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마약과의 전쟁' 수사·단속만으로 뿌리 뽑힐까

위용성 기자 2023. 4. 7. 16:02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최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학원가 마약' 사건은 마약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안전해야 할 곳까지 깊숙이 손을 뻗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경찰은 윤 청장이 취임 직후 '국민체감 2호 약속'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작년 하반기 특별단속으로 5702명을 검거하고 이 중 791명을 구속했다.

해외 밀반입이나 제조, 유통·판매 등 공급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지금보다 더 엄하게 수사해야겠지만 동시에 수요를 끊어내야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사내용 요약
"뿌리 뽑겠다"는 정부 엄포, 수년간 효과 의문
투약 후 검거→재투약 재검거로 관리 없이 방치
밀수·유통 엄정 수사·단속하되 수요도 끊어내야


[서울=뉴시스] 위용성 기자 = 최근 서울 강남에서 발생한 '학원가 마약' 사건은 마약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안전해야 할 곳까지 깊숙이 손을 뻗치고 있다는 현실을 그대로 드러냈다. 얼마 전 10대 중학생이 집에서 필로폰을 투약했다는 사건 역시 마찬가지다.

취재 현장에서는 일찍이 이 같은 변화가 느껴졌다. '마약이 일상으로 파고들었다'는 보도가 쏟아진 것도 이미 과거가 됐기에 이를 기사 제목으로 보고했다간 상부의 지적을 받기 십상이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우리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언한 지도 이미 여러 해가 지났다는 것이다. "미래세대를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마약과의 전쟁에서 승리해야"한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발언 전에도, "마약류 범죄가 임계점을 넘은 상황"(지난해 10월7일 이원석 검찰총장) "공동체를 위협하는 중독성 범죄를 뿌리 뽑을 것"(지난해 8월18일 윤희근 경찰청장) 등 당장 기억나는 것만 꼽아봐도 열 손가락이 부족할 정도다.

경찰은 윤 청장이 취임 직후 '국민체감 2호 약속'으로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 작년 하반기 특별단속으로 5702명을 검거하고 이 중 791명을 구속했다. 검거 인원은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숫자라고 한다.

하지만 일선 수사관들의 노고에도, 매일같이 쏟아지는 충격적 사례를 접하다 보면 '대체 어디까지 마약이 퍼져있는 것일까'라는 불안감이 먼저 엄습한다. 마약은 온라인 다크웹이나 SNS를 통해 은밀히 거래되는 탓에 실제 범죄와 통계가 크게 다른 대표적 암수범죄로 꼽힌다.

한 경찰 간부는 "열심히 잡으면 잡을수록 범죄자 수가 늘어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라고 한탄했다. 실제로 마약 단속 건수와 그해 마약사범 숫자가 덩달아 치솟고 있으니, 열심히 단속하고 수사해 올린 성과도 보고서상의 숫자로만 남을 뿐이다. 대통령은 물론 수사기관 수장들이 잇따라 나서서 엄포를 놓아도 마찬가지다. '과거보다 많이 해서 많이 잡힌다'는 뻔한 사실만 드러나고 있다.

대검찰청 통계에 따르면 2021년 한 해 국내 마약 범죄 재범률은 약 37%에 달한다. 최소 셋 중 하나는 벌을 받고도 마약을 끊지 못해 다시 손을 댄다는 것인데, 이 정도면 사실상 '안 하는 사람은 안 해도 한 번만 한 사람은 없다'는 소리가 나올 지경이다.

전문가들은 단속과 처벌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이후 관리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게 국내 현실이라고 지적한다. 투약과 검거, 재투약과 재검거가 반복되는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마약 투약자를 동시에 '환자'로도 보고 치료를 받도록 도와야 할텐데, 마약류 중독자 치료 제도는 있지만 실질적으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일례로 전국에 마약류 전문 치료보호기관이 21곳 지정돼 있지만, 실질적으로 운영되는 곳은 전체 환자의 96%를 도맡는 2곳에 불과하다고 한다. 또 2021년 기준 입원 가능한 병상은 292개, 전문의는 132명이다. 그 해 마약사범이 1만6153명이었다고 하니 단순 계산으로는 병상 1개당 55명, 의사 1명당 122명을 맡는 셈이다. 정부나 지자체 예산은 부족하고, 병원 입장에선 돈이 안 되는 일에 자발적으로 나서라고 등 떠밀기도 힘들다.

일상을 위협하는 마약의 공세를 강력한 수사와 단속만으로 끊어내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이제 명백해 보인다. 해외 밀반입이나 제조, 유통·판매 등 공급에는 무관용의 원칙으로 지금보다 더 엄하게 수사해야겠지만 동시에 수요를 끊어내야 마약과의 전쟁에서 이길 수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up@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