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두문불출 현철 “이제 ‘가수 현철’ 아닌 ‘자연인 강상수’로 살아야죠”

안진용 기자 2023. 4. 13. 09: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가수 현철

“이제 ‘가수 현철’ 아닌 ‘자연인 강상수’로 살아야죠.”

대한민국 트로트 시장을 대표하는 가수 현철(81)의 아내가 남편의 근황을 전하며 이같이 밝혔다.

현철은 지난 2018년 방송된 KBS 1TV ‘가요무대’에서 몸이 불편한듯한 모습을 보인 이후 가수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지난 2020년 방송된 KBS 2TV ‘불후의 명곡’에 하춘화와 함께 레전드 가수로 출연한 것이 대중 앞에 선 마지막 모습이다. 이즈음 대한민국에 트로트 열풍이 불며 그와 함께 전성시대를 누렸던 태진아·설운도·송대관 등도 재조명됐지만, 그들과 함께 ‘트로트 4대 천왕’으로 자리매김했던 현철의 모습은 도무지 볼 수 없었다.

최근에는 TV조선 ‘미스터트롯2’와 MBN ‘불타는 트롯맨’ 등 트로트 오디션에서 잇따라 현철의 명곡들을 부르며 그의 근황을 궁금해하는 팬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대해 현철의 아내는 최근 문화일보와 나눈 전화통화에서 “‘미스터트롯2’에서 최수호가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을 부르는 모습을 보며 많이 우셨다”면서 “‘내가 부르는 것과 너무 다르네’ 하시면서 너무 고마워하고 있다. 트로트 오디션 프로그램을 간간이 보시는데, 후배들이 너무 잘 생기고 예쁘고 잘 한다고 칭찬하셨다”고 전했다.

현철은 ‘가요무대’ 출연 이후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르지 않았다. 지난해 절친했던 방송인 송해의 장례식에도 참석하지 못했고, 최근 세상을 떠난 가수 현미의 빈소에서도 만나볼 수 없었다. 이 때문에 와병설이 불거지기도 했는데, 실제 현철은 약 5년 전쯤 경추 디스크 수술을 받은 후 회복이 더뎌 집에서 요양 생활을 하고 있다.

아내는 “(5년 전쯤)경추 디스크를 다치며 신경에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인지 기능이 저하돼 재활 운동을 하고 있다. 병원에서 재활 치료도 병행하고 있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회복이 잘 안 된다”면서 “20년 전에도 이 수술을 했었는데 그 때는 2개월 만에 회복하고 바로 무대에 올라왔다. 그런데 이번에는 고령이어서 회복이 느리다”라고 설명했다.

현철이 몸을 추스르는 동안, 대한민국에는 트로트 광풍이 불었다. 그 역시 다시 무대에 서고 싶은 열망을 느꼈다. 3년 정도 재활을 마친 후에는 간간이 지방 행사 무대에도 올랐다고 한다. 아내는 “여러 사람들에게 박수받고 활동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라 너무 집안에만 있으면 안 될 것 같았다. 몸이 예전같지 않으니 무대 오르기 전에는 엄청 긴장을 하시더라. 그런데 무대를 잘 마치고 내려와서는 ‘어∼ 되네’ ‘가끔 놀아야겠다’고 하시더라”면서 “노래 부르는 사람은 어쩔 수 없나 보다”라고 웃었다.

하지만 80대 고령에 여전히 재활 치료를 받고 있는 터라 현철의 활동은 지속되지 못했다. 대신 그는 여러 트로트 프로그램을 통해 후배들이 왕성히 활동하고 성장하는 것을 보며 같이 기뻐하고 활력을 얻고 있다. 아내는 “기분 전환하라고 ‘미스터트롯’ 같은 프로그램을 통해 틀어주면, 좋아하면서도 많이 아쉬워 한다. ‘내가 저 무대 위에 올라가야 하는데’라는 안타까움”이라면서 “여전히 지인이나 몇몇 팬들이 잊지 않고 전화를 주신다. 항상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

현철의 모습이 보이지 않자, 몇몇 유튜브 채널에서는 가짜 뉴스가 난무했다. 각종 투병설부터 입에 담거나 글로 옮기기도 힘든 루머들을 사실인양 양산해내고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관심”이라고 운을 뗀 아내는 “처음에는 속상하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면서도 “조금 지나서는 ‘남편을 그만큼 보고 싶어 하고, 그리워 해주는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찌 일일이 다 대응하겠나. 그렇게 언급해주는 분들도 오히려 고맙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무대에 선 현철의 모습은 보기 어렵지만, 그의 히트곡 ‘봉선화연정’, ‘싫다 싫어’, ‘사랑의 이름표’ 등이 여러 후배 가수들을 통해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다. 꺾기의 맛을 살린 현철 특유의 창법은 여전히 정통 트로트의 진수로 평가받고 있다. 그런 현철의 무대를 다시 볼 순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해 현철의 아내는 이렇게 말했다.

“많이 좋아졌어요. 그렇다고 활동할 정도는 아니에요. 이제 자연인이죠. 오랜 기간 현철로 살았으니까, 남는 시간 강상수로 살아야죠. 이렇게 기억하고 연락해주시는 것만으로도 너무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한편 1942년 부산 태생인 현철은 1969년 ‘무정한 그대’를 발표하며 가요계에 데뷔한 후 그룹사운드 ‘현철과 벌떼들’로 활동했다. 1980년 그룹이 해체된 후 솔로로 전향해 발표한 ‘앉으나 서나 당신 생각’이 큰 사랑을 받았다. 이후 1988년에 발표된 ‘봉선화 연정’에 이어 ‘싫다 싫어’(1990)로 연거푸 KBS 가요대상을 수상하며 전성기를 누렸다. 1998년에 발표된 ‘사랑의 이름표’ 역시 현철을 대표하는 곡으로 손꼽힌다.

안진용 기자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