처럼 근로자의 건강권 강화가 한 축이었다.
결국 개편안은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만족시키지 못하는 상황을 낳은 것으로 볼 수 있다. 경영자 단체들은 올해 3월 개편안 발표 직후 ‘획일적인 근로시간제 탓에 경영 어려움이 컸다’며 일제히 환영 논평을 냈다. 동시에 경영계는 포괄임금 자체가 폐지될 경우 역으로 근로자의 임금 불이익 등 여러 혼란을 우려한다. 반면 노동계는 개편안이 시행되면 집중 근로로 인한 건강권 악화가 우려된다며 폐기를 강하게 촉구해왔다. 결국 개편안 입법 예고 기간 경영계는 찬성 의견을, 노동계는 반대 의견을 고용부에 제출했다. 고용부는 국민여론조사를 거쳐 오는 9월 정기국회 때 논의될 수 있는 보완안을 만들 방침이다.
대한상의 관계자는 “근로시간제 개선안은 다른 경제단체들도 함께 요구했던 내용들”이라며 “작년 6월 고용부가 노동시장 개혁안을 발표할 때 대략적인 윤곽이 나온 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에는 개선안을 제출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미래노동시장연구회 운영부터 최종 개편안이 마련될 때까지 경영자단체의 요구를 고려하지 않았다”며 “(대한상의안과) 방향이 거의 일치됐다는 안도 세부적으로 보면 차이가 많다”고 설명했다.
세종=양종곤·진동영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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